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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쓰는 편지


   1960년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짓기 시작하던 때였다

심훈<상록수>가 영화로 상영되고 배워야 산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던 시절이기도 했다

야학이란 것이 생겼고 배움에 대한 열망이 소녀들 가슴에 불을 붙였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년을 졸라 중학교에 가게 된 날,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했다. 학교가 워낙 멀어도 힘든 줄도 몰랐다.

   어느 해 겨울이었다. 그날도 발이 푹푹 빠지는 눈 속을 걸어왔더니, 영환 오빠 어머니가 당산나무 아래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대 간 아들에게서 편지가 왔다며 읽어주고 답장을 써달라고 했다. 우리는 같이 집으로 왔다. 이웃집에 살던 광주 댁까지 따라 들어왔다.

   편지는 부모님 전 상서로 시작되고 있었다

아버님, 어머님. 기체후 일양만강 하옵시고, 불초 소생은 훈련 잘 마치고 강원도 철원으로 자대배치 받아서 왔습니다.’

겨우 편지 한 대목을 읽었는데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나도 콧등이 시큰해져 목소리가 잠겼다.

강원도 철원이 어딘가. 북한과 맞닿은 최전방이 아니던가

그때만 해도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방은 무척 위험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당연히 어른들의 걱정은 극에 달했다. 당시에는 군대에서 사고로 죽거나 장애를 입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란 후라서 면회도 할 수 없어 아들을 군대 보내 놓고 화병으로 죽은 어머니도 있었다. 영환 오빠 어머니는 편지를 다 읽는 동안 연신 훌쩍거리면서도 여그는 다 잘 있으니께 몸성히 지내라고 써라. .” 하며 두서없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콧물은 인자 괜찮아졌냐? 배 아픈 건 어떠냐?” 등등, 건강에 대한 안부가 가장 많았다. 못 먹고 못 입던 시대라 어쩔 수 없었다. 그때는 배 아픈 애들이 많았다. 때문에 학교에서 회충약을 의무적으로 먹이기도 했다. 콧물 흘리는 애들도 흔했다. 콧물을 소매로 닦다 보니 소매가 반질거리는 애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집 도야지는 암내가 나서 영수네 씨돈 으로 거시기 혀서 새끼를 배았당게당시 소 돼지와 닭 같은 가축은 큰 재산이었다.

  우리 마을은 백여 호가 넘는 집성촌이었지만 타성도 있어 서로 어우러져 살았다. 군대 간 청년이 여섯 명이었는데 그중 다섯 명에게 대필편지를 써주었다. 덕분에 글 솜씨가 늘어 군민의 날 백일장 대회에 나가 장원에 뽑히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번 편지가 오가다 보니 영환 오빠는 직접 내게 편지를 써 보냈다. 어느덧 안부편지가 연애편지로 변한 것이다.

   어느 해 봄, 학교 연못가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이었다. 그때, 친구가 어깨를 툭 쳤다. 오빠라는 사람이 날 찾아왔다고 했다. ‘오빠가 없는데 누굴까.’ 궁금증이 일어 창밖을 내다봤다. 군복을 입은 건장한 남자가 운동장에 서 있었다. 바로 영환 오빠였다

순간 내 얼굴은 홍당무가 되고 말았다.

   그는 담임과 교장 선생님이 있는 곳에서 나를 찾았다고 했다

소문은 조그만 시골 여학교에 삽시간에 퍼져 학생들이 그를 보려고 몰려들었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고 교실에 들어와서도 쑥덕거렸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른 채 수업이 끝났다. 통학버스를 타러 가는데 그가 왔다.

우리는 차를 타고 오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동네에는 벌써 우리가 연애 한다고 소문이 쫙 퍼져 있었다.

   영환 오빠가 마지막 휴가를 나왔다. 우리는 결혼을 전제로 만났지만, 양쪽 집에서 모두 반대했다.

땡볕에 밭일하다 쓰러진 일이 있는 어머니는 나를 도시로 시집보내려 했다. 집안 어른들의 반대에도 학교를 보낸 이유였다

게다가 영환 오빠가 큰아들이어서 절대 안 된다 하셨다.

   영환 오빠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몸이 약해서 큰 며느릿감이 아니라 했다. 그때는 연애라는 게 환영받지 못한 시대였다

가시내를 학교에 보내 집안 망신 시켰다고, 밖에 나가면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 다리를 분질러 놓겠다는 아버지의 엄명이 떨어졌다

그가 농약을 마시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병문안조차 갈 수 없었다.

   그의 자살소동으로 급기야 시댁에서 먼저 결혼을 승낙했다. 우선 아들을 살려야 했고 탈영병으로 남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시부모님은 도시에 신혼집을 마련해주셨다

결국, 그렇게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그야말로 대필편지가 이어준 사랑의 끈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 하나를 남겨둔 채 남편은 일찍 내 곁을 떠났다.


