한가위

by 진자 posted Mar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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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추석 당일이었다. 휴일 근무를 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TV에 눈을 옮겼다. ‘TV나 봐 볼까...’ TV를 틀어보니 뉴스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는데, 앵커의 마지막 멘트가 귀에 박혔다. “...오늘, 추석 당일에는 정말 커다란 달, 슈퍼문을 보실 수 있을 텐데요. 연중 두 번째로 크다고 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곤 하죠? 올해는 슈퍼문과 함께 풍성한 한가위 보내십시오..” ‘슈퍼문이라...’ 한참 감상에 젖어있을 무렵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저씨 여기 빨리 좀 와 봐요!! 누가 다리에서 떨어지려 하고 있어요 지금!!” 다급한 목소리였다. 나는 황급히 물었다. “위치가 어디시죠?” “지금 근린공원 근처 육교에요!! 빨리 와주세요 아저씨!!” 나는 지구대 대원들 3명과 함께 현장으로 즉시 출동했다. 상황은 전화 받은 그대로였다. 한 중년의 남성이 아치형 다리 꼭대기에 올라가 걸터앉아 있었다. 다리위에 어디 잡을 만한 곳도 보이지 않는데다가, 바람도 휑휑 세게 부는 날이라 위태롭게 보였다. 나는 힘껏 소리쳤다. “아저씨!! 위험하니까 내려오세요!!” 하지만 마치 이 세상과 동떨어진 세계인양 아저씨는 미동도 없었다. 그렇다고 바람에 흔들리는 육교를 섣불리 올라갈 수도 없었다.

 

아저씨는 달을 보고 있었다. 휭휭 바람과 사람들의 함성이 귓가를 울렸지만 아저씨는 달과 둘 뿐인 듯이 보였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과 씨름하고 있을 무렵, 소방서에서 사다리차가 와 사다리를 올릴 준비를 했다. 그때 주변에서 ~어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리 위를 올려다보니, 아저씨는 천천히 다리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급히 아저씨 쪽으로 달려가 소방대원들과 함께 아저씨를 부축해 땅을 딛게 하였다. 나는 화나기도 하고 황급한 마음에 다그치듯이 아저씨, 대체 무슨 생각으로 거길 올라가신 겁니까?!” 하고 물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대답이 없었다.

 

흘깃 아저씨의 축 늘어진 어깨에 겉옷을 벗어 덮어드렸다. 그리곤 아저씨를 순찰차에 태우고 지구대로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말없는 풍경이 쉭쉭 스쳐가던 중.. 한참 침묵을 지키던 아저씨가 말문을 열었다. “달을 그냥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더라고..” 그리고 다시 침묵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