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2
어제:
37
전체:
305,498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57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조회 수 52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콤플렉스

부제: 나를 사랑하는 법

 

  어릴 적부터 굵은 뼈마디와 통통하고 짧은 손가락이 극심한 콤플렉스였다. 한국에서 성형 수술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 중학생이었던 내 또래들의 큰 관심사중 하나는이 다음에 커서 어디를 고칠 것인지였는데,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너는 나중에 커서 어디 성형 하고 싶어?”

 

같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 글쎄

 

  얼굴에 고치고 싶은 부분이 없다기보다 내 관심은 오로지 못난 손에 쏠려있었다. 성형 열풍에 힘입어 손가락 성형 수술도 빨리 유행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인터넷에 손가락 성형 수술을 검색해 보았지만 손가락 마디는 작고 정교한 관절이라 성형이 힘들다는 말들뿐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스스로 손가락 마디를 줄일 방법을 고안해내었다.

  먼저 가장 굵은 오른손 검지에 시도해보기로 했다. 샤프심 통 두 개를 준비해 검지 양 옆에 대놓고 샤프심 통이 뼈마디를 누를 수 있도록 고무줄을 칭칭 감아 꽉 매어놓았다. 몇 분 뒤 고무줄을 풀자 뼈마디의 너비가 조금 줄어있었다.

 

 ‘성공했다!’

 

  혼자서 손가락을 성형하는 데에 성공했다. 내로라하는 성형외과 의사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내가 해낸 것이다. 신이 나서는 고무줄을 더 꽉 조여매고 다시 몇 분을 두었다 풀어보았다. 아까보다 효과가 좋다! 그러나 기쁜 것도 잠시, 잠깐 줄어든 것처럼 보였던 뼈마디는 이내 원래대로 돌아오는가 싶더니, 이전보다 더 부풀어 올라 양 옆으로 불룩해진 것이다. 검지는 가운데가 뚱뚱하게 튀어나온 항아리 같은 모양이 되었다.

  당황한 나머지 다시 한 번 강하게 손가락을 조여 맸지만 그럴수록 뼈마디는 더 심하게 옆으로 옆으로 커질 뿐이었다. 큰일이다. 혼자 손가락 성형을 해보겠다고 설치다가 이게 무슨 낭패란 말인가. 내 욕심만큼이나 부풀어 오른 손가락을 바라보자 눈물이 날 것 만 같았다. 그런데 뼈마디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묘하게 아려오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보니 글쎄 관절에 염증이 생겼단다. 심하게 손가락을 쓸 일이 있었냐는 의사의 물음에 뜨끔 했다. 손가락에 깁스를 하고 약을 며칠 먹으니 조금씩 나아지는 듯싶었다. 그러나 처방받은 약을 다 먹은 후에도 손가락 모양이 완전히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는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아야지. 전문지식 없이 시행하는 민간요법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배웠다.

 

  그 뒤로 남에게 손을 펼쳐 보이는 일을 더욱 꺼리게 되었다. 부득이 손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닥칠 때면 나 손 진짜 못생겼어.”하고 미리 나를 한 것 깎아내린다.

 

  그 애는 반지를 참 좋아했다. 반지 같은 건 평생 끼워본 적 없던 나에게 처음 반지를 끼워준 것이 그 아이였다.

 

 “예쁘네. 잘 어울려.”

 

  야시장에서 산 그 반지는 작은 꽃이 나란히 붙어있는 모양이었고 둘레를 조절 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운 은으로 된 꽃반지. 신기하다. 보기 흉할 줄로만 알았는데 새끼손가락에 끼우니 아주 못 봐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종종 그 반지를 끼우곤 했다.

 

  커플링이라는 것도 그 애와 처음 맞춰보았다. 아무리 새끼손가락에 시도해보았다고 해도 약지에까지 반지를 끼우는 것은 낯설고 두려웠다. 내 호수가 일반적인 여성들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는 일도,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이런 방식으로 드러내고 다니는 것도 내게는 조금 버거운 일이었다. 손에 끼운 반지와 함께 못난 손을 남들에게 보이는 게 싫었다.

 하지만 그 애의 극성스러움 덕택에 꽤 오랫동안 어울리지도 않는 예쁜 은반지를 끼우고 다녔다. 반지를 끼던 마지막 날까지 돼지 목에 진주라는 말이 가슴 한 켠에서 떠나지 않았다.

