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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아기가 칭얼대더니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아기는 좀체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공항에서 잠자고 있던 아기는 입양 관계자의 확인 절차를 거쳐 위탁모의 품에서 내 품으로 왔다. 얼마나 운 것일까. 아기를 건네받을 때 위탁모의 눈은 발갛게 충혈돼 있었다. 눈을 보고 그녀가 위탁모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아기를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위탁모의 울음이 따라왔는지, 아기는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입술을 삐죽거리며 손을 휘저었다. 다리를 곧추세우고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나는 진땀을 뺐다.

 아기는 특별한 인연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나는 교육 받은 대로 기저귀를 갈아주고 우유를 타서 입에 물렸다. 우유를 먹지 않아 과자를 주었다. 평소 좋아한다며 위탁모가 건네준 과자였다. 하지만 아기는 우유도 과자도 먹기를 거부했다. 오직 강아지 인형만 꼭 끌어안고 있었다. 스튜어디스가 와서 달래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미국 9.11 테러 직후여서 한국에서 뉴욕까지 논스톱으로 가는 건 불가능했다. 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해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 와중에 나도 눈물이 났다. 아기의 울음이 내 감정을 건든 탓이었다. 불안하고 서러운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아기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기에게 닥쳐올 운명은 뻔했다. 좋은 양부모를 만나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아기가 겪어야 할 삶은 절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기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한국에서 뉴욕까지 직항은 12시간에서 13시간 정도 걸리지만, 돌아서 가는 길은 멀었다. 일본 하네다 공항과 워싱턴 공항을 거친 뒤 또 비행기를 갈아타고 뉴욕으로 가야 하는 힘든 여정이었다. 몸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음이 천근만근이었다. 급기야 후회가 밀려왔다.

한국에서 뉴욕까지 가는 비행기 푯값은 100여만 원 정도라 했다. 그런데 입양 가는 아기를 데려다주면 43만 원에 왕복 비행기 표를 살 수 있단다. 그 조건에 나는 선뜻 응했다. 교육을 받을 때는 설레기까지 했다. 내가 굳이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선 건, 입양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아기를 못 낳는다는 선고를 받은 뒤 아동복지 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이 일을 제안 받았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슬픔이 차오를 줄은 몰랐다.

 아기가 쉴 새 없이 울자 급기야 승객들이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스튜어디스가 마이크를 잡고 양해를 구했다. 이런 일이 종종 있는데, 갓난아기는 잘 몰라서 잠을 자기도 하지만, 좀 큰 아이는 입양 가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자 승객들이 오히려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아기는 울다 지쳤는지 잠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혹시 양부모의 생활이 여의치 않아 파양 당하지는 않을지 안심할 수도 없었다. 어떤 통계에는 입양아의 자살이 높다고 나와 있었다. 자살 예방 상담사 일을 할 때 공부한 내용 중에 본 수치였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걱정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차라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더 옳을지도 몰랐다. 입양 성공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입양아들은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기 때문에 공부도 마음껏 할 수 있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도 더 많다고 한다. 친부모에 버금가는 양부모를 만난 이들도 많단다. 스티브 잡스와 플뢰르 펠르랭이 그런 인물이었다. 대성이도 꼭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나는 속으로 축복해주었다.

 드디어 뉴욕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자 신기하게도 아이는 울음을 뚝 그치고 조용해졌다.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오자 양부모 가족들과 입양에 관련된 단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진심을 다해 환영해 주었다. 플래카드에 김대성 환영합니다.”라고 한글과 영어로 쓰여 있었다. 소중한 한 생명을 품에 안기 위해, 인종과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기는 양부모의 품에 안겼다.

입양아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집착이 많다고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친부모를 찾는 경우가 흔하단다. 그 때문에 입양아들을 위해 친 가족 찾기 프로그램과 단체가 있다고 했다. 나는 대성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었다. 올 때는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배워서, 자기 뿌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했다. 가끔 TV에서 보면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입양아들도 많았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했다.

