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9
어제:
33
전체:
283,886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44890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1679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79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51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조회 수 25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모님

정명호


  장모님이 오셨다. 몸이 편찮으시면 휴양 겸 해서 당신 딸집에 오곤 하신다. 이번에는 머리가 어지럽다고 하신다. 꼭 아프기 때문에 오신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장모님이 다녀가시면 집이 이전과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족은 호불호가 나뉜다. 외할머니가 오신다는 소문이 돌면 큰딸은 벌써 입이 두 주먹은 나온다. 자기 침대 방을 내 줘야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엄마를 본다는 마음에 마치 소풍가는 아이처럼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작은 딸은 엄마가 좋으니깐 자기도 마냥 좋다. 내 집 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백년손님답게 어느 새 얌전한 고양이가 된다. 맛있는 요리를 해 주시기 때문만은 아니다. 쥐꼬리만큼 하는 집안일을 공식적으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관해도 되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가 하는 집안일을 도울 때가 있다. 아내보다 일찍 일어나는 날이면 아침 밥상을 차린다. 반찬이며 수저를 마치 유치원 아이들 줄 서듯 삐뚤빼뚤 놓는다. 아내가 설거지 거리를 싱크대에 담그고 일하러 나갈 때면 나는 남의 집 살림인양 모른척하며 미루기가 일수다. 거실에는 다 마른 빨래가 제 서랍 속을 가려고 대기 중이다. ‘서랍 속에 들어가면 다시 나와야 될 텐데.’라고 생각하며 외면한다. 방바닥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무껍질 색처럼 어두운 장판이다. 먼지나 머리카락도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청소는 미루고 미루어 주말에 한다. 이것마저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장모님은 나와 달랐다.

  장모님은 살림꾼이시다. 장모님은 혼수용 한복과 이불가게 장사를 하신다. 앞집 옆집에서 파리가 날려도 장모님 가게는 파리가 앉을 만하면 어느 새 단골손님이 와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그럼에도 당신 입으로 말씀하시길 장사보다 살림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하신다. 반찬을 만들어 그릇에 정갈하게 담거나 설거지 후 그릇을 가지런히 놓거나 청소로 집안이 깨끗하면 마음이 편안하다고 하신다.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살림을 하듯 살뜰하게 하셔서 그런 것은 아닌지 짧은 생각이 스쳐간다. 당신 딸집에 휴식하는 마음만 오면 되는데 살림꾼이 눈치도 없이 장모님을 따라 오고야 말았다.

  아내는 장모님을 못마땅해 한다. 아침 일찍 침대 방에서 장모님은 홀연히 일어나신다. 냉장고 안을 수소문하신다. 가족이 함께 먹을 아침 밥상을 차리신다. 새 색시가 서방에게 올리는 첫 밥상마냥 반찬과 수저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아침 식사를 마치면 싱크대로 가셔서 설거지를 하신다. “정서방, 청소기 좀 돌려줘.”하고 말씀하신다. 로봇청소기는 익숙하지 않으시다. 손걸레로 책꽂이며 가구를 닦으신다. 로봇청소기가 제 할 일을 다 하면 이번에는 장모님 차례다. 바닥걸레로 집안 모든 바닥을 닦으신다. 빨래가 있다면 이 또한 장모님 차지가 된다. 쉬지 않고 일하시는 노모를 보고 좋아할 딸은 없을 듯하다.

  수혜자는 나다. 장모님은 한 달 정도 머무시고 댁으로 가셨다. 싱크대에 설거지 거리는 없다. 가스레인지는 반짝반짝 윤이 난다. 거실에 있던 빨래는 제 집을 찾아 서랍 속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책꽂이에 친구처럼 있던 먼지는 사라졌다. 번쩍이는 살림을 경험한 눈은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설거지가 나오면 바로 했다. 빨래가 마르면 바로 걷었다. 물걸레와 바닥걸레질을 매일 했다. 정리 정돈되고 청결한 것이 익숙해졌다. 마음도 깨끗해지는 듯하다.

