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부문 - 별이 빛나는 도시

by 베로닉 posted Jan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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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도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누구는 그 벽을 기어오르라고 했고, 누구는 붙잡고 올라올 밧줄을 던져주었다. 나는 벽을 기어오르지도, 누군가 던져준 밧줄을 붙잡고 오르지도 않았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 되고 싶었는데. 나는 벽을 만나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내 길이었는가, 내가 되려던 별이 저 별이 맞는가. 벽 앞에서 주저앉았다. 누가 보기에는 좌절한 실패자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는 아니었다. 그때 했던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넘어진 김에 숨을 골랐고, 돌 틈에서 피어난 꽃도 보았다. 내가 가려 했던 길을 열심히 가고 내가 주저앉았던 벽을 기어오르는 사람들도 보았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빛나는 별이 되어가는 사람도, 길을 가다가 돌아서는 사람도, 실패하고 실패해도 또 그 벽을 기어오르는 사람도. 수많은 나를 보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떤 위로를 원했을까. 힘내? 넌 할 수 있어? 더 노력하면 불가능한 것도 없어? 내가 벽을 만났을 때 SNS를 하다가 발견한 문구가 있다. 


"힘 들 땐 힘 내려, 사람."


힘을 내서 그 벽을 기어오를 힘도, 내려준 밧줄을 잡고 올라갈 자신도 없었다. 난 모르겠는데, 주위 사람들은 자꾸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힘을 내보려다가도 많은 것들이 겁을 줬다. 그때 이 문구는 내게 말을 걸었다. 


"힘 내려. 조금 쉬어. 너는 벌써 여기까지 왔잖아. 네가 지금까지 온 길을 한 번 돌아봐. 네가 앞으로 갈 길이 먼 건 나도 알아. 그렇다고 여기까지 온 네가 장하지도 않아? 계속 채찍질만 할 거야? 잠시 앉아, 넌 어리잖아. 네가 뛰어야 할 때 전속력으로 뛰어. 옮겨지지 않는 걸음을 옮기려고 하지는 마."


같잖은 말장난 8글자가 내게 걸어온 말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줄곧 내 길이 음악인 줄 알았다. 내가 생각이라는 걸 하기도 전에 음악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재능도 보였으니까. 그대로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내 별인지 내 별이 아닌지 구별도 못 하는 나이에 무거운 별을 마음에 품었고, 그 별은 너무 빛나서 다른 곳은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눈이 먼 채로 달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여긴 내 길이 아니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게 아닐까 겁이 났다. 언젠가 아버지와 저녁을 먹다 내 겁나는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다. 돌아온 대답은 이거였다. 


"빠르고 늦는 때는 누가 정했니? 세상 사람들이 정한 때에 너를 맞추려고 하지 마. 시기와 때를 정하는 건 바로 너 자신이어야지. 네가 품은 꿈을 이루면 거기서 나이가 중요할까? pisi-kaka. 네가 좋아하는 말이잖아. 세상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바보 같은 틀에 널 끼워 맞추려고 하지 말고, 네 인생을 살아."


아버지도 내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야 진짜 자신의 별을 발견했다고 했다. 아버지는 낭만가였다. 결국엔 자신이 품은 별이 되었고,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훌륭한 아버지가 되었다. pisi-kaka.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에 나온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다. 주인공인 미아가 사람들의 눈치를 볼 때마다 그녀의 정신적 지주인 세바스찬이 한 말이다. 그깟 사람들! 무슨 상관이야! 맞다. 그 긴 여정을 떠날 거면서 내가 조금 쉬어간다고 누가 뭐라고 할까. 가슴 한 켠에 빛나는 별을, 그 어떤 빛도 쫓아올 수 없는 밝은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 가슴속 별이 빛나는 그 도시에서 자신이 꿈꾸는 별이 되고자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pisi-kaka!



박채린

cofls730@daum.net

0102411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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