 대성이를 보내고 난 뒤 한 번 더 제안이 들어왔지만 하지 않았다. 대성이가 이미 내 마음을 다 차지해버린 탓이었다. 대성이 만으로도 나는 벅찼다. 그렇게 세월은 훌쩍 흘렀고 나는 대성이를 조금씩 잊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좋은 소식을 접했다. 대성이 소식을 들은 것이다. 대성이는 위탁모와 연락을 하고 있었단다. 훌쩍 커버린 대성이가 자기 뿌리를 찾겠다고 국제 법률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대성의 다부진 모습을 생각하며 나는 그제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친구야 그대로만 있어줘


 며칠 전이었다. 오후에 전화가 와서 받으니 친구였다. 친구는 느닷없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시간을 보니 4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좀 일찍 전화하지 그랬어. 거기까지 갔다가 영화보고 집에 오려면 난 한밤중인데.”

그러자 친구는 오기 싫으면 오지 마.” 하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시간이 늦지 않으면 얼마든지 갈수 있는데 내가 사는 곳하고 친구 집은 왕복 4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예정에 없던 일이라 선뜻 대답을 못한 것이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 나는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갈 테니까 같이 영화보자. 그런데 무슨 일 있어?”

친구는 그때서야 한숨을 푹 쉬더니 우울해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치과치료를 받았는데 치료를 마치고 집에 와서 쓰러졌단다. 일어나보니 다음날이었다고, 꼬박 하루를 누워있었다고 했다. 혼자인 것도 서러운데 몸까지 마음대로 할 수 없어 갑자기 허무가 밀려온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그래도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나였다며 친구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대충 머리를 매만졌다. 화장도 하지 않은 채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섰다. 집에 아들이 있는 게 다행이었다. 애를 볼 사람이 없으면 아무리 마음이 간다한들 외출을 할 수 없어서다. 아들내외가 직장에 다니고 있어 내가 손자를 돌보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를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발길을 재촉했다. 예전 같으면 밤낮없이 찾던 친구 집이지만 내가 경기도로 이사를 한 뒤로 서울은 먼 곳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거리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멀어진 건 아니었다.

친구와는 육십 대 후반에 늦깎이 대학공부를 하다 만난 사이다. 공부에 대한 열정과 한이 많았던 우리는 서로를 거울처럼 바라보며 정이 들었다. 진심을 나누다보니 이제는 흉허물 없는 사이가 되었다. 친구는 여장부처럼 씩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상처가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평탄치 못했던 가정생활과 오십대에 얻은 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런데도 친구는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고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땄다. 병 후유증으로 늘 피곤해하면서도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돌보러 다니는 강한 친구였다. 그런 친구여서 내가 의지하고 살았는데 친구도 많이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친구나 나나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라 건망증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태다. 치매라는 단어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이고 그중 노인 자살률이 2위라는 뉴스를 접하면 우울해졌다. 그 모든 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얼마 전에 봤던 뉴스가 생각났다. 어느 대학교수가 친구에게 열 두 시경 전화를 걸어 친구야! 내가 지금 힘든데 와줄 수 없겠니?” 했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는 당장 갈수가 없어 세시까지 가기로 약속했다. 약속이 무색하게 그는 한 시간 뒤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그는 왜 죽음을 앞두고 친구에게 전화를 했을까. 누군가 자신을 붙잡아주길 바란 것이었을까. 아니면 죽음을 결심하고 친구에게 사후처리를 부탁할 셈이었을까. 죽음을 결심한 사람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하기에 추측만 할 뿐이다.

친구란 힘들 때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다. 자식에게 하지 못한 속마음을 나누는 사람이기도 하다. 맘이 맞는 친구라면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밤새 함께 있어도 좋은 게 친구다. 나이가 들수록 내게 친구란 그런 것이었다.

서울까지 가는 내내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전화를 했더니 친구 목소리가 훨씬 밝았다. 밥 먹었냐고 묻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영화관 앞에서 만나기로 한 뒤에야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친구는 여느 때처럼 웃으며 날 반겨줬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같이 밥을 먹으며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야! 그냥 그대로만 그 자리에 있어줘.”

그러자 친구가 내 손을 꽉 잡았다. 남은 날들을 최고로 값지게 살기로 약속하자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 집에 오니 시계바늘이 막 열두시를 지나고 있었다.

 



박선영

park480303@hanmail.net

010-2261-7510



  • profile
    korean 2019.03.01 20:01
    열심히 쓰셨습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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