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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좀 더 둔감하게 


  사소한 말이 갑자기 귀에 와서 확 꽂히는 때가 있다. 일요일 늦은 아침, 아침을 준비하러 거실로 나왔다. 남편이 구부정하게 소파에 앉아 빨래를 개고 있었다.

"빨래 다 말랐어?"

"그럼 다 안 마른 빨래를 개겠어. 다 말랐으니 개지."

전날 베란다에 널어 놓은 빨래라 분명히 안 말랐을 것 같아 물어 본 말이었다. 내가 늦게 일어났다고 생전 타박한 사람은 아닌데... '나도 그런 것쯤은 안다'라는 듯 무심하게 내뱉은 말이 나에게는 길 가다가 난데없이 물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아침을 준비하며 그의 말을 곱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 나쁜 말이었다. 물론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빨래를 개는 남편에게 칭찬을 먼저 해야 했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말을 그렇게 하다니. 나는 비위가 상해 버렸다. 더군다나 아침을 먹으며 보니 '어라, 그럼 그렇지' 덜 마른 양말짝 몇 개가 빨래 바구니에 걸쳐져 있다. 속으로 '거 봐, 내 말이 맞네 뭐' 하며 일의 과정을 무시하고 칭찬보다는 결과를 두고 스스로 의기양양해 하기까지 했다.

 

  그로 말미암아 살짝 건드린 것뿐인데 입을 금세 꾹 다물어 버린 조개처럼 나는 하루 종일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는 내가 왜 입을 다물었는지, 아니 입을 다물어 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나 혼자만 입을 다물고 속에서는 보글보글 거품이 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새벽녘이면 찾아와 등줄기와 머릿속까지 뜨겁게 만드는 갱년기 불청객으로 옹졸해진 내 속을 탓하며 스스로를 위로해 보기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아닌 말이 어떤 때는 가시가 되어 폐부를 찌른다. 같은 말이라도 ""다르고 ""다르다고 하지 않은가. 나의 말이 상대방의 가슴에 가시가 되어 찔렀던 적은 없었겠는가. 그 한 마디가 뭐라고 '이 나이 먹어도 말 한마디 가지고 따지니? 그러고선 좋은 하루를 망치니? 좋은 것만 보면 안 되니?' 나에게 자문해 보기도 했다.

  

  서로 심사가 사나울 때는 하는 말도, 듣는 말도 날이 선다. 자신도 모르게 베일 수도 있고 벨 수도 있다. 남편은 하던 사업을 접었다. 5년여의 삶이 물거품이 되었다. 자의든 타이든 접고 싶은 일을 접었으니 나도 그도 시원하기도 하지만 심란하기도 하다. 심사가 사나운 중에도 아침 일찍부터 빨래 개고 있는 남편에게 내가 던진 말 한마디가 더 벼락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드는 이유는 뭘까? 말을 곱씹고 역지사지해보니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요즘 우리 부부에게는 와타나베 준이치가둔감력에서 말하는 "둔감력"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저자는 어떤 일이나 말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는지 자각하고 적절하게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라고 한다.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둔감함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재능이라고.  

 

   그 한마디가 무슨 대수랴. 그 마음 아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시키지도 않은 빨래를 개어주는 남편이 어디 있다고. 그럼 됐지. 뭘 더 바라나. 좀 더 둔감하게 살자.




2.경고등이 떴다!

 

  출근길, 운전 중 작은 떨림이 감지되더니 바로 계기판 왼쪽에 "check" 라는 주홍색 불이 들어왔다. 작년부터 종종 일상적인 일이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체크하라는 경고등을 바라보며 문득 나의 왼쪽 눈과 대비가 되었다. 며칠 전에 나의 눈에도 빨간 경고등이 떴기 때문이다. 왼쪽 눈동자 아래 흰자위에 피가 고여 빨간불을 켠 듯했다. 차는 주홍색 체크 경고등을 켜고 나는 눈에 빨간색 경고등을 켠 채 출근을 하고 있었다. 차 룸미러로 내 눈 한번 쳐다보고 계기판 체크등 한번 바라보았다. 번갈아가며 다시 쳐다보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네 신세나 내 신세나 다를 바 없구나.’

