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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전신일광욕

수원천은 광교산에서 발원하여 화성(華城)의 심장부인 화홍문(북수문)과 남수문을 관통하여 황구지천과 합류되는 수원시의 대표적인 생태하천이다. 수원화성은 조선의 정조대왕 20(1796)에 축성되었고 세계문화유산(1997)에 등재된 성곽도시다. 또한 수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건설된 계획도시이다.

수원천에는 오래된 버들을 비롯한 여러 가로수들과 냇둑의 다양한 꽃나무 그리고 호안의 갈대와 갯버들이 자연적 풍치를 돋보이게 한다. 또한 곳곳에 피어난 각양각색의 야생화와 둔치에 조성된 여러 꽃밭도 한껏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그리고 사시사철 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각종 물고기와 수생동물을 품고서 흰뺨검둥오리·쇠백로·왜가리도 찾아들게 유혹한다.

그래서 언제나 둔치의 산책로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출퇴근·산책·운동·조깅하는 주민, 자전거·세발자전거·킥보드·전동휠체어를 타는 남녀노소, 배드민턴장과 생활체육장에서 운동하는 사람, 벤치나 쉼터에서 휴식하는 노인, 유모차·휠체어·어린아이·반려견을 동반한 산책객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이따금씩 봄가을에 유달리 벤치에만 줄곧 앉아 있는 분들이 눈에 띄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분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환자 그리고 뇌병변 등으로 인한 장애인으로서 건강상 햇볕을 쬐고 있다고 했다.

보통 목욕이라면 냉·온욕, 온천욕, 한방목욕, 해수욕, 사욕·모래찜질, ·설욕, 진흙목욕·머드목욕 등을 일컫는다. 일광욕이란 병을 치료하거나 건강을 위해 맨몸 상태로 직접 햇빛을 쬐는 행위를 뜻한다. 다시 말하면 일광욕은 삼림욕과 풍욕처럼 천연의 햇빛과 공기에 전신을 노출시키는 햇빛샤워와 같다.

일반적으로 일광욕의 장점은 피부의 건강은 물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혈류의 개선으로 혈당의 조절 및 뇌기능과 성호르몬을 향상시키며,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완화할 뿐 아니라, 수면의 질을 개선시키고 면역력의 증진으로 일부의 암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태양광선인 햇빛은 가시광선·적외선·자외선·기타 광선으로 이루어진다. 이들 중 자외선이 맨살에 닿으면 피부세포가 비타민 D를 합성하고, 이것이 몸속 기관에서 흡수·저장·변환의 단계를 거쳐서 혈류를 통해 온몸으로 퍼졌을 때, 상기와 같은 생리기능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하지만 과도한 일광욕은 피부의 노화, 잔주름과 잡티 그리고 피부암도 일으킬 수 있다.

20166월에 조그만 농촌마을의 산기슭으로 귀촌한 친구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집을 둘러싼 아담한 산언덕이 높게 뻗은 침엽수와 활엽수 때문에 마치 높은 산처럼 보였다. 이곳의 장점은 막다른 골목집이라 남의 눈치나 이목에 그다지 신경 쓸 일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아침나절에는 늘 헛간에 쳐놓은 해먹에서 알몸일광욕을 실컷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달포가량 지날 쯤 불현듯 귀촌한 친구의 자유로운 일광욕이 떠올라, 주택가의 소방도로와 맞닿은 우리 이층집에서도 가능할 지 타진해 보았다. 점심나절에 양달을 찾았더니 기껏해야 옥상·거실·층계참·계단이 전부였다. 하지만 우리 집보다 이웃집들이 더 높았기에 창문을 활짝 열게 되면 모두 빤히 들여다보이는 곳이다. 일단 강심장이나 철면피가 아닌 다음에야 무리수였다.

