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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살의 어느 더운 여름날 

끝없는 집안들의 반대와 당사자의 우유부단함에 지쳐

 군훈련 4주 이외에 헤어져 본 적조차 없었던

 12년 넘게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차갑게 이별을 고하고 짧은 순간을 만나고서 무언가에 홀리듯 결혼을 진행했던 한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있었다. 

예전 그와는 차디찬 얼음길과 불같이 뜨거운 시간을 지나 변호사를 찾아가 결혼을 꼭 하겠다는 약속의 공증까지 

함께 받아보았던 나, 

그 어두컴컴한 끝없는 괴로움 속에서

12년 만에 그는 한줄기 빛처럼 눈에 띄었다. 

헌데 그 빛의 사람은 모든면에서 나와도 또 여느 남자들과도 확연히 달랐다. 

말투, 생각, 행동, 사고방식.... 대학시절 남초인 학과에서 공부하며 왠만한 남성의 스타일들은 한번쯤은 다 본적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정말이지 처음 본 특이한 사람이었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그는 이성에 관심이 별로 없었으며 청소년기 뿐 아니라 갓 성인이 된 20대 초반의 여느 남자애들과는 분명히 모든것이 달랐었다고 이야기했다. 

나를 만나기 전 10년여의 시간을 연애없이 혼자 보냈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 둘도없는 사랑꾼처럼 내게 헌신적이었던 그는 살면서 기쁘다 화난다 슬프다 라는 감정은 느껴 보았어도

사랑한다는 감정은 느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네가 생각하는 사랑의 감정이란 대체 뭐냐고 나에게 되물었던 적이 있었다.

심장이 뛰어서 사는건지 자신이 살고 있어서 심장이 뛰는건지 잘 모르겠다고 입버릇처럼 얘길했다. 

무매독자였던 그는 

본인의 몸과는 정반대인  

언제나 찾아가도 자신을 말 없이 받아주는

작고작은 곤충을 친구로 만들고 함께했다. 

땅 속에 여러해를 묻혔다가 여름한 철 울고 죽어버리는 가엾고 가여운 작은생물 매미.

그는 매미를 특히 좋아했는데, 

어렸을 적 너무나 희귀해서 그저 책으로만 볼 수 있었던

'말매미'를 

그 큰 나무위에서 슈퍼맨 보다 더 멋있는 아버지가 직접 한번에 잡아다가 조막만한 손에 가득차듯 쥐어줬던 그 기분, 

그것은 분명 뛸 듯이 기뻤던 기분이었더랬다. 

7살 무렵, 

바깥 일과 살림에 치여 손이 되도록 안가는 요리를 해주기 위해 그 친구의 어머니는 여러 야채로 그릇을 채운 냉동 돈가스를 자주 구워 주셨다고 했다 돈가스를 좋아하던 그 친구는 

"엇? 오늘도 또 돈가스네?"하고 내심 좋은 기분이라며 

표현한 그 말을 불만으로 여겼던 어머니는 

크게 화를내며 그릇을 던져버렸고, 결국 그 오이가 소파속으로 

데굴데굴 굴러들어 가버려  끝내 찾을 수 없었을 때 그때, 

그 찾을 수 없는 오이만큼이나 알수 없는 슬픔이 몰려 왔었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이 티브이를 통해 또 들려오는 소문들을 통해 

이런 저런 이성과의 애증의 감정들을 이야기할때 

사랑이란 감정은 도대체 감도 오지 않는,

30대가 훌쩍 넘은 지금도 여전히 어렵고도 이상하며 도대체 알수 없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20대 초반, 많은 보통 이들은 

어떻게 하면 이성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고민을 하거나 

도서관 옆 공원에서 관심있던 이성과 걷다 손 끝이 스칠 때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을 느끼거나

이성친구와 별 것 아닌 걸로 다투고 속이 상해 며칠간 분노와 후회로 큰 소리로도 싸워보고 울며불며 후회하고 다시 화해하는 그런 사소하고도 평범한 경험들. 

