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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우리들의 옛 고향 이야기




  가락을 빼고 올올이 켜내는 그녀의 손놀림은 재다. 색소도 향도 넣지 않은 순 입맛은 상큼하고 순수하다. 손매며 손맛이다.

  왼쪽 발로 밟을 수 있게 만든 제기를 맨 실끈이 두 어깨와 목덜미 너머를 타고 오른쪽으로 건너와 앙증맞은 두 손이 주황색 가락을 일정한 간격으로 감아 똑똑 끊어낸다. 멍에를 진 듯이 자세가 가락이 가락 맞게 한다. 알사탕이 늘어날수록 서로 붙지 않도록 흩으러줘야 한다. 쌍둥이요, 삼둥이요 하는 말들이 이때 조심하지 않아 나타난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그런데 나는 어렸을 때 쌍둥이나 삼둥이 나타나면 그것만 골라 갖고 소꿉동무들한테 자랑하고 똑 떼어서 나눠먹던 생각이 난다. 사탕 하나하나에도 그녀의 정성어린 손길이 꼭꼭 어린다. 자로 잰 듯 그녀는 끊어내는 것도 눈어림이고 설탕을 끓일 때의 시간도 눈어림이다. 사탕이 졸여지면 입 짐작으로 감도도 척척 맞춰낸다.

  그녀는 어깨와 허리가 아프다. 멍에를 지고 하루 종일 정직하게 일해 왔던 우리 집 황소도 목이 아팠을 것이다. 소처럼 잠간 휴식을 청해 누웠다가 다시 일을 시작한다. 43키로밖에 가지 않은 체중의 그녀는 그야말로 사탕에 삶 전부를 걸었다. 사탕은 어쩜 그녀의 자존심이고 사랑이고 행복이고 그녀의 풍경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사탕으로 인생 방향키를 틀게 된 것은 학원에서다. 수중에 돈도 넉넉지 않을 때 두 딸애에게 사탕을 간식거리로 만들어주려고 시작한 일이였다. 겸사로 학원 친구들에게 맛보라 권했는데 모두 고향 맛이라고 칭찬을 했고 그리고 팔아도 되겠다는 한마디를 했다고 한다.

  그 한마디에 감이 와 그녀는 간식거리로부터 부업거리로 스타트를 뗐다. 교회 다니는 한국 어르신들한테도 권했더니 옛 맛이라면서 그녀를 다시 돌아봤다고 한다. 재중동포인 나에게도 그리운 추억이다. 어려운 살림 그때 누구의 잔치설거지로 간혹 알사탕을 얻어먹곤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포장을 하지 않고 그냥 개 눈깔만해서 개눈깔사탕, 흰줄이 쭉쭉 갔다고 해서 알락사탕이라고도 하는 동글동글한 사탕을 호주머니에 감춰놓고 아껴먹다가 호주머니바닥에 다 녹아 붙어버려서 얼마나 안타깝던지. 그러니까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알사탕을 손 공법으로 전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기계가 아닌 손매여서 가냘파보일지는 몰라도 만들어지는 과정이 적당히 뭉클했다. 알고 보니 그녀와 강 하나 사이 둔 채 서로 오갈 수 없었던 두만강 이쪽저쪽에서 살아왔던 말투가 똑같은 고향 이웃과 다를 바 없었다. 이미란씨, 지금은 새터민이라는 연민에 기울었음이다.

  새터민들이 적응하는 과정은 각자 달랐다. 그녀의 사탕처럼 이북식 순대나 떡이나 냉면이나 김치, 그리고 이북 가요로 그들은 나름의 장끼를 펼쳤다. 강원도에 있는 새터민이 꾸린 냉면집은 사계 없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쾌거를 이루고 있다고 하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서서히 이북이라는 낱말로 이색적인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다시 동년 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그녀의 손맛에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무엇보다 고향사람들이고 옛 전통을 고집하고 사랑하는 동포들이다. 그녀는 각고한 살림 때문에 이북 평양곡산공장에서 퇴직한 선배한테 사탕제조기술을 배우고 3년동안 도둑장사(개인장사 허용되지 않음)도 해왔다고 한다. 훗날 한국에 와서 그것이 계기가 되었고 할 일이 생긴 고마움이다.   사람은 그래서 고맙고 고마움을 주고받는 인과 관계다. 술고래 남편을 고향 두고 떠나온 맘이 허전하고 눈물겨울 때, 타향살이에 적응하는 과정이 힘들 때 자기 할 일이 생겼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고 맘을 다스려가는 착한 노동이다. 그리고 거기에 후반생을 걸었다. 그녀가 만드는 사탕은 맛이 순수하고 깔끔하고 구수했고 특히나 우리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전통은 살만한 세상 때문에 사라져간다. 사탕도 없을 때 이야기지 편하고 생산적인 현대에서 오히려 충치를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별로 인기가 없다. 우리 삶도 달기만 한 것이 아니다. 쓰고 시고 맵고 떫은 인생 맛들이 얽히고설키고 있다. 고향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그녀의 피치 못할 사정도 이 맛이었을 가?!

  그녀와 작별하는 시간 그녀는 가끔 바자회에도 이북사탕이라는 제목으로 상품을 선보이고 낱개로 포장해서 내놓는다고 한다. 나는 그것이 상품이 아니고 전통이고 우리 멋이라고 생각한다. 먼 훗날 제 2인생으로 여유가 생길 때 달동네나 노인정을 찾아 봉사도 하고 싶다는 그녀의 포부가 미더웠다. 탈북하면서 궁극적이었던 삶들이 희망적이게 하기위한 그녀의 노력은 야윈 몸에서 왜 더 아련하게 하는지? 물질을 하던 매니큐어가 없는 그녀의 손이 더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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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korean 2014.07.22 15:53
    소중한 작품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결실을 맺으시길 기원합니다.
  • profile
    은유시인 2014.10.14 12:00
    참 멋진 글입니다.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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