새삼 친구네의 환경을 몹시 부러워했다. 흔히들 해수욕장이나 야외수영장을 다녀왔거나 인공태닝캡슐에서 선탠을 실시했을 때도 마치 전신일광욕을 한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이런 행위들은 맨몸과 자연광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진짜일광욕이라 할 수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정오쯤 사무실의 뒷문을 나서자, 비좁은 뒤란에 의외로 햇볕이 깊숙이 들이비쳤다. 길이는 충분하나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너비가 옹색했다. 당장 물건들을 치우고 매트를 깔아서 한번 누워 보았다. 그나마 뒷문과 계단 밑의 출입구가 운신의 폭을 약간 넓혀 주었다. 게다가 바특한 뒷담과 계단도 되레 훌륭한 가림담으로 삼을 수가 있었다.

다음날 햇살이 비치는 시간대를 헤아렸다. 절기마다 달라지겠지만 정오쯤이 가장 좋았다. 햇빛 때에 반시간 가량 머물면서 이웃집의 동정도 살펴보았다. 또한 여러 날에 걸쳐 러닝차림, 웃통을 벗고, 팬츠 차림새, 맨몸의 상태로 한동안 뒤란에 서서 주변에서 발생하는 상황도 체크했다.

주로 폐가전제품 수거상과 야채·과일장수의 스피커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따금씩 택배원·집배원의 호출소리, 오토바이·자동차의 소리, 철대문의 개폐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웃의 거동은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그래서 과감히 매트를 깔아 놓고 완전히 벌거숭이로 탈피한 다음, 반듯이 누워서 햇빛을 쬐는 연습도 수차례 되풀이했다.

하지만 너무나 긴장한 탓에 행여나 어떤 작은 소리나 인기척을 느끼면 곧바로 생쥐처럼 사방을 경계하였다. 무심코 택배원의 방문에는 혹시나 엿보일까 봐 사무실로 재빨리 피신도 하였다. 마치 어릴 적 시골에서 과일을 서리할 때와 학창시절의 중요한 시험에서 커닝하고픈 순간의 바로 그 심정이랄까?

사실 한국전쟁 중에 태어난 나는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던 세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렸다. 그 당시 아버님은 일제강점기에 오키나와 탄광으로 강제 징용되셨지만 자원하여 한국전쟁에도 참전하셨다. 그래서 조부모님이 손자를 더 잃지 않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하셨다고 들었다. 그것은 피난을 얼마간 갔다가 돌아오자 네 살 터울의 형이 천연두에 걸려 끝내 실패했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나는 사지 중에서 왼쪽다리만 조금 짧아졌을 뿐 다른 장애는 거의 없었다. 물론 맨눈으로 봐도 오그라든 발가락에다 종아리와 허벅지는 위축되어 반쪽이었기에 솔직히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어쨌든 당시의 유행성소아마비는 불가항력이었기에 여태껏 팔자소관으로 돌리며 수원수구의 입장이다.

그때는 나의 고향에도 지체·청각·언어·지적 장애인과 마맛자국의 얼굴도 제법 많았다. 특히 초교생 중에서도 나보다 장애가 중증인 동무들도 많았다. 또한 어디를 가든지 다양한 모습의 장애인을 항상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비장애인이 상상하는 것만큼 그렇게 부끄러워하거나 기죽지도 않았다.

그런데다 오직 긴 바지만 입었던 시대라 반쪽을 위축된 다리도 드러나지 않았고, 추저분한 거지를 조롱하고 업신여기듯 짓궂게 놀려대는 철부지도 거의 없었다. 그래도 만날 잘름대는 걸음발에 친구들이 간혹 , 다리가 아프냐?”고 물으면, 그저 , 왼쪽 다리가 안 좋아!”라며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물론 어릴 적 한여름에는 웅덩이나 강가에서 또래들과 발가숭이로 멱을 감거나 물장난도 곧잘 쳤다. 그런데 어느새 세월이 흘러 아버지에서 손주가 네 명인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렇지만 가족들 앞의 반바지차림은 여전히 눈치가 보이고 어색할 뿐이다. 더구나 친구들과의 단체여행에서도 해수욕장이나 온천장의 입장만큼은 한사코 기피하곤 했다.