그냥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20대가 그러하듯

나와 내 예전 남자친구가 그러한 비생산적인 경험을 남들보다 좀 더 길게 했던 바로 그 시간동안 

그는 주식에 빠져 경제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하고 유익한 과거를 보냈다고 했다. 

오늘은 어떤 곳에 있는 맛집을 갈까 오늘 소개팅에는 어떤 친구가 나올까 어떻게 하면 눈길이 계속 가고있던 이성에게 잘 보일까 보다는 

이 사회와 경제와 문화가, 이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것인지 그게 훨씬 큰 관심사였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 도무지 알 수 없는 눈물이 나도모르게 흘렀다. 

그땐 정말 그가 슬프고도 신기했고 무엇인가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또한 너무나 참 억울했다.

 12년을 이성친구와 싸우고 화해하고 눈물흘리며 다시 용서하고 용서받는 어찌보면 그렇게나 아프고 힘들었지만 

어떠한 가시적 결과물이 단하나도 나올 수 없었던 나의 20대 시간들, 

 30대 중반까지 사회와 경제와 그러한 연애외의 다른 것들에는 한없이 무지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웠고 도태되는 느낌이었다. 

분명 우린 매우 다른 것들에 각자의 시간과 노력을 쏟았지만 결혼이란 그 결과물은 같았다. 

뭔가 억울했다.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헤어지고 한참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남들과 비슷하게 사소한 행복을 느낄 기회조차 없던 그의 청년기, 삶에 대해 커다란 철학이 있었던 것 보다는 이성교제라는 사치보다 

그저 우리가 먹고살고 편히 자는것조차 얼마나 힘든가를 어릴때부터 깨달아

 돈을 많이 벌어 생을 편히 유지하는 일이 그의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삶은 그렇게도 생각보다 단순하고 또 아프고, 어느 하나의 사소한 생각과 행동에도 과거의 어떤 것이 원인이 되어 현재의 나를 만들수도 있는 것임을. 

10대, 또 20대... 그 빛나고 아름다운 시절에 한번 배워 놓으면 살아가며 인생에 두고두고 도움이 되는 것들은 분명 존재한다. 

공부도 중요하고 경제도 중요하고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해박한 삶의 지혜와 지식도 중요하다.

 그 친구의 20대의 시간들은 그의 남은 인생의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자산이 될 것 이겠지. 

그러나 나는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순수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서 피어나는 새싹에 함께 설레고 

햇볕에 보석처럼 부서지는 파도 앞 해변을 거니는 시간을 지나 사각거리며 밟히는 낙엽소리를 들으며 

두꺼운 장갑을 끼고 눈사람을 함께 만들다 눈을 맞추며 웃고 또 우는일. 

용서받고 또 용서하고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도 다시 그 상처를 서로 보듬어 안아주는 용기를 배우는 일. 

내 삶도 나의 20대도, 한번뿐인 인생에서 그 때에 그 마음으로밖에 하지 못할 꼭 억울하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합리화라도 좋다. 

나의 소녀시대도 그의 청년기도, 

표현 할 수 없이 아름다운 시간들이었음을.

어느 그녀와 결혼을 앞둔 그의 남은 삶을

나는 진심으로 축복한다.



*너의 의미


글을 쓰고 싶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책이 좋았다.

그렇다고 주변에 알려지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뭐 하나 불만 없이 넘어가는 것이 힘든 나에게 글이라는 건 

유일하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바로 그것이었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어린 내가 글에 소질이 조금 있어 보여, 나름 등단을 하신 작가 분을 수소문하여 가르침을 받게 한 적도 있다며 본인의 교육열을 자찬하셨다.

그래, 그랬었지...

정작 나는 너무 어릴 때 일어난 일이라 그 작가분의 얼굴도, 수업내용도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어느 분이 

우리 집에 방문하였다는 것만 아련히 희미하게 생각이 날 뿐이다.

수학, 과학이라면 눈물부터 쏟던 내게, 그 시간은 분명 행복한 시간 이었다 정도로 기억된다.

