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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볼펜     


매번 쓰다만 볼펜을 버린다. 다이어리에는 검정만 묻어있다. 세 가지 색을 골고루 써야 하지만 매번 쓰던 색만 쓴다. 삼색 볼펜은 한 가지 색이라도 빠지면 제 역할을 못한다.

나는 삼색 볼펜이 좋다. 수첩에 일정을 적는다. 색깔별로 구별하여 쓴다. 빨강은 중요한 일, 파랑은 좋아하는 일, 검정은 해야 할 일을 적는다. 색깔별로 구분하면 어떤 날은 긴장하며 중요한 일을 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기분 좋을 때도 있다. 어떤 날은 해야 할 일을 하기 때문에 재미없을 때도 있다. 삼색 볼펜 잉크가 없어지는 양을 보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좋다. 살면서 필요한 일들을 고르게 하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삼색 볼펜은 항상 내 손에 있다.

딸이 선물이라며 삼색 볼펜과 손바닥만 한 수첩을 내민다. 초등학생이라 주어진 용돈 범위 내에서 고심을 하며 산다. 용케도 아빠가 필요한 것을 사왔다. 평소에 아빠의 행동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흐뭇하기도 하고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빠를 잘 관찰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사들고 온 성의를 봐서라도 이 번에는 제대로 사용해 보려했다. 이 번에는 꼭 성공하겠다 결심했다.

삼색 볼펜은 세 가지 색을 고루 사용해야 오래 사용한다. 한 색만 사용한다면 삼색 볼펜의 기능을 잃는다. 말 그대로 삼색인데 두 가지나 한 가지만 나온다면 이미 삼색 볼펜이라 말 할 수 없다. 삼색 볼펜을 끝까지 사용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 먼저 각 색별로 임무를 부여한다. 삼색 볼펜은 몇 번을 사용했지만 빨강, 파랑, 검정 색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가끔 검정 대신 녹색도 있는 경우도 봤지만 자주 볼 수 있는 색은 아니다.

빨강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중요한 일을 적을 때 쓴다.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은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거다. 심신이 건강해야 다음 일을 도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 나는 수영을 하고 산책을 한다. 2년 동안 배운 수영은 작년에 1500m를 완영 할 정도 실력이 되었다. 산책은 걷기다. 공원에서 30분 정도 걷다보면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다.

파랑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적는다. 파랑하면 바다와 하늘을 떠 올린다. 넘실대는 파도가 치는 바다도 좋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도 좋다. 바다와 하늘을 좋아하니 바다와 하늘을 닮은 파랑으로 좋아하는 일을 적는다. 파랑은 가족과 함께 하는 일을 적는다. 가족과 여행을 하거나 영화를 볼 때 적는다. 요즘은 매일 파랑으로 적히는 것이 있다. 백일장이다. 지역에서 열리는 전국 백일장 대회를 참여하기 위해 저녁 마다 가족이 모여 글 솜씨를 뽐낸다.

검정은 일을 적는다. 먼저, 웹매거진이다. 새롭게 시작했다. 지금까지 4주째 꾸려가고 있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없을까 해서 시작했다. 지인에게만 배포하는 수준이다. 반응 해 주는 사람도 있고 칭찬을 해 주는 사람도 있다.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어서 깜짝 놀랐다. 판매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다음 호를 기대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내심 스팸처럼 필요 없는 거면 어쩌나 했는데 아직은 부족하지만 호응 해 주는 사람 덕분에 용기를 얻는다. 또 독서모임도 매주 하여 25번째 진행 중이다. 아직 뿌연 연기 속을 걷는 기분이지만 본인 분야를 찾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길 바라는 것에 뜻을 모아 책을 공부 중이다.

인생은 삼색 볼펜과 같다. 삼색 볼펜이 세 가지로 이뤄져 있듯이 인생에도 세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빨강과 같이 중요한 건강과 파랑과 같이 좋아하는 가족과 검정과 같이 해야 하는 일이다. 건강해야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만들고 가족을 건사할 일을 할 수 있다. 또 가족이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할 때 더욱 기쁘다. 내가 글쓰는 것이 좋다고 해도 혼자하는 것과 가족과 같이 백일장을 하며 서로 낭독하고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것과는 다르다. 함께 해야 즐겁다. 이렇게 건강하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일은 단지 일로 끝나지 않고 다시 활력을 주는 것이 된다. 건강과 가족에 대한 얘기를 웹매거진에 올린다면 나는 나대로 자랑하여 좋고 독자는 좋은 영향을 받아 좋아진다. 선순환이 된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삼색 볼펜과 같이 삼박자가 두루 갖춰져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다이어리를 본다. 어떤 달은 빨강이 많고 어떤 달은 검정이 많다. 어떤 날은 파랑이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없다. 그러면 나는 황급히 가족을 소집 해 영화를 보거나 외식을 한다. 그러면 어느 새 빨강, 파랑, 검정이 균형이 맞춰져 있다. 마음의 균형이 맞춰져 가는 기분이 든다.