그러니까 지금껏 내 나름 지체장애에 대한 수줍음·부끄러움·스스럼·수치심의 단계를 그런대로 무난히 극복했다고 자신했건만, 내 의지와 무관하게 무의식적으로 작동되는 마음속 방어기제만큼은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음을 새삼 깨달았다. 하기야 일부러 못생긴 다리를 남에게 보여 줄 필요까지는 없다.

그런고로 전신일광욕에 도전한 마음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첫째 노후를 좀 더 건강하게 보낼 욕심에, 둘째 여태 가슴 졸이며 햇빛마저 쬐지 못한 왼쪽다리에 대한 보상 심리에서, 셋째 대자연에 깊이 감사하며 장애자로 살아온 지난날을 나름 곱씹어 볼 속셈에서다.

어쩌면 수치심이란 자존감의 가면에 불과하다. 나는 징병검사 때 지체장애를 내심 숨겨서 당당히 보충역으로 판정받았지만, 형들의 강력한 설득과 회유에 굴복하여 결국은 재심을 통해서 병역을 면제받았다. 더구나 장애인의 신청도 가족들의 거듭된 재청에도 불구하고 마지못해 53살에야 등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심적 갈등 끝에 아래의 사실을 깨달았다. “서로가 볼 수 없는 곳에 나와 남이 따로 있다면, 훔쳐보거나 넘겨다보지 않으면, 서로를 볼 수가 없다. 더욱이 설령 누군가 몰래 엿보았더라도, 절로 눈에 띄는 곳에서 대놓고 드러낸 나체가 아니라, 오직 집 안에서 자기보존의 전신일광욕에 도전한 행위이기에, 남세스럽다거나 가책을 받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낄 필요가 없다.”

마침내 용기백배하여 수치심과 불안감에다 맞불을 지폈다. 먼저 반듯이 누워서 햇빛을 쬐다가, 살갗이 조금이라도 화끈거리면 자세를 곧바로 엎드리기, 모로 눕기, 고양이 자세, 무릎 꿇고 엎드리기, 앉기와 일어서기로 바꿨다. 가능한 겨드랑··회음에도 햇볕이 충분히 와 닿게 가능한 팔다리를 죽 폈다가 벌렸으며, 이따금 가벼운 굴신운동도 곁들였다.

나는 이태가 넘게 봄부터 늦가을까지, 날씨가 쾌청하되 황사와 미세먼지가 거의 없고 바람이 잠잠한 날에는, 기꺼이 점심시간에 510분씩 맨몸을 햇빛에 노출시켰다. 일광욕이 끝나면 물수건으로 땀방울을 훔쳐서 몸속의 열기를 가라앉혀서 옷을 갈아입었다. 간혹 땀이 많이 날 때만 미지근 물로 샤워했다.

일광욕을 지속하면 허여멀겋던 속살도 손등을 닮고, 살갗도 매끄럽고 탄력도 생긴다. 또한 점점 몸도 개운하고 마음도 여유로워져 잠도 잘 온다. 다행히 지금껏 장애가 탄로 날까 봐 꽁꽁 감춰 뒀던 왼쪽다리와 늘 속옷에 가려서 햇볕과 동떨어진 속살에도 눈부신 태양이 반가이 손을 내밀었다.

햇빛에 겉살이 노출되는 일상의 해바라기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비타민D가 충분히 형성된다. 또한 비타민D를 섭취해도 좋다. 하지만 분명 영양제는 햇빛만 못하다. 비타민D를 먹는데도 햇볕을 가끔씩 쬐어야 한다. 또한 겉살일광욕을 세수에 비한다면 전신일광욕은 샤워에 가깝다. 특히 햇빛의 미지의 광선들이 몸속 심층부까지 투과한다면 그 효과는 엄청 차이날 수 있다.

요즘 들어 일광욕이 가능한 날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바람이 꽤 불거나, 황사나 미세먼지가 짙은 날은 건너뛰어야 한다. 또한 어쩌다 햇빛이 비치는 정시를 깜박 놓치거나, 가끔 외출할 때와 손주들이 찾는 날까지 다 빼고 나면 연중 그리 많지 않다.