나는 비겁했다.

글과 안정적인 삶은 시소의 양쪽이라 생각했다.

재활용 쓰레기통 속 굴러다니는 페트병보다도 가치가 없을 수 있는 것,

생존에 몰두하여 손 가는 대로 생각 없이 써 버린다면 나의 글은 길거리에서 발에 치이는 돌보다도 못할 뿐이다.

분명 눈에 보이지만, 신경 쓸 필요 없는,

안정된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길가의 돌멩이들,

하지만 저 가지가지인 돌들을 모아다 예쁘게 갈고 요리조리 쌓다보면 그것은 분명히 가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항상 그것들을 못 본 척했다.

그렇다고 길을 가면서 아래만 보며 이리저리 돌들만 찾는다면 나는 편안한 생존에 가까운 길을 갈 수 없을 것이었다.

그 평행선을 정말 잘 맞추면 금전의 얻음과 글 쓰는 행복을 모두 느낄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아니나 다를까 불안정한 삶이 무서워서였다.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언제나 내 배부터 고프지 않아야한다

안정된 전문직종을 하고나서 그때 내가 하고 싶은 글을 쓰자

글 때문에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지고 예민해져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내 정신이 망가지면 안 된다,

글을 읽고 느끼고 싶을 때마다 나는 입버릇처럼 되뇌이곤 했었다.

나의 오랜 희망대로 나는 글 쓰는 것과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고 전공과목을 공부하기에도 벅찬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국가고시를 치르기 위해 전공습득에만 몰두해야 하는 몇 개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건 단지 하나였다.

무슨 글이든 아주 천천히 그 글을 보고, 느끼고, 또 쓰는 것.

그러나 나는 그 이후에도 또 한 번 비겁했다.

떠오르는 시상을, 어휘를, 글의 슬픔을, 온갖 시상과 주제를 떠올리다 내 마음이 아파지고 예민해질까봐서 밀어내고 또 밀어냈다.

사랑이 끝나고 닥쳐올 아픔이 두려워 혹여나 상처받고 숨게 될 까봐 마음의 빗장을 꽁꽁 닫고 있는 사춘기 소녀처럼

나는 글에게 좀처럼 내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었다.

‘사랑하지만 안 맞아서 헤어진다

헤어지는 연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그보다 아이러니 한 말 이 또 있을까.

각자의 부모조차 딱 맞지 못한 서로 다른 가정에서 무려 30여년을 살았는데

서로 몇 년 만나고서는 딱 맞는다는 것이, 나에겐 그것이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다만 그 지독한 다름을 이겨낼 만큼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나 또한 그랬을지도 모른다.

글쓰기를 그렇게나 그 무엇보다도 사랑했으면서도 나보다 더 글과 잘 맞고 잘 쓰는 사람들이 수두룩 할 거라며 내 자신을 합리화했다.

그랬다.

나는 글을 쓰며 받을 미래의 상처들이 글을 사랑하는 것 보다 더 컸던 것이었다.

이제야 나는 손을, 아니 새끼손가락 하나를 조심스레 뻗어 내밀어본다.

상처가 두려워 차마 바라보기만 하며 너를 향해 한걸음조차 채 떼기 힘들었던 나에게

지나가는 세월은, 한 살 또 한 살 덧없이 먹어 가는 나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게 용기를 주고 있다.

이제는 괜찮을 거라고..

나의 삶이 때때로 아무리 고통스러울지라도, 글이 주는 아픔이 때로는 나를 찢겨나가게 할지라도

나의 글은 이제 서야 야윈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떼어

결국 돌고 돌아 또 다시 삶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끝맺음을 하게 될 것이다.

죽은 이 들에게는 아직은 나의 글이 너무나 멀리 있기에,

아직 나의 현재는 글이라는 아름다운 햇볕 아래에 반짝거리며 존재하기에.. 



01038571066

19850718

최영경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20.07.13 20:38
    또다른 당신이 당신을 기다리시길 바라죠...
  • profile
    korean 2020.09.01 18:27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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