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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읽고서


책을 절반쯤 읽었을까. 손마디 마디를 타고 전신에 전율이 흘러내렸다. 나는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지는 않았나 라는 공포가 피부 표면을 타고 일으켜 세웠다. 더불어 머릿속에서는 쉴 새 없는 회의감, 천둥·번개가 내리쳐지며 결코 참을 수 없는 무엇인가가 밑에서부터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져나가 손아귀에서 펼쳐졌다. 그 순간 한 평에 불과한 비좁은 방에서는 적막감만이 흘러내렸다. 그저 방안에는, 시계의 텅 빈 내부에서 울려 퍼지는 초침 소리가 이명처럼 울려 퍼질 뿐이었다. 나는 어느샌가 나에게서 벗어난,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을 잠시 넋 놓고 바라보았다. 몸 전체에서, 마치 독사의 맹독처럼 퍼져나가던 그 감각이 아직도 생생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쓴, 활자 빼곡히 박혀 있는 나의 관찰일지가! 나는 혼이 나간 것처럼 다시금 종이를 집어 들었다.

내가 살던 곳은 저녁이 되면, 우리 집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짙은 어둠과 고요에 잠기고 하루를 마감하는, 그야말로 그 흔한 불빛 하나조차 접하기 힘든 두메산골일 따름이었다. 그 벽지에서 나는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걸음마를 떼고, 남들은 동화책을 읽기 시작할 때, 나는 익어가는 보리를 바라보았다. 평화뿐인 시골에서 유일하게나마 느낄 수 있는 사유의 자유, 그것은. 하찮게도, 뒤가 볼록하니 튀어나와 있던 브라운관 TV 하나였다. 거기서 어느샌가 나의 문학은 시나브로 피어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시작한 이것이, 읽는 이에 따라서 답답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내게 문학이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 생각을 표현하기에 앞서 필수불가결한 조치라고 생각했다. 그 작품을 쓴 작가의 시선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관계지어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 바로 그 작가 개인의 삶의 욕망이나 세계 이해의 태도에 따라 결정이 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이 너무나 와닿았기에, 나는 고작 두세 페이지에 불과한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많은 생각을 반추했다. 과연 나에게 문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타 작가들이 언급하는 것처럼 자기 삶의 근거를 마련하려는 일종의 복수심인 걸까? 그것은 글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며 각고의 노력 끝에야 이 궁금증을 해소해줄 일말의 실마리를 손에 쥐었다. 이청준 작가가 말한,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어떻게 이렇게나 나를 잘 표현하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나의 질문은 그저 우문(愚問).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가 결국에 말하고자 하는 문학은 삶의 자유와 해방이었다. 다른 이에게는 어떻게 해석됐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의 자유로운 삶을 표출하기 위해 글을 썼기에 그의 생각에 크게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 말을 거부한다면, 비루한 나조차 그가 말한 대로 허위의식에 가득 차고 거짓된, 허황스런 명분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핵심을 정확히 찌르는 단어와 문장의 선택이, 글을 쓸 때마다 족쇄처럼 따라다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내게 다른 여지를 생각할 수 있는 선택권은 없던 것이다. 현재 나는 기꺼이 작가의 책임이라 감히 말할 수 없는 소인(小人)이기에, 내 문학을 숨기는 바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처음은 나 자신의, 이른바 개인의 욕망이었다. 이것은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많은 예술가가 그랬듯이, 자신의 욕망을 문학이라는 소재로 승화시키는 그 과정에서, 애타는 울부짖음이 뒤덮이는 세계관의 변화가 일어날 때, 작가의 열망이 솔직한 자기 고백으로서 전파되는 그 순간에서. 문학이 가지는 진정한 지배욕은 비로소 꽃피워지는 것이었다.

작가는 왜 나만 이런 걸까?’, ‘대체 이 지옥 같은 현실은 언제쯤 끝이 나는가?’라는 세계 인식이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글을 쓰는 과정에서 차츰 깨달아 간다. 그러다 글을 쓸 때마다 달라지는 독자의 반응을 보면서, 바깥세상에 대한 강렬한 복수심은 어느새 사회적인 약속이라는 관계의 틀에서 타협해가는 것이다. 그러다 살며시 내려앉은 연쇄적 작용이 머릿속을 뒤덮여 꿈틀거릴 때, 미련한 마음을 이내 버리지 못하고 작가의 원초적 본능으로 돌아옴을 나도 모르게 깨닫기 시작하며, 개인적인 삶과 욕망의 진실에 가까워질 때, 비로소 작가가 가진 자유의 질서가 정립되는 것이었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어느새 억압된 욕망에서 분출된 피는 거짓된 땅바닥을 뒤덮여 번들거렸을 정도로 열렬히 솟구쳤다. 현실의 질서를 내 식으로 바꿔버리고 싶다는 갈망은 자유의 질서라는 구절에 통감을 금치 못하게 함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던 것이다. 작가는 삶의 진실로서 독자에게 다가갈 때 깨닫는다. 이게 비로소 나였다라는 사실을.

작가의 지배욕은 일반적인 사람의 지배욕과는 다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되게도 작가는 지배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말할 수 있다. 단지, 나아가는 방향의 틀이 다를 뿐이다. 그들은 지배하려고 글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깊은 사랑 속에서 비롯된, 억압에서 벗어나서 온전한 삶을, 진정 자유롭고 해방된 삶을, 독자에게 고취하는 수단을 쓴다. 그 수단이 비록 이념적 세계의 그릇된 질서, 회고록, 어긋난 확대에 불과하다는 해석을 받을지언정 말이다.

마침내 결국 나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고 원초적 질문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나는 문학이란 개념의 확립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 하고 내 한 줌의 그림자가 더 커다란 어둠에 먹혀서 지워지던 날, 온 힘을 기울여 쥐어짜 내고 짜내고 나서야, 나의 살짝 오므린 입술에서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왔던 나의 답은. ……. 그렇다. 문학이란 나에게 이었다. 이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마침내 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이라는 결과물을 목도한 것이었다. 삶은 우리에게 언제나 가깝지도 멀지도 않았다. 당장 내 면전에 있는 것 같더라도,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떠나있던 것이었다. 떠나버린 삶을, 우리는 붙잡고 싶다는 욕망을 글이라는 문학에 담아냈음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그것이 소설의 동기이고, 현실에서 패배한 작가가 현실에게 던지는 마지막 발악이자, 복수심인 것을 유유히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글에 쓰인 고해에 가까운 나의 고백에, 망연한 조소가 입가에 머물러 있음을 탁자 위에 놓인 거울을 보고서 마침내 사유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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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 2018.12.31 22:03
    열심히 쓰셨습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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