 

 “충분히 예쁘고 귀여워. 너라서 다 좋은 것 같아.”

 

 나의 모든 것을 오로지 라는 이유만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내 작고 투박한 손 위에 크고 따뜻한 손을 포개어왔다.

그는 내 못난 손을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려하지 않는다.

 

 “네 손은 이미 충분히 예쁘지만, 네가 싫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를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내 손을 내가 스스로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보채지 않고, 설득하지도 않고, 가만히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지그시 나를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속삭이면서.

 

  내게는 콤플렉스가 있다. 그것도 꽤 많이. 굵고 짧은 손가락도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제는 거울을 보는 일이 이전만큼 싫지 않다. 펼친 손을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그래. 이게 나인걸. 이 손이 다른 누구의 손도 아닌 내 손이라는 사실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지만, 더 이상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가만히 옆을 지키는 일.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말이 공기를 타고 피부에 스며들어, 수많은 혈관을 지나 심장 깊숙한 곳에 닿아 울릴 때 까지, 다만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일.

이제는 나를 바꿔 사랑하지 않으려 한다.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 없지만,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그저 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글쓰기

부제: 나를 사랑하는 법 두 번째 이야기

 

  어릴 적 나는 눈물을 가득 품은 폭탄 같았다. 살짝만 톡 건드려도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그러나 우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화가 나도 울고 슬퍼도 울고 억울해도 울었다.

  감정을 알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삼시 세끼 챙겨먹듯 눈칫밥만 먹어서는 남들 눈치만 살폈다. 내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과 반응 무조건적인 우선순위에 있었다. 그러다보니 제 때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할 감정들은 해소되지 못한 채 응어리져 뒤엉켜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오롯이 홀로 마주하고 감당해야만 했다.

 

  글을 처음 쓴 것은 더 어릴 때였지만 글을 통해 내 감정을 마주하기 시작한 것은 열네 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우리 가족을 죽도록 괴롭게 했던 엄마의 병을 약으로 억누른 직후의 일이었다. 너무 많은 생채기가 난 어린 마음은 들끓는 분노와 슬픔을 감당할 수 없었지만 나는 화 낼 대상을 잃었다. 엄마는 약을 먹기 시작한 뒤로 늘상 축 처져서는 반만 살아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열등감에 휩싸여 있었으며 폭력적이고 불안정했다. 그런 스스로를 어찌할 바 몰랐다.

 

  하루는 답답한 심정에 종이와 펜을 꺼내들었다. 죄 없는 흰 종이에 까만 글자를 마구 쏟아내었다. 미친 듯이, 쉴 새 없이 시꺼먼 것들을 퍼부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뒤엎어내듯이. 그리고 끅끅거리며 울었다. 그렇게 종이 위에 쏟아 부은 내 감정들을 처음 마주했다.

  그 뒤로도 몇 번을 같은 짓을 반복했다. 말주변이 없어 어느 누구에게 털어놓을 생각도 못했던 나에게 글은 유일한 소통 창구가 되어주었다. 글을 보는 이는 나 밖에 없었고, 그렇게라도 나는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글을 쓰는 게 좋았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글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내 멋대로 글을 쓰는 게 좋았다. 그랬던 내가 열여섯 되던 해, 글보다도 좋아하는 게 생겨버렸다.

 

  사람이 좋아졌다. 사람에게 털어놓고, 기대고, 의지하는 게 좋아졌다. 그래서 단 하나뿐인 소통 창구이자 유일한 친구였던 글을 미루게 되었다.

  글은 를 마주하게 해주었지만, 사람은 사랑을 맛보게 해 주었다. 어릴 적 받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녀석은 내게 지나치게 달콤한 것이었다. 그래서 사랑 받기 위해 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남들이 좋아하는 내가 되기 위해 애썼다.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보다 완벽한 내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욕심을 내었다. 엄격한 기준을 세워 불가능한 틀에 나를 끼워 맞췄다. 완벽한 내가 아니면 불안했다. 사람들이 떠나는 게 무서웠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말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타인이 중심이 된 삶은 오래지 못해 한계에 부딪히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해 더욱 발버둥 쳤다. 그럴수록 나는 더 빠르고 확실하게 무너져 내렸다. 끝내 욕심을 버리지 못했던 나는 수없이 많은 실패와 절망을 마주하다 결국 아프고 말았다.

