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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없는 사랑 ’

 

 “우리 딸 학교 잘 갔다 왔어?” 57세인 우리 엄마가 매일 듣는 소리다. 외할머니께서는 병원에 계신지 벌써 8년 정도 되었다. 

 무릎이 좋지 않아 수술을 하신 후 치매가 동시에 왔고 치매로 인해 걷는 방법을 잊어버려서 걷지도 못하시는 치매환자이시다. 처음엔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셨다. 

 딸을 보고도 누군지 헷갈려 하시고 학교 다녀왔냐고 자꾸만 물어보시는 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일쑤였다. 엄마의 그런 눈을 보고 있자면 나까지 같이 

 눈물이 그렁그렁 해서 병실이 눈물바다일 때도 있었다.

  난 엄마가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들고 버거웠다. 한참 외할머니 간병으로 엄마가 집에 잘 계시지도 않았고 일이 끝나고 오면 할머니 뵈러 

 가고 늦게 들어와 잠만 자니 대화할 일도 적어지고 서운해 하고 있던 찰나였기도 했고 엄마가 우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엄마가 울면 나도 우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되지만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외할머니가 밉기도 했다. 물론 엄마는 더 미웠다. 엄마도 나한테는 엄마인데, 나도 엄마가 필요한데, 나도 엄마가 

 아프고 힘들어하면 같이 아프고 힘든데.

  어느 날은 간병인이 휴무여서 엄마가 병원에서 자야하는 날이었다. 밤늦게 엄마한테 옷을 가져다주러 병원에 들렀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계시는 병실이라 

 일찍 불을 끄고 숨소리만 나지막이 들리는 어두운 병실에 들어갔다. 누군가 울고 있었다. 분명히 울고 있었다. 훌쩍이는 소리를 따라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 

 엄마였다. 모르는 척 엄마를 툭 건드리고 밖으로 나가니 엄마도 뒤이어 나오셨다. 엄마를 마주하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퉁퉁 붓고 붉어져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괜히 울지 않으려고 엄마한테 화를 냈다. 다 아픈 사람만 있는 병실에서 그렇게 울고 있으면 어떡하냐며 청승이라고 

 그럴거면 그냥 집에 가고 삼촌을 부르자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엄마한테 짜증을 내고 뒤 돌아 나와 버렸다. 집에 가는 길, 다시 병실로 돌아가 울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차올라서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슬픔과 동시에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집에 가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삼촌이 오기로 했다며 다시 데리러 와달라는 엄마의 전화였다. 다시 병원으로 가 엄마를 태워 집으로 가고 있는 길은 역시나 숨소리만 겨우 들리는 적막속이었다.   우울한 마음에 새벽공기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더 우울할 순 없을 정도의 우울함만이 존재했다. 신호를 기다리면서 힐끔힐끔 쳐다본 엄마는 여전히 창밖을 보며

 있었다. 모르는 척 운전만 하고 있던 중 엄마가 먼저 입을 뗐다. 당시엔 할머니가 치매임에도 가끔 제 정신이 들 때가 있을 때였다. 내가 가고 나서 엄마가 

 병실로 다시 들어가 할머니 손을 잡고 울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잠에서 깨, 말을 하셨다고 했다.

  “엄마가 미안하다. 나 때문에 우리 딸이 고생이 많네. 고생 안 시키고 빨리 가야 할 텐데..”

 울고 있는 딸을 앞에 두고 외할머니도 엄마로 돌아오셨던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말이 없으시더니 잠에 드셨다. 엄마가 그 말을 듣고 가슴아파했을 생각을 하니 내 

 가슴까지 저려왔다. 그리곤 집에 갈 때까지 눈물이 차오르고 가라앉히고 다시 차오르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집에 가서도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크면, 얼마나 강한 사람이기에 가능한 말이 였을까. 그 말을 해주고 싶어서 겨우 부여잡은 정신으로 말씀하셨다고 생각하니 내가 

 감히 미워할 수 없었다. 엄마도 나에겐 엄마이지만 동시에 엄마도 딸이니까.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딸이니까, 지금은 할머니에게 더 사랑받는 딸로 살았으면 

 좋겠어서 질투도 나지만 기다리기로 했다. 할머니의 사랑이 오히려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었다. 