삼색 볼펜을 균형 있게 쓰기 위해 각 색상별로 얼마만큼 썼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쓰는 것을 잠시 멈춘다. 뚜껑을 열어 본다. 눈으로 확인한다. 어떤 색이 많이 달았는지 확인한다. 그런 후 다이어리가 아닌 메모장에 쓸 때 많이 남은 색으로 그 날은 메모를 한다. 그러면 균형이 맞아간다. 삶도 마찬가지다. 다이어리에 적은 색상을 보면서 내가 이번달은 지나치게 일만 하지 않았는지, 가족에게 소홀하지는 않았는지를 볼펜 뚜껑을 열어 보듯이, 삶을 잠시 내려 놓고 다이어리 속을 들여다 본다. 삼색볼펜을 색상별로 고르게 써야 오래 사용 하듯이 인생도 건강, 가족, 일을 균형 있게 해야 잘 산다고 할 수 있다.

딸에게서 받은 삼색 볼펜 사용은 양호하게 사용 했다. 빨강, 파랑, 검정이 고루 사용되었다. 그만큼 집안 웃음 꽃도 이전보다 많아졌다. 삶은 삼색 볼펜 쓰듯이 두루 사용해야 한다.



아내가 싸준 도시락

    

아내는 주방과 전쟁 중이다. 딸들만 데리고 물놀이를 가야한다. 간식과 유부초밥 도시락까지 싸느라 분주했다. 남편 것까지 챙겨서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나는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얼음 팩 가방에 넣었다.

나는 아내가 고맙다. 첫아이가 아내 뱃속에 있던 때였다. 아내와 나는 첫아이 출산 기대로 하루하루가 기뻤다. 아기가 발길 짓을 할 때면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아 두 배로 기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이 달라졌다. 아내 배는 임신 6개월째라 제법 불렀다. 배꼽 주위가 가려웠다. 증상은 점점 내려갔고 허벅지까지 퍼졌다. 동네 병원에서 피부약을 조제 받아다 발랐다. 소용없었다. 피부가 홍조를 뛴 것처럼 붉어졌고 진물이 났다. 잠 못 자는 날이 늘어났지만 잘 견뎌냈다.

아내는 진료를 받았다. 동네 피부과에서 치료 받던 것을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나는 아내가 대학교수직을 겸하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특진을 신청했다. 제대로 검사를 받기위해서다. 의사는 붉어진 피부를 살폈다. 생소한 것을 본 것처럼 난감해 했다. 눈으로 봐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학술지에 나온 자료와 일치되는 것이 없다는 이유였다. 조직검사를 결정했다. 아내와 나는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조직검사 일자를 받고 며칠 뒤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조직검사를 했다. 담당의사는 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했다. 몇 가지 서류 준비를 하고 다른 진료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의과 학생들을 불려 들였다. 아내는 놀랐다. 조직검사를 받기 위해 배꼽부터 허벅지까지 드러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루타가 된 듯 수치심을 느꼈으나 진료를 위해 참아야 했다. 의사는 마취제가 투여되고 몇 분 후 피부 체취를 시작했다. 아내는 고통스러웠다. 배속 아기가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것처럼 이리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의사가 마취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부 체취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마취가 되는데요.” 하고 5분 뒤에야 다시 했다. 두 번이나 아내를 위험에 빠트렸다. 아내는 끌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 나는 서로를 위로했다. 나는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아내가 진료실에서 나왔다. 진료실에서 있었던 일을 내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나도 아내와 배속아기가 걱정되어 울었다. 시한부 생명이라도 받은 것처럼 서럽게 흐느꼈다. 의사는 환자를 사람이 아닌 의학 도구로 활용했다. 의학 절차도 철저히 무시하는 가짜 의사였다. 기만과 무시에도 고통을 삼켜야만 했다. 서로를 꼭 안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만을 빌었다.

아내와 나는 다시 웃음꽃이 폈다. 조직검사 결과 날이 다가올수록 마치 구름다리를 걷는 것처럼 하루하루가 긴장되었다. 검사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병원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의사를 만나기 싫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성스럽게 약을 발랐다. 상처를 어루만졌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피부는 본래 모습을 찾아갔다. 병원가기 하루 전에는 이전 모습과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배속 아기도 기쁜지 발길질을 해댔다.

아내는 미더운 사람이다. 나는 가족 분만실에서 첫 아이를 대면했다. 잘 견뎌준 아내가 고마웠다. 아기는 건강했다. 처가에서는 아내와 내 결혼을 반대했다. 나는 가진 것이 없었다. 돈 뿐만이 아니다. 부모님이 병과 사고로 돌아가시어 안 계셨기 때문이다. 아내는 결심을 굽히지 않고 나와 결혼했다. 첫 아이를 낳고 이태 후 둘째 아이를 낳았다. 네 식구가 생전에 만났던 사람들처럼 오순도순 살고 있다. 아내는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피부 발진의 두려움과 병원에서의 수치심을 견뎌냈다. 아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켰다.

나는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얼음 팩 가방에서 꺼내어 열었다. 가지런히 놓인 유부초밥이 새색시 꽃신처럼 보인다. 아침에 아무것도 도와주진 못한 나를 돌아봤다. 아내가 돌아오면 자기희생이 매일 해가 뜨는 것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아내에게 수고했다 말 한마디 해줘야겠다. 유부초밥은 차가웠지만 아내 마음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정명호

shine731@nate.com

010.3313.0678


  • profile
    korean 2019.09.01 20:04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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