  장모님이 계셨던 자리는 이전과 달라졌다. 두 주먹만큼 나왔던 큰 딸 입은 손에 든 오만 원과 함께 제자리를 찾았다. 작은 딸은 그냥 웃고만 있었는데 용돈이 쥐어져 있다. 내 손은 비워 있지만 내 머리는 채워졌다. 하찮게 여길 수 있는 집안일이지만 일은 미루지 말고 바로 해야 함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사위가 가진 게으름을 아프다는 핑계를 삼아 따끔하게 훈계하시러 오셨던 것 같다.

  장모님이 처고모님과 놀러 오셨다. “집안이 깨끗해졌네.”하신다. 매일 청소하고 있다고 말씀도 드리지 않았다. 마치 몰래카메라를 보신 것처럼 알고 계셨다. 장모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종업원

정명호


  포장지 안에 밥이 없다. 동네에 있는 식당에서 순대국을 사왔다. 마침 저녁 밥 때였다. 밥 때를 놓치지 않는 나로서는 불쾌함이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종업원이 중요한 것을 빠트렸다.

  아내는 식당에 전화했다. 종업원과 연결되어 밥을 넣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잔뜩 화가 난 상태로 다시 식당을 향해 집을 나섰다. 배가 고파서만은 아니다. 하지 않아도 될 실수를 해서 가지 않아도 될 장소를 가는 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종업원을 처음 봤을 때 전 손님에게 실수했던 것이 기억났다. 실수를 상습적으로 하는 종업원이라고 생각했다. 사장은 도대체 뭘 믿고 자리까지 비우는지 한심하기까지 했다.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가 있다. 군대 입영을 앞두고 몇 달 동안 여유가 있었다. 용돈을 벌 요량으로 일자리를 알아봤다. 낮에는 친구가 일하는 주유소에서 함께 주유하는 일을 했다. 저녁때도 시간이 남아 백화점 안에 있는 식당에서 서빙 일을 했다. 주유하는 일은 친구가 있어 재미있었다. 예전에 숙부 댁에서 차를 운전한 경험이 있다. 그때도 주유를 받아는 보았지만 주유를 해 본 경험은 없다. 일하는 첫 날 친구 덕에 상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일이야 하면서 배우면 돼. 중요한 건 기름을 잘못 넣으면 안 돼.”하고 주의를 줬다. 휘발유 차에 경유를 넣는다든지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 실수를 누가 하냐며 가볍게 웃음으로 넘겼다.

  주유 일을 하던 둘째 날이다. 또래가 한명 더 있었다. 나이가 같아 금방 친하게 되었다. 이틀 밖에 되지 않았어도 친구들이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생겼다. 신병답지 않게 친구들끼리 서로 얼굴을 보며 농담도 하고 장난도 쳤다. 주유 할 차가 오면 미숙한 나를 도와주기도 했다. 차 종류는 많았다. 덤프트럭을 시작으로 자그마한 오토바이까지 다양했다. 처음 몇 번은 친구가 와서 도와주기도 했다. 손에 익숙해지자 각자 맡은 차에 가서 주유를 했다. 내 손으로 주유한 차가 몇 대나 지나갔다. 마치 밥 먹은 개구쟁이 아이가 신나게 놀러가는 모습처럼 그려졌다.

  중년 나이로 보이는 남자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식수를 뿜어내는 주유소도 아닌데 차도 없이 사람만 오는 것이 의아했다. 길을 물어보러나 생각했다. 내 앞에 섰다. “차가 가다 멈췄어요. 기름 잘못 넣은 거 아닙니까?”하고 황당한 모습으로 말한다. 더 황당했던 나는 말조차 꺼낼 수가 없었다. ‘절대 기름 바꿔서 넣으면 안 된다.’는 친구가 한 말이 신기루처럼 아른 거렸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중년 남자는 몇 대 지나간 차중에 한 운전자였다. 승용차였으니 휘발유를 넣었을 거라고 생각할 뿐이다. 경유를 넣었는지는 차가 멈춰서 알 뿐이지 당시 상황을 재연할 수 있지는 못했다.