 사랑은 말이 없지만, 또 기억이 없다한들 항상 존재하고 모든 사람들이 방식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지만 사랑을 하고 있다는 걸 평생 기억하며 살기로 했다. 




“놓을 용기”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2017년, 되게 더웠던 어떤 하루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을 한다. 아니 했었다. 돌아가면 내가 얻게 되는 건 어제 받았던, 그제도 돌아가

 받았던 같은 상처이다. 그럼에도 자꾸 돌아가는 여행을 한다. 괜히 그 때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그 말은 하지 말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이렇게 매 순간 그 날로 

 돌아가 매일 상처받는 일은 없었지 않았을까. 여전히 함께, 행복한 매일을 기록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 정말 말도 안되는 막연하고 미련한 생각을 했다.

 그 날로 돌아가 또 상처를 받고 마음이 저려올 때쯤 다시 오늘의 나로 돌아오고 나면 그저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처음엔 그랬다. 그저 내 전부인 줄 알았던, 내 

 세상이라 생각했던 그 사람이 떠나고 남은 건 세상이 무너져 내려버린 후 발가벗겨진 기분으로 남겨진 상처투성이인 나뿐 이였으니까.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 날로  몇 번이고 돌아갔던 건 놓기 위함이 아니였을까, 지금에서야 그런 생각이 든다.

  처음엔 마냥 슬펐다. 숨이 안쉬어 진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될 정도로, 나를 탓하게 되고 그저 슬펐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그 사람을 탓하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왜 나만 이렇게 망가져야하며 나는 이렇게 망가졌는데 밥 잘 먹고 웃고 떠들 그 사람을 생각하니 분노가 나서 한번은 전화를 걸었다. 아무렇지 않게 

 받는 그 사람에게 난 말했다.

   “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고 화가 나서 그러는데, 너 진짜 인생 그렇게 살지 마. 다 니 업보가 될 거야. 너 꼭 벌 받게 해달라고 내가 매일 밤 기도할거야. ”

 이런 저주 같은 악담을 퍼붓고 그냥 끊어버렸다. 당시에 사실은 욕을 하고 화를 냈지만 그런 내 말에 사과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했다면 아마도 

 나는 금세 괜찮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끊어버린 내 휴대폰은 다시 울리지 않은 채 여전히 검은 화면으로 남았다. 

 그런 휴대폰을 보고 있자니 또 울화통이 터져 화가 나고 눈물이 왈칵 났다. 그렇게 분노하고 울고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고 어느 날부터는

 또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가 되기도  했다.

  ‘ 그래 그럴 수 있지.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 

  그 사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이제는 슬픔도 분노도 생기지 않았다. 그 때의 감정이 포기인지 이해인건지는 여전히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나는 화가 나지도, 슬프지도 않았으며 그 사람을 이해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날, 난 그 사람을 놓아주었다. 놓지 못했던 이유 

  중에는 함께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4년을 함께 했고 늘 내가 다니는 길이고 늘 타는 버스였고 항상 함께 가던 음식점, 카페에 혼자 남겨지니 너무 버티기가

  힘들었다. 4년을 잘 지내놓고 이제 와서 남인 냥 하는 게 거짓말 같고 그냥 화가 나서 그러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 속에 나는 그 사람을 놓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미 끝나버린 것을, 가질 수 없는 것을 자꾸만 갖고파 혼자 아등바등 안간힘을 써왔던 나를 뒤로하고 모든 것을 놓았다. 갖고자 하면서 안간힘을 쓰면서 

  했던 모든 행동들에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놓는 데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이제야 비로소 느낀 나지만 여전히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더 용기를 내라고. 그리고 꼭 놓아주라고.

 



 박정은

 jeholic320@naver.com

 010-9871-7881

  • profile
    korean 2019.04.30 21:45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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