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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넷 선생님!

다리 수술하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그 튼튼하신 다리로 제2의 고향인 한국 땅을 방방곡곡 다니셨는데...

벌써 27년이나 흘렀다니... 생각나시죠?

지난 1993년 미국 인디에나 주에서 영남대 교수로 오셨을 때를...

첫 수업시간에 안농하세요? 깜사합니다.”만 반복하셨는데...

영어수업 시간에 우리는 영어로만 진행되는 강의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요.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여 입술을 바라보았지만 소용없었지요.

몇몇은 멍하니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버리기도 했지요. 우리들의 유일한 방법은 바디랭귀지 뿐이었지요.

천천히 말 해주세요, 스펠링이 뭐죠등등.

선생님은 피에로처럼 손짓 발짓으로 열심히 설명을 해 주셨지요.

어느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자넷 노박이라는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고 전노박이라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한국 이름을 전노박(全盧朴)이라 지은 명함을 가지고 다니셨지요.

이름 속에는 전직대통령 세 명의 성씨가 들어 있다고 자랑 하시곤 했지요.

선생님은 많은 별명을 가지고 계셨어요. 이름에서 유래된 전노박’, ‘천오백’, ‘전 할매’, ‘맴맴등이 있었지요.


선생님, 생각나세요?

선생학생이 없다면 물 밖으로 나온 생선이 되어 버린다고 재미있게 말씀하셨어요.

총명한 학생은 선생 없이도 배울 수 있지만 선생은 학생 없이는 안 된다고 하셨지요. 학생들이 배우고자 하는 믿음이 있을 때 선생은 가르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고 말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배움이란 학생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 선생의 말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지요.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선생님께 가끔 편지를 띄웠지요.

그 후 선생님께서 인터넷의 이메일 주소를 학교에서 배정 받았다고 자랑하셨지요.

미국과 캐나다 연수중에 벌어진 해프닝을 선생님께 이메일로 편지를 보냈더니, 당신께서는 저에게 새로운 시도에 대해 칭찬을 하시면서 용기를 주셨지요.


자넷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우리들 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셨어요.

언제든 수첩을 가지고 다니시면서 모르는 한국말이 있으면 적고, 사전을 찾아보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지요. 그 야윈 다리로 대구시내 지도를 들고 골목골목 다니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제가 비록 졸업은 하였지만, 인터넷으로 다시 선생과 학생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어 무척 기뻤답니다. 서툰 영어 실력으로 편지를 보내면 선생님께서 틀린 부분을 고쳐주셨지요.

어느 스승의 날에 스승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라고 전보를 보냈더니 선생님께서 답장을 보내 주셨지요. ‘지석, 전보 잘 받았어. 스승의 날을 기억해 줘서 고마워. 펜팔이 우리에게 전통이 되었구나, 그렇지? 올해는 내용을 읽는데 국어사전이 필요 없었어. 매우 기쁜 일이야. 너와 이메일로 한국어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 대학축제가 끝나면 너에게 편지를 쓸게, 축제기간 동안에 느낀 점을 한국어로 편지를 쓸 거야.’


자넷 선생님! 기억나세요?

제가 선생님께 해물탕을 좋아하시냐고 여쭤 보았지요.

선생님께서는 내가 좋아하는 생선은 참치와 어묵이야. 끊인 생선을 싫어하지는 않아. 아귀찜도 즐기는 편이지. 해물탕은 좀 비싸서 평소에 먹기는 어려워. 그렇지만 생선살이 그대로 뼈째 보이는 생선회는 정말 싫더라. 살아서 팔딱거리며 나를 빤히 쳐다 볼 때는 정말 끔찍하더라.’

저는 늘 한국문화를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방학을 맞이하여 선생님께서 불경 공부를 위해 절로 들어가시는 바람에 이메일 펜팔도 중단되었지요.


자넷 선생님!

199711월말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후,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 코트라가 주관하는 대한투자유치설명회에 참가한 일을 기억하시죠.

투자로드쇼에 코트라 부사장, 투자유치부장,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대표로 내가 참석하게 되었지요. 영어로 발표하는 것이라 시나리오를 작성했으나 시원찮은 발음으로 걱정이 앞을 가렸지요. 그래서 출장가기 바로 전날에 선생님을 찾아뵙고 시나리오를 교정받고 선생님 목소리로 녹음하여 수십 번 연습하여 겨우 투자로드쇼를 마칠 수 있었어요. 밤늦게 갑자기 찾아뵙고 무작정 부탁을 드린 것이 못내 죄송스럽습니다.

그날 선생님 댁을 방문하고 저는 문화충격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진정한 히피 전도사입니다. 아무리 한국문화가 좋다고 하더라도 스무 평도 안 되는 아파트 방이며 거실에 온갖 잡동사니(아이고 죄송합니다. 제 눈에는 그냥 쓰레기더군요)를 모아놓았는지, 그냥 고물상 집을 그대로 옮겨 놓았더군요. 누군가 우리네 골목에 버려진 모든 것을 주어왔더군요, 수많은 생활용품, 지난 신문더미, 그리고 각종 광고용지 등등등.

그 보물창고에는 선생님이 주인이 아니라 이름 없이 버려진 물건들이 당당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오죽하면 제가 앉을 자리인 소파 위에도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낡은 지구본, 크리스마스 인형들.

또 생각이 나는군요. 선생님의 메모북.

저도 선생님 제자인지라, 1994년 전문직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메모형 일기를 지금까지 쓰고 있으며, 5년 전부터는 항상 메모북을 들고 다시면서 삼라만상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선생님의 기록 습관에는 아직 멀었습니다. 세상에 선생님 메모북에는 설렁탕이란 말이 식당마다 서로 달라서 여섯가지가 넘는다고 말씀하실 때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설렁탕, 설릉탕, 설능탕, 설롱탕, 셜렁탕, 셜릉탕 등).

어느 날 연구실로 찾아 갔더니, 해맞이 본다고 경북 경산에서 포항 구룡포까지 보름간 걸어서 갔던 사진을 보여주실 때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거기가 어떤 거리라고 직접 걸어 가셨는지요).


자넷 선생님.

어떤 인연으로 동방의 작은 나라에 와서 이 땅의 자연에 심취하고 사람에 매료되고 종교에 빠져들게 되었나요? 야윈 손가락에 걸려 있는 옴마니 반매옴이라 적힌 반지를 항상 끼고 다니시는 당신은 전생에 한국인이었으리라. 십년간 선생님의 발자국은 한국 방방곡곡 어디에나 있을 겁니다. 선생님은 자유정신을 한국에 전파하려 오신 진정한 히피 전도사, 자넷 노박입니다.

다리수술 잘되어 다시 한 번 이 땅을 밟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국에서 선생님의 마지막 제자가 항상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힘내세요, 자넷 선생님! 사랑합니다.


성 명 : 이지석

이메일 : jiseok312@hanmail.net

휴대폰 : 010-9383-2428


  • profile
    korean 2019.03.01 19:13
    열심히 쓰셨습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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