  친구는 신속히 움직였다. 내가 마치 정지 화면을 보는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친구는 중년 남자와 함께 차로 갔다. 차는 다행히 길 한 복판이 아닌 골목에 정차해 있었다. 친구는 대야와 휘발유를 담은 페티 병을 준비했다. 차 밑으로 들어간 친구는 연료통 출구를 찾아 열었다. 토해 내는 기름은 대야에 담았다. 토해 된 기름을 주유소로 보내고 움직이게 할 휘발유 넣기를 반복했다. 신기하게도 차는 움직였다. 주유소를 다시 찾은 차에게 마치 해장국을 먹이듯 휘발유를 가득 채웠다. 아무 군소리 하지 않고 친구는 빠르게 해 치우고 운전자까지 돌려보냈다.

  사람은 실수한다. 내가 주유소에서 실수 했던 것처럼 식당 종업원도 실수했다. 친구는 수습하기에 바빴는데, 나는 혼쭐낼 생각만 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친구가 내 옆에 있었다면 내 뒤통수를 후려 갈겨도 나는 아무 말을 못할듯하다. 비교를 하자면 밥을 빠트린 것은 기름을 바꿔 주유하는 것보다 비용이나 시간이나 가벼운 실수다. 친구가 얼마 전부터 보험 설계를 시작했다. 자동차 보험을 하나 들었다.

  밥 받으러 식당에 왔다. 하늘을 치솟던 분노는 추억에 대한 분수로 바뀌었다. 종업원은 “죄송합니다. 김치랑 깍두기 하나도 더 넣었어요.”하고 겸연쩍어 하는 얼굴이다. 순대국은 다른 날보다 더욱 담백한 맛이 났다. 친구를 부르는 맛이다.



  • profile
    korean 2019.06.30 21:39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34
173 제 28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 꽃 외 1편 1 젤리 2019.04.10 38
172 ▬▬▬▬▬ <창작콘테스트> 제28차 공모전을 마감하고, 이후 제29차 공모전을 접수합니다 ▬▬▬▬▬ korean 2019.04.11 42
171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 맛있는 것들 3 south0510 2019.04.15 72
170 멀리건 1 하이에나김 2019.05.29 10
169 태양초 1 하이에나김 2019.05.29 21
168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 서호용정차 외 1편 1 파랑거북이 2019.06.06 30
167 계양산 장미원 2 정수엄마 2019.06.08 10
166 좋은생각 1 정수엄마 2019.06.08 14
165 [제 29차 창작 콘테스트] 수필 부문 - 콤플렉스 외 1편 1 최리 2019.06.09 50
164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Honey 1 genie7080 2019.06.10 14
»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 - 장모님외 1편 1 공감작가 2019.06.10 25
162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 [굳이 노력할 필요는 없다 외 1편] 3 기마현 2019.06.10 29
161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용의 머리뿐만이 아닌 꼬리도 가질 수 있다면.. 1 19사학과 2019.06.10 25
160 ▬▬▬▬▬ <창작콘테스트> 제29차 공모전을 마감하고, 이후 제30차 공모전을 접수합니다 ▬▬▬▬▬ korean 2019.06.11 37
159 수필 1 : 나를 위로해주는 모든것들... 2: 한번도 실패해보지 못했을때의 추억들... 1 뻘건눈의토끼 2019.07.08 32
158 느림의 미학외 1건 1 file 꿈을가진코끼리 2019.07.14 32
157 제30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부문 응모:타작마당 외 1편 1 찬물샘 2019.07.21 27
156 공모전-이별에 대하여 외 1편 1 웃으면복이온다 2019.08.01 35
155 [30회 창작콘테스트 수필부문] 청춘미션 외 1편 2 낌찍찍 2019.08.01 60
154 [30회 창작콘테스트 수필부문] 삼색 볼펜 외 1편 1 공감작가 2019.08.10 27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