 

  자동차랑 함께 한지도 어느덧 12년이 되었다. 잦은 장거리 운전으로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길다. 혹사를 시킨 셈이다. 그러니 더 노후가 되었다. 엔진 체크등에 불이 들어와서 정비 공업사에서 진단기를 꽂아 진단을 하고 수리를 하였다. 그러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체크등에 또 불이 들어왔다. 정확한 병명을 집어내지 못하고 헛수고에 돈만 들였다. 갈 때마다 병명이 다르다. 얼마 전엔 운전하다가 갑자기 떨림이 심해지더니 속도가 줄고 체크등이 깜박거리기까지 했다. 깜짝 놀라서 신호 대기 상태에서 시동을 껐다 켜고는 목적지에 간 적도 있었다. 차나 사람이나 연식이 길어지니 이렇게 불이 들어온다. 제발 ! 나 좀 봐 달라는 신호인 것이다 .

 

  이상하게도 며칠 전부터 왼쪽 뺨이 눈이 부은 듯 다른 느낌이 들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늦은 밤 거울을 보니 문득 왼쪽 눈이 이상했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보니 눈자위 아래쪽에 빨간 피가 고인 듯했다. 닦아 내면 빨갛게 피가 묻어 날것만 같았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아이들 곁으로 가서 모르는 척 짐짓 눈이 이상한 것 같다며 들이댔다. 아이들은 깜짝 놀라 바로 휴대폰에 검색을 하더니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 같단다. 병원 안 가도 며칠이 지나면 완화될 거라고 의사처럼 말을 했다. 그리고는 책도, 휴대폰도 보지 말로 빨리 자라고 등을 떠밀었다. 바로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휴대폰을 들었다. 아이들이 들여다보며 휴대폰 보면 안 된다고 나에게 몇 번씩 관심을 보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의 몸도 나에게 관심이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

 

  우리 집 자동차는 이제는 스무 살이 다 넘은 아이들과 초..고교 시절을 함께 해 왔다. 우리 가족의 숨과 때가 묻어 있다. 아이들의 초등시절에는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고 산으로 바다로 캠핑을 같이 가주었다. .고교 시절엔 아이들의 등하굣길, 학원 길에 함께 했다. 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었고 부족한 잠을 잤다. 명절에는 먼 길을 마다 않고 양가 시골집에 함께 가주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늙어서 병명도 알아내지 못한 채 골골거리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함께 했던 물건들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아프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

 

  내가 몸을 너무 혹사시키기는 했다. 일주일에 월.금은 동생이 운영하는 책방에서 알바하고 화..목은 남편이 있는 밀양 회사에서 일을 한다.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을 한다. 말하자면 나는 세 집 살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생활이 2년째 계속되고 있다. 거기다 남편 사업 때문에 얼마나 가슴 앓이를 했던가. 그러니 눈에 불이 켜진 것일 것이다. 이젠 나를 돌아보고, 돌보라는 경고등이다. 사람도 자동차도 신호를 받고 무시해서는 안 되는 법이지. 큰일이 날 수도 있다. 나는 나의 몸을 넘어 마음까지도 달래고 어루만져 준다.

 

  며칠 후 출근길, 차의 시동을 걸고 계기판을 들여다보았다. 어허, 경고등이 사라졌다. 가끔 사라지기도 했었지만 오늘은 특별히 운전대를 잡고 쓰다듬어 준다. 내 눈의 경고등도 점점 붉은빛이 사라지고 있다. 기분 좋게 골목길을 빠져나와 강변북로로 길을 잡는다.




전난희   kidarisein@hanmail.net   010-8783-9939




  • profile
    korean 2020.05.03 17:02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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