 

  극심한 병에 시달려 나는 아주 많이 아프고 아팠다. 병은 또 다른 병을 낳았고 나는 점점 위태로워져만 갔다. 그런 나를 견딜 수 없어 스스로를 더 아프게 했다.

  죽음의 문턱 앞에 서있단 걸 느끼던 날, 다시 펜을 들었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그 날처럼 내 안에 가득 찬 검은 것들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마구 쏟아내었다. 꾹꾹 눌러 담아 왔던 감정들이 울음과 함께 솟구쳐 나왔다.

 

  글이란 건 참 신기하다. 새하얀 종이를 검은 글씨로 까맣게 채워나가는 것은 머릿속을 가득 채운 문제들을 털어내는 일과 같다. 내 머릿속 내용물을 종이 위에 부어놓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는 다시 나를 마주했다.


  죽을 것 같을 때면 칼 대신 펜을 쥐었다. 살기위해, 남아있는 온 힘을 쥐어짜 글을 썼다.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을 때에도 누워서 글을 썼다. 손끝에 준 힘으로 펜을 움직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럴 때면 글은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얕은 숨을 쉬었다. 얕은 숨이 차츰 깊어져 자리를 털고 일어날 힘이 생길 때까지 글은 나와 함께 해주었다.

 

  글쓰기는 나의 생존 수단이 되었다. 충분히 괜찮아 진 지금에도 종종 글을 쓴다. 아직 마주하지 못한 수많은 나를 만나기 위해, 지금껏 알아주지 못한 나를 배워가기 위해.

  아직도 나는 내 감정을 잘 모른다. 알아차리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그걸 표현하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든다.

하지만 괜찮다. 더 이상은 타인의 사랑에 목매 내 감정을 제쳐두지 않을 것이니. 나를 알아주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일의 첫 걸음임을 알았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일만이, 행복을 향한 유일하고 틀림없는 길임을 배웠다.

 

  조금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앞을 향해 나아간다. 글을 쓰는 순간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나는 여정 안에 있다. 오늘은 또 어떤 나를 만날 수 있을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종이와 펜을 벗 삼아 또 다시 낯선 길을 떠난다.






최유미 rubato_kki@naver.com 010-4869-4820

  • profile
    korean 2019.06.30 21:38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69
173 제 28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 꽃 외 1편 1 젤리 2019.04.10 40
172 ▬▬▬▬▬ <창작콘테스트> 제28차 공모전을 마감하고, 이후 제29차 공모전을 접수합니다 ▬▬▬▬▬ korean 2019.04.11 44
171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 맛있는 것들 3 south0510 2019.04.15 74
170 멀리건 1 하이에나김 2019.05.29 12
169 태양초 1 하이에나김 2019.05.29 23
168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 서호용정차 외 1편 1 파랑거북이 2019.06.06 45
167 계양산 장미원 2 정수엄마 2019.06.08 12
166 좋은생각 1 정수엄마 2019.06.08 16
» [제 29차 창작 콘테스트] 수필 부문 - 콤플렉스 외 1편 1 최리 2019.06.09 52
164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Honey 1 genie7080 2019.06.10 21
163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 - 장모님외 1편 1 공감작가 2019.06.10 32
162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 [굳이 노력할 필요는 없다 외 1편] 3 기마현 2019.06.10 31
161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용의 머리뿐만이 아닌 꼬리도 가질 수 있다면.. 1 19사학과 2019.06.10 29
160 ▬▬▬▬▬ <창작콘테스트> 제29차 공모전을 마감하고, 이후 제30차 공모전을 접수합니다 ▬▬▬▬▬ korean 2019.06.11 47
159 수필 1 : 나를 위로해주는 모든것들... 2: 한번도 실패해보지 못했을때의 추억들... 1 뻘건눈의토끼 2019.07.08 37
158 느림의 미학외 1건 1 file 꿈을가진코끼리 2019.07.14 34
157 제30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부문 응모:타작마당 외 1편 1 찬물샘 2019.07.21 29
156 공모전-이별에 대하여 외 1편 1 웃으면복이온다 2019.08.01 37
155 [30회 창작콘테스트 수필부문] 청춘미션 외 1편 2 낌찍찍 2019.08.01 62
154 [30회 창작콘테스트 수필부문] 삼색 볼펜 외 1편 1 공감작가 2019.08.10 33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