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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주머니가 작다고?

 

초등 대안학교에서 근무할 때 제가 2년 동안 담임을 했던 3학년 2반에 민호라는 순수하고 잘생긴 아이가 있었습니다. 하얀 피부에 늘 밝은 표정을 짓는 민호는 정이 많아서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자주 표현했습니다. 뒤에서 몰래 놀래키기도 하고, 풍선껌을 슬그머니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모습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모두 민호를 좋아했습니다. 사람들은 민호에게 매우 친절하고 관대했습니다. 민호가 책을 읽을 때 한 문장이라도 더듬거리지 않고 읽으면 선생님들이 크게 칭찬해주었습니다. 민호가 줄넘기를 10개를 하면 친구들이 민호에게 대단하다며 추켜세워 주었습니다. 친구들은 100개도 넘게 하는데 말입니다.

사람들이 민호에게 관대하고 친절한 대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민호는 언어지연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에 민호는 3학년이지만 언어능력은 6살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민호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민호는 짧은 단어 몇 개로 상대방이 알아차릴 때까지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민호의 언어지연은 자폐적 성향을 띄고 있는데, 자기 감정에 매우 충실하고 때로는 작은 일에 심하게 고집을 부릴 때도 있었습니다. 민호는 학교에서 국어나 수학 과목은 사랑반에서 특수교사와 따로 수업을 받았습니다.

민호는 친구들에게 사랑받고 이해받는 아이로 자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민호에 대한 사람들의 관대한 시선이 민호가 가진 재능과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 늘 아쉬웠습니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민호는 생각 주머니가 작은 아이야~”

미애가 이번 학기에 새로 편입해온 예지에게 민호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아직 우리 반 아이들을 다 알지 못하는 예지에게 아이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나봅니다. 하지만 그 말이 저에게는 썩 편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생각 주머니가 작다고? 그 말은 누구한테 들었어?”

미애에게 물었더니, 미애는 긴장한 얼굴로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뭔가 자신이 잘 못 말해서 혼나는 건 아닌가 긴장한 얼굴이었습니다.

미애야, 민호가 생각 주머니가 작다는 거.. 누가 알려줬어?”

“... 엄마가요...”

그렇구나... 민호가 생각 주머니가 작을까? 한 번 생각해보자.”

이렇게 말하고는 칠판에 크게 사람 옆모습을 그렸습니다. 저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편이라 아이들은 제가 그린 그림을 보고 하나 둘 웃기 시작했습니다. 긴장된 교실 분위기가 한 층 가라앉았습니다. 사람 옆모습을 그리고 머리 쪽에 뇌 모양을 그렸습니다.

이게 뇌야.”

그게 뭐에요~ 하하

아이들은 제가 그린 뇌 그림을 보고 재미있어 했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보고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생각 주머니가 작다면.. 아마 뇌가 이정도 되겠지?”

하고 말하면서 뇌 그림을 반 정도 지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뇌가 이정도라면.. 글을 읽는 것도 잘 못할 테고, 수학 문제를 푸는 것도 못할 거야. 그리고 운동을 하는 것도 힘들겠지? 이 중에 민호가 못하는 게 있나? 민호가 글을 못 읽니?”

아니요.”

잘 읽지?”

.”

민호가 수학을 못 푸니?”

아니요.”

저 보다 잘해요.”

종원이는 자신이 틀렸던 곱셈문제를 민호가 맞췄을 때 놀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럼, 민호가 운동을 못하니?”

아니요.”

민호는 이것들을 다 잘하네?”

민호는 영어도 저보다 더 잘해요.”

상혁이가 말했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민호는 오히려 생각 주머니가 크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이들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때 한 아이가 손을 들며 저를 불렀습니다.

선생님,”

그래, 무슨 일이니?”

어린이집 다닐 때, 어린이집 선생님이 민호는 생각 주머니가 작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러자 다른 아이가 말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민호가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고 했어요.”

 

아이들은 이미 선생님으로부터 부모로부터 이렇게 설명을 들어왔던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바꿔주기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나름대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실시했지만, 아직 생각이 변하지 않은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중에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 있니?”

