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차 창작콘테스트 -나

by 귤이이이 posted Aug 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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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네를 탈 때 맨발로 타는 게 좋다. 발가락 사이사이 들어오는 바람이 폭풍이 불어오는 내 머리를 잠시라도 쉬게 해주니깐 누구든지 우울증은 온다. 그걸 벗어나는 방법과 이유가 다른거지


그래도 자해는 하지 않았다. 남에게 들키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가족한텐 알리고 싶지 않았다. 들키고 싶지도 않고 난 언제나 밝아야 하니깐 난 언제나 허둥지둥거리지만 밝아야 하니깐 근데 조금씩 그런 가면도 깨져버렸다 와창창 그 깨진 가면 조각이 내 살을 파고들어 상처를 만들어도 난 그 조각들을 피할 수 없었다. 

울고싶었다 펑펑 근데 다들 나한테 위로해달라고 나의 옷자락을 잡아끈다. 난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덜어내 주며 나의 등의 짐을 넓혀간다 

이젠 내 감정을 내가 조절하지 못한다.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모든 것을 다 던져도 난 화를 풀지 못한다. 아직 하지 않은 방법이 있지만 난 그 방법을 선호하지 않는다. 누구한테 살려달라고 외치는 꼴일 테니 난 그러고 싶지 않다 나의 이 우울함은 부끄럽고 더러운 것이니 혼자 해결해야 한다. 알려지면 나보고 정신병자라고 소리칠 테니 그래서 나는 남에게 내 속에 더러움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서 남을 사랑할 줄 모른다. 사랑을 달라고 복걸하는 것밖에 배운 게 없다. 다들 나에게 너만 사랑받고 싶으냐며 소리치고 날 피했다. 아무도 나의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 사랑하려면 그 사람에게 내 속을 보여주어야 하니깐 그게 싫었다. 어떤 눈으로 볼지 알았으니깐

나는 가끔 이 우울함을 남들한테 알리고 싶어했다. 나를 걱정해주고 근데 내가 기대한 거와는 달랐다 경멸한 눈으로 날 보고 못된 말을 쏟아부었다 안 그래도 꽉 차 축축해진 내 속에 한가득 쏟아부었다
축축한 것이 날 감싸 안았고 내 머리에는 폭풍이 몰아쳤다. 나는 더는 아무것도 할수없다

무턱대고 찾아간 그네에는 밝은 아이들에 웃음만이 가득했으며 내가 가지고 온 먹구름이 낄 자리가 아니었다. 이제 더는 맨발로 그네를 탈 수 있는 시간은 깜깜한 내 속과 같은 어두워진 밤이었다. 그네에 앉아 멀리 보이는 대학거리를 보며 저들은 서로 각자에 기분을 나타내고 토하고 있지만 난 그러지도 못한다. 더는 꽉 차 입구가 막혀 토를 하고싶어도 나의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야할테니깐 

시간이 무서웠다. 근데 지금은 얄밉다. 누굴 기쁘게 하려고 날 이리 괴롭힐까 이런 우울도 없어져 잊힐 만큼 시간이 흐르면 좋을 텐데 누굴 기다리는 것처럼 이리 천천히 다가오는지 시간이 갈수록 내 속은 터지기 전에 시한폭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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