이제 전신일광욕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햇빛은 분명 생명의 근원이다. 하늘, , 구름, 바람까지 볼 수 있다. 자기성찰에 분수를 깨닫고 가족도 챙기고 이웃과도 친해졌다. 심신의 건강은 물론 자신감도 얻었다. 겨울철의 전신일광욕은 열기와 한기가 조화된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했다. 앞으로 새집을 짓는다면,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일광욕장만큼은 반드시 꾸미고 싶다.

 

 

 

 

 

 

 

수필 무주(無主)동물의 운명

주택가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대문간에서 서성이는 번견(番犬)도 종종 볼 수 있고, 냇가 둔치의 산책로에 나서면 반려견을 동반한 산책객들과 쉽사리 마주친다. 농어촌은 대개 집집마다 개를 한 마리씩 기르지만, 농장·과수원· 목장은 도난방지를 위해 개집을 곳곳에다 놓아두고서 여럿 마리씩 키우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주로 실내에서 기르는 반려견과 실외에서 집을 지키는 번견이 대부분이지만, 특별한 용도(경비수색탐지·사냥·길안내·양몰이)에 맞게 잘 훈련된 특수견(경찰견·군견·엽견·맹도견·목양견)과 분양을 위한 번식견과 가축(식용)으로 사육하는 축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가족형태나 주택형태에 상관없이 산업발달로 인한 도시인구의 집중화에 따라 너도 나도 유행처럼 애완동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미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을 사육하는 가구의 비율은 30%에 육박하고 있다. 처음엔 무미건조한 도시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어서,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을 심산으로 정성껏 키워왔지만, 언제부턴가 일부 비도덕적인 주인들이 남몰래 내쫓거나 멀찌감치 내다버리기 시작했다.

물론 유기의 근본 원인은 숫제 반려동물에 대한 정나미가 완전히 소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리상의 애로사항, 이웃의 눈총, 소음분쟁, 교상·조상의 유발, 생리현상, 노령, 질병, 경제적 부담 등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어쨌든 반려동물의 유기행위는 이유 불문하고 마땅히 지탄을 받아야 한다.

누구나 애완·반려동물이 한동안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길가에 계속 묶여 있던지 우리 채로 갖다 놓았다면 곧바로 유기동물로 신고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유기의 원인이 고의적으로 버렸거나 분실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가출·도주·탈출·이사·사고·천재지변도 있다. 그래서 여기선 원인의 일종인 유실유기란 말 대신에, 결과를 나타내는 임자 없음의 뜻인 무주(無主)’를 사용하여 무주동물로 바꿔서 표현했다.

초창기의 지자체는 유기견의 신고가 접수되자, 한낱 분실물 정도의 예삿일로 치부하였다가, 민원이 점점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마지못해 고충민원의 해결차원에서 그때의 동물보호법에 맞춰 부랴부랴 유기견보호소를 설치했다. 하지만 수년도 지나지 않아 유기고양이까지 발생되자 명칭을 유기동물보호소로 변경하였고, 근래에 들어 견묘(犬猫) 이외의 색다른 애완동물과 가축까지 유기되었기에, 지금은 유실유기동물보호센터로 통일시켰다.

그러면 지금 우리나라의 무주동물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가? 광역단체 및 지자체가 직접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드물고 대부분 민간단체에 위탁시킨다. 물론 각 센터의 사정과 형편에다, 위치와 환경, 규모와 구조, 시설과 장비, 인력의 구성에 따라 경영방침은 약간씩 다르겠지만, 실제적 운영방법은 별반 다를 게 없다. 말하자면 무주동물의 발생신고-민원접수-현장출동-포획·인수-센터이송-인터넷공고-보호·관리-반환·분양-최종처리-실적보고의 순으로 이어지는 업무과정만큼은 매한가지다. 굳이 사설보호소는 필요치 않다.

그런데 센터의 운영에도 애로사항이 있다. 이를테면 허위신고, 위장신고, 그냥 지나다니던 견묘와 새끼고양이의 신고, 전화상 언어폭력 등이다. 더욱이 포획이 불가능한 장소의 출동강요, 교상(咬傷)과 조상(爪傷)의 신고, 포기각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게다가 가끔 신고자의 하대행위도 문제다.