해마다 봄이 오면 나는 벚꽃 흩날리는 거리를 걸으며 그를 생각한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으로 그에게 편지를 띄운다.





화해의 기술


   어린이집 앞에 있는 놀이터에 방방 뜀틀이 설치되었다. 덕분인지 갑자기 놀이터에 아이들이 많아졌다

새로운 놀이기구에 신이 난 아이들의 함성으로 놀이터가 종일 시끌벅적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어른도 많아져 무슨 행사장을 방불케 했다.

   나는 다섯 살 손자를 뜀틀에 보내놓고 밖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십여 분쯤 지났을까

손자가 넘어지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우리 손자를 밟으며 뛰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내가 소리쳤다. 혹시 배라도 밟으면 어쩌나 싶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나는 손자와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사과를 하는 게 좋지 않겠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는 겁이 났는지 뛰어가 버렸다. 간신히 아이를 쫓아갔다. 그리고는 아이 등을 한 대 때렸다

그때였다. 어떤 아주머니가 달려왔다. 보아하니 아이의 이모인 듯했다. 그녀는 자초지종을 듣지도 않은 채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곧 아이 엄마까지 합세해 나를 몰아붙였다.

  칠순을 바라보는 내가 젊은 여자 둘을 감당하기는 벅찼다. 그들은 할머니라고 날 얕잡아보고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았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며느리 처지도 내 처지도 속이 상했다. 도저히 그들을 당할 수 없어 병원에 우선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의사는 아이가 놀란 것 같으니 안정을 시키라고 했다. 집에 와서 손자에게 물을 먹이고 꼭 안아줬더니 잠이 들었다.

   저녁밥을 먹으려 하는데 누군가 찾아왔다. 문을 열어보니 그 아이의 엄마가 남편까지 데리고 왔다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도 그들은 버틴 채 시비를 걸었다. 자기 아들 등에 난 손자국을 사진으로 남겨두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난 그들과 언성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고, 들어오면 차를 대접할까 했는데 막무가내였다. 그들은 내게 고소할 거냐고 따져 물었다. 그럴 일 없다고 했더니 안심이 되는 듯 가버렸다.

   며느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찌된 영문이냐고 물었다

아이 엄마가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며느리 번호를 알아낸 모양이었다. 며느리 말에 의하면 그들이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산다는 것이었다.

아이 엄마는 자신의 아이 잘못은 말도 하지 않고 내가 아이 등짝 때린 것만 문제로 삼은 모양이었다. 어린이집 원장도 그랬다.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나 가르쳐줘도 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일로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싶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며칠 뒤, 엘리베이터에서 그 엄마를 만났다. 얼굴이 차갑게 굳어있는 그녀를 향해 나는 미소를 보냈다.

  “머리염색을 했나 봐요. 훨씬 더 예뻐요.” 했더니 그녀가 약간 웃었다

그리고 그녀와 또 한 번 마주쳤을 때는 안경을 벗어버렸네요.” 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그녀가 라식 수술한 거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예쁜 얼굴이었다.

   다음날,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랑 먹을거리를 사 들고 그 집을 찾아갔다.

손자도 데리고 갔다. 그 엄마는 좀 당황하는 것 같더니 이내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아무리 강하고 냉정한 사람도 웃는 얼굴로 다가가면 마음을 열 수밖에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들보다 훨씬 많은 걸 겪어온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소통방식이었다

   노인이 한명 없어지면 도서관이 하나 없어진 것과 같다는 말이 생각난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그만큼 많은 체험과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겠지.

요즘은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만큼 세상이 삭막해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난 요즘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렇게 지내고 싶지 않다

   옆집 은솔이네랑 이웃사촌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장난감이며 옷, 음식도 나눠 먹다 보니 편하고 친근한 이웃이다

몰라서 그렇지, 알고 나면 좋은 사람도 많다는 걸 경험으로 터득한 바다.

  그녀와 그렇게 화해하고 난 뒤 이제는 어디서 만나든 반가워하는 사이가 되었다

내년에 유치원에 들어가야 하는 손자를 위해 나는 그녀에게 이것저것 묻곤 한다

큰 아이의 예를 들어가며 내게 조언을 해 준다. 아이 키우는데 있어서는 내가 후배인 셈이다. 나는 귀를 열고 잘 새겨듣는다.

마음이 홀가분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성 명 : 박 선 영

이메일 : park480303@hanmeil.net 

전 화 : 010 2261 7510

  • ?
    적극적방관자 2020.02.03 23:25
    혹시 착할 선에 꽃부리 영을 쓰시나요? 이름자만큼 착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보다 대여섯 정도 연배이신것 같은데 부군의 요절로 많이 힘들었을 삶을 꿋꿋하게 잘 이겨 오셨군요. 소중한 삶을 스스로 삼류로 만들고 그 자학에 빠져 허우적대는 제가 많이 부끄럽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 profile
    korean 2020.02.29 20:34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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