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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무언가가 살짝만 닿아도 쨍 하고 깨질 듯 맑고 차가운 새벽하늘.

상현달인지, 초승달인지 외로이 떠 있는 달로부터의 냉기에 내뿜는 담배연기조차 을씨년스럽다.

어제 오후에 갑작스레 시작된 눈발은 밤이 되자 강풍까지 동원하며 휘몰아쳤었다.

때 아닌 2월에 눈이 이 만큼이나...?

 굳이 죄 없이도 주눅들기 좋은 형사법원까지는 아니었어도 괜한 위압감에서는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가정법원의 숨막히는 완고함 속에 마치 라벨부착을 기다리는 컨베이어벨트 위의 공산품처럼 그렇게 ‘돌싱’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굳이 다른 점을 들먹이자면 "000, 000씨 협의이혼 하시려는 거 맞죠?" 정도의 영혼 없는 확인 멘트가 덧 부쳐진다는 것일 뿐.

 몇 년을 살았든 미운 정, 고운 정이 뭉뚱그려졌을 터다. 그 무거운 부부의 연을 끊어내기 위해 좁은 복도에서 안달하던 수많은 사람들 중엔 ‘돌싱’이란 고상한 표현이 딱 '남의 옷' 같을 후줄근한 인생들이 더러 있었는데, 37번 번호표를 가진 우리 부부도 그 어줍잖음을 한 몫 거들고 있었다.

 천편일률 굳은 표정의 부부들 속에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한 여인의 "인간이 끝까지 속을 뒤집어 놓는다"며 오지 않는 남편을 저주하던 모습이 인상 깊다. 어차피 위장이혼 아닐 바에 좋은 감정이 남아있을 리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마지막까지 저리 표독스러움을 드러낼 필요까지야...

 그나저나 이 괜한 오지랖은 또 무어란 말인가?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와이프의 표독스러움도 저 여인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터에, 아니, 그보다 나 역시 마지막까지 속을 썪이는 저 여인의 놈팡이와는 다르다고 목 세울 수 없는 주제일 터에… 이미 지난 과거의 일이지만 새삼 낯 뜨겁다.

 드라마 같은 데서는 헤어진 부부가 이혼 후에도 가끔 만나 술도 한잔하고, 서로 도움도 주고받으면서 좋은 친구 사이로 남는 경우가 종종 연출된다. 각색의 과정을 거친 것일 테지만 드물게 날것 그대로 이런 모습인 경우도 아주 없진 않을 터다. 친구처럼 자연스레 만나 술잔을 부딪고 서로의 안부를 챙기며 사업적으로도 도움을 주고 받는다? 서로 ‘돌싱’ 그대로의 상태라면 모를까, 새 배우자를 만난 뒤엔 언감생심, 가당치도 않을 이런 그림이 내가 청장년 20년 세월을 보낸 아르헨티나에서는 그냥 일상이었다.

그들의 문화는 그냥 그랬다. 한국과 달리 현 배우자와 전 배우자 간에 특별한 적대감이 형성돼 있지 않아 식당 등 대중이용시설에서 우연히 부부가 조우라도 하게 되면 반갑게 인사를 교환하고 서로를 소개한 뒤에 경우에 따라서는 합석해 식사를 함께 하기도 한다. 드물게는 그 자리에서 전 배우자의 성적 취향까지 무슨 귀한 정보라도 되는 양, 주고 받고 한다니 한국사람들 시선으로는 참 별난 넘들일 수도 있겠다. 이해 안 되는 채로 그들의 문화인 것이다.

치고 받고, 갈 데까지 가서 법의 힘을 빌려 갈라 선 뒤에도 이러냐고? 잘은 모르되 그건 아닐 수 있다. 문화가 넓고 개방적이라고 사람들 속도 그러란 보장은 없으니까’’’. 하지만 헤어지는 과정에서는 서로 이빨을 드러내고 온갖 저주를 퍼부었더라도 일단 갈라 서고 나면 이들은 쿨하게 서로의 행복을 빌어 준다. 법에 의한 갈라섬이라도 말이다. 죽이고 싶은 상대일 망정 계속 저주하고 증오해 봐야 자신을 괴롭히는 것일 뿐이고 상대 역시 자신에 대한 증오심을 갖게 만들어 결코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것이 합리적이고 현명한 처신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문화에 스며들어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합의가 되지 않아 법정까지 가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합의로 헤어지는 경우에도 아르헨티노들의 이런 여유는 기대난망일 것이다. 헤어진 배우자를 저주하는 것이 자신을 괴롭히는 일임을, 지적 수준 높은 한국인들이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내가 좀 괴롭더라도, 저 인간 행복한 꼴은 죽어도 못 보겠다’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오기의 발동일 터다. 당사자도 당사자지만 부모형제, 친구 등 주변이 더 난리다. 혼인은 물론이요, 이혼에까지 승패의 잣대를 들이대 전투의지를 부추기는 것이다.

사회가 문제고 문화가 저질인 거다. 이혼이 권장할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해서는 결코 안 되는 절대의 금기 역시 아니다. 이혼은 사회악이라거나 반 사회적인 범죄행위가 아닌 그저 운이 나빠 겪는 한번의 실수일 뿐이다. 요컨대 어느 시점에서의 이혼을 작정하고 결행하는 결혼은 없을 것이기에 말이다

‘남존여비’로 대표되는 우리의 500년 역사는 줄곧 여성의 인권을 억눌러 왔다. 세상이 바뀌어 여성의 사회 참여, 수익창출이 늘면서 여권도 적지 아니 신장되어왔기는 해도 역사의 일천함으로 사회전반에 억눌림의 흔적이 남아있는 데다 아직은 스스로 자존감을 정립하고 있지 못한 여성들이 훨씬 더 많은 현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사회 저변의 시선이 이런 변화의 수용을 거부하고, 이혼한 여성을 무슨 흠이라도 있는 것처럼 색안경 너머로 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런 이유로 여성들이 이혼을 하는 게 아닌 당하는 것으로, ‘물러서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스스로를 진흙탕 싸움으로 내몰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의 개선을 위해 우리의 문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절실한 것이겠다.

소경이 고작 코끼리 다리만 만져본 것으로 코끼리에 대해 아는 체 하듯, 섣부른 논리로 되도 않는 진단과 처방을 하느라 참, 멀리도 돌았다. 이제 본질로 돌아와서 이 이야기를 마무리해야겠다. 인류의 문명이 고도화되면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공평함의 범위가 많이 축소된 것 같다. 아르헨티나가 기차를 운용하던 100년 전, 내나라 조선의 백성들은 소달구지나 말을 타고 다녔다. 그 아르헨티나의 현재 GNP6500달러로 우리의 1/5 수준이다.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에 선진국들을 따라 잡느라 그 공평함의 훼손이 더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대한민국의 개천에서는 더 이상 용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 그럼, 몇 남지 않은 공평함 중에 대표적인 건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시간이 아닐까 싶다. 물이나 공기와 달리 빈부귀천을 차별하지 않는 그 공평함. 하지만 그 공평함을 운용하는 데는 빈부귀천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누구에게나 고르게 주어진 시간의 엄중함을 너무 늦게, 불혹을 한참이나 넘기고야 겨우 깨달았다. 오늘 이 회초리는 여전한 어리석음에 대한 따가운 응징이리라. , 못났다.

  • profile
    korean 2020.05.03 16:58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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