없어요. 다 필요해요.”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학교에 와서 배우는 거겠지? 선생님도 도움이 필요해서 다른 선생님들께 자주 물어보고 도움을 요청한단다. 민호만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니라 너도 도움이 필요해. 우리 모두 도움이 필요하지.”

.”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공부하시고 고민하셔서 생각 주머니가 작다고 말씀하셨을 거야. 하지만 이제 우리는 3학년이니까 이 말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하는 듯 보였습니다.

물론 민호가 말이 좀 어눌하지? 대화할 때 좀.. 어려울 때도 있지?”

.”

그럼, 다른 건 다 괜찮게 하는데 말하는 거 하나 때문에 생각 주머니가 작다고 해야 할까?”

아니요.”

우리 중에는 줄넘기를 연속으로 못 넘는 사람도 있어. 또 수학을 이해하는 게 좀 더 오래 걸리는 아이들도 있지.”

그러자 몇 몇 아이들이 손을 들면서 저요.”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줄넘기를 연속으로 못 넘는 것 하나 때문에 생각 주머니가 작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

이상해요.”

잘못됐어요.”

그치? 그럼 수학 이해가 느리다는 것 하나 때문에 생각 주머니가 작다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에요.”

그래 내 생각도 그래. 줄넘기 연속으로 못 넘는 건 그냥 못 넘는 거지 생각 주머니가 작은 게 아니야. 수학을 이해하는 게 느린 건 그냥 느린 거지 생각 주머니가 작은 게 아니야. 민호도 말이 좀 어눌한 건 그냥 어눌한 거지 생각 주머니가 작은 게 아니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니?”

~”

근데요, 선생님.”

또 한 아이가 손을 들면서 말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민호가 7살이었을 때, 생각 주머니가 작아서 5살 정도라고 했었어요.”

그럴 수 있지. 그건 민호가 말하는 부분을 가리키는 거겠지?”

.”

말하는 부분이 좀 느릴 수 있어. 하지만 지금 민호는 말하는 게 참 많이 늘었지? 책도 잘 읽고?”

, 맞아요.”

엄청 늘었어요.”

줄넘기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3학년이라서 줄넘기를 200개는 해야지 않겠어? 하지만 아직 연속으로 넘지 못하는 건.. 아마 1학년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는 지금 3학년 1학기 수학을 배우고 있지만 아직 실제 수학 수준이 2학년인 사람도 있을 테고.”

아이들은 조용히 저의 말을 기다렸습니다.

사람마다 어떤 건 빠르기도 하고 어떤 건 느리기도 해. 그런데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느린 거 하나 때문에 생각 주머니가 작다고 말하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냥 수학 느린 건 수학 느린 거야. 말이 느린 건 그냥 말이 느린 거야. 민호는 생각 주머니가 작은 아이가 아니라 그냥 민호야. 미애는 그냥 미애야. 예지는 그냥 예지지. 우리 중에 생각 주머니가 작은 사람은 없어. 너희들이 내 생각에 동의한다면, 혹시 누가 민호에 대해 생각 주머니가 작다고 말할 때 나처럼 설명해서 오해를 풀어주면 좋겠다.”

~”

아이들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수업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통합교실을 맡고 나서 받은 큰 선물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장애를 장애로 보지 않고 여러 사람들 중의 하나로 보게 된 것입니다. 누구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도 여러 약점 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강점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장애인도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는 여러 사람들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가 자꾸 장애인으로 보려 하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강점조차 장애로 보게 됩니다. 민호는 TV에서 본 광고를 억양까지 그대로 따라합니다. 친구들은 민호의 그런 모습을 재미있어 하며 이해해준다는 눈빛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민호가 얼마나 놀라운 암기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것을 설명해주었을 때, 아이들은 그제야 민호가 TV광고를 흉내 내는 것을 보며 뛰어난 암기력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민호가 아닌 다른 사람이 TV광고를 완벽히 흉내 냈다면 그 사람의 강점을 금방 알아차렸을 테지요. 사람을 바라볼 때, 장애와 비장애로 분류하지 말고 그냥 사람으로 보려고 해야 합니다. 그럴 때, 그 사람을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약점만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약함과 강함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약자에 대한 편견을 벗어버릴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 profile
    korean 2020.05.03 17:05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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