무주동물의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출동하여 민원인과 만나서 해당 동물을 인수하거나 구조 및 포획한다. 이때 관리카드에 발견 당시의 일시와 장소, 신고인의 인적사항과 신고경위를 작성한다. 가끔 신분을 밝히길 극구 꺼리거나, 신고만 하고 굳이 자신이 보호하겠다며 우기는 민원인도 나온다.

각 센터로 이송되면 먼저 신체검사를 실시한 다음에, 축종·품종·성별·나이·체중·모색·특징사항을 추가로 기재한다. 그리고 전신사진을 찍어서 농림축산관리본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인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시키고 7일 이상을 공고한다. 이후부터 무주동물의 운명은 주인반환·분양·자연사(폐사안락사·방사·기증으로 달라진다. 이들 중 풀어준다는 의미의 방사(放飼)는 길고양이에 한정되고 기증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진이 올라오면, 문의전화가 기다렸다는 듯 울린다. 그것은 순간적인 불찰이나 한눈파는 사이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분실한 지 불과 몇 시간도 안 된 경우부터 한 달도 훨씬 지난 경우에 이르기까지, 품종·성별·나이만 비슷해도 혹시나 하고 물어보는 경우이다. 그들 중에는 전단지를 수차례 돌렸거나 붙였던 전례도 있다. 또한 동물등록 시 분실에 대비한 내·외장 무선식별장치(마이크로칩)를 이식·장착한 반려동물도 꽤 있다.

본인의 반려동물이라면, 해당 센터를 방문하여 간단한 확인절차를 밟으면 당장 찾아올 수 있다. 먼저 사진을 보여 주거나 특징을 말함으로써 본인 것으로 확인되면, 신분증의 제시와 함께 반환신청서와 각서를 작성하고 서명하면 된다. 때로는 온 가족이 몰려오거나, 막무가내로 울고불고하거나,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괜한 트집으로 생떼를 부리는 주인도 나타난다.

물론 신체검사에서 내외장 칩이 확인되면, 곧바로 소유주에게 알려서 찾아가도록 조치한다. 하지만 전화번호가 바뀌었거나, 첫 통화 후 아예 수신을 거절하거나, 오래 전에 타인에게 주었다거나, 심지어 애완동물을 키워 본 적도 없다며 반환 자체를 거부한다. 이럴 경우엔 주인에게 되돌려 줄 뾰족한 묘수가 없다. 절차가 너무나 번거롭고 까다로워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주동물의 운명도 엉뚱하게 바뀔 수밖에 없다.

그리고 폐사가 반환보다 빨리 일어난다. 왜냐면 교통사고로 즉사하거나 중상일 때도 이송 도중에 주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도 모든 처리과정을 일상처럼 똑같이 밟고서, 사체를 냉동고에 보관해야 한다. 예상외로 사체를 손수 기꺼이 되찾아간 적도 있었다. 자신의 순간적인 실수로 빚어진 사고사라, 장례를 치르면서까지 용서를 빌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대단히 유감스러운 사례도 터진다. 사전에 지인과 모의하여 허위로 신고하고선, 여행이나 휴가를 다녀온 이후에 주인행세를 하며 반환해 가는 파렴치한도 생긴다. 또한 미용예방접종일반진료를 무료로 받거나 중성화수술비를 절약할 방편으로 센터를 역이용한 사례도 더러 있었다.

그리고 입소 때에 저체온증, 기립불능증, 영양실조, 전염병, 합병증, 만성질환, 노령질환의 상태이거나 갓 태어난 새끼일 경우에는, 통상적인 치료와 간호에도 불구하고 수일 내에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면 폐기물처리업체가 주기적으로 동결사체를 수거하여 소각·처리한다.

특히 공고 중인 견묘가 암컷에다 어리고, 조그맣고, 깨끗하고, 예쁘고, 개성적이거나, 선호도가 높은 순종일 때는 입양 희망자로부터 전화가 빗발친다. 반면에 늙었거나, 병들었거나, 장애(파행)가 있거나, 사납거나, 못생겼거나, 불결하거나, 뚱뚱하거나, 덩치가 큰 잡종인 경우에는, 매정타 못해 끝내 전화 한 통도 없는 왕따 정황도 벌어진다. 이렇게 반려동물의 선택도 다분히 외모지상주의로 쏠리는 추세라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분양은 본래 공고 후 10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그것은 그때부터 무주동물의 소유주가 비로소 광역단체지자체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기가 많은 품종은 훨씬 전부터 입양을 희망한다며 찜해 놓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분양은 선착순이므로 제일 먼저 방문한 신청자에게 돌아간다. 그러니까 나중에 와서 볼멘소리로 투덜거려도 소용없다.

입양절차도 주인반환 때와 다름없다. 반드시 분양신청서와 서약서에 적힌 내용을 잘 숙지한 다음 서명해야 한다. 이를테면, 최선을 다해서 잘 키우며,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절대로 유기하거나 파양(罷養)하지 않으며, 분실에 대비해 동물등록을 신청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가끔 입양 후 수일에서 심지어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막무가내로 입양을 포기하겠다며 난리법석을 떨어서 경찰까지 출동하기도 한다.

더구나 아주 얍삽한 장본인도 있다. 센터마다 입양 가능한 두수가 2마리로 제한된 관계로, 대리인으로 하여금 대신 분양받도록 작당하거나, 전국의 뭇 센터들을 싸돌아다니면서 수십 마리씩 입양하고선, 인터넷 판매나 번식동물로 뻔뻔히 악용한 최악의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렇게 센터엔 날마다 무주동물이 들락거리고 주인과 입양자의 방문도 잦다. 주인반환이나 분양된 무주동물은 비로소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분한 웃음으로 교도소와 같은 센터를 떠나지만, 입소 신참들은 겁에 잔뜩 질려 몸을 바짝 웅크리고 벌벌 떨면서 한쪽 구석에 틀어박혀 눈만 멀뚱대고 있다.

자기를 버릴 줄도 모르고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따라 나섰건만, 불시에 외딴 곳에 버려져 외돌토리 신세로 전락한다. 충성을 바치며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말이다.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서 와들와들 떨지만 주인에 대한 기대만큼은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주인은 끝내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선량한 주민의 눈에 띄어 이곳 센터로 들어왔건만 서럽고 두려운 마음만은 자못 역력하다. 입소 또래들이 하나 둘씩 귀가하거나 분양되어 떠날 때에도 주인에 대한 믿음만은 여전하다. 이제 열흘도 훌쩍 지나갔으니 닥칠 운명은 온전히 죽음의 계곡밖에 없다.

이것을 소위 안락사라 일컫지만 행정적 살처분에 가깝다. 최후의 죽음의 순간에도 원통한 기색이나 원망조차 없이, 너무나 애타게 기도한 탓에 주인으로 착각한 듯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들이, 숙명적 악역을 도맡은 수의사를 더욱 깊은 자괴감에 빠져들게 만든다.

보통 무주동물의 운명은 반환(15%), 분양(45%), 안락사(35%), 폐사(5%)의 비율로 나타난다. 여기서 좀 못생기고, 약하고, 모자라고, 장애가 있다고 해서 따돌림을 당하여 주검이 되는 비율만은 좀 줄일 수는 없을까? 물론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그러나 현 동물보호법이라도 제대로 집행하고, 동물등록과 입양권고를 가끔씩 매스컴에다 공익적으로 홍보한다면 나아지지 않을까?

무엇보다 자기중심적 욕심에서 비롯된 모든 비도덕적 유기행위를 근절시킬 최선책은 사회운동으로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자연스레 회복시키는 길뿐이다. 그래서 반려동물이 자연사할 때까지 주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비로소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참다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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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자 인적사항

이름 : 조명래(趙明來)

이메일 : musso6985@hanmail.net

HP번호 : 010-3889-4850

  • profile
    korean 2019.04.30 21:06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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