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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께.



알고 있었다.

'요조숙녀'라는 말이 어울린다는 나, '천방지축'이라는 말이 어울린다는 동생.

그는 언제나 동생의 이름을 입에 달고 다녔다.

온 가족이 만났음에도 다른 이들은 그저 그림자인 건지, 항상 올곧은 시선만을 유지했다.

알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게 되뇌었다.

마지막은 특별한 것이라고.

산타클로스가 전해준 나의 마지막 선물처럼 그에게 마지막은 잊을 수 없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되뇔 때 마다 느껴지는 묘한 안정감은 나를 더 구석으로 박아버리는 일이었을지, 그 안에서 뭉개버릴 일이었을지.

알고 있었다.

그가 생일 따위는 기억하고 있지 않을 것이란 걸.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어린 나는 스스로의 정신을 유리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되뇔 때 마다 더욱 견고해진다고 말했다.

드러내려고 결심하는 순간 덮쳐오는 어둠이 나를 압박했다.

더는 입을 열 수 없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옷장 깊숙한 곳 쌈짓돈을 꺼내며 얼굴 전체로 활짝 웃어 보였을 때, 나는 절망했다.

동생의 축하 받아야 마땅한 날에 정말 많은 이들의 축하는 그를 더 기쁘게 만들었다.

다들 기쁘게 웃고 떠들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신의 나이도 모르면서 동생의 입학식에 갈 옷을 샀다는 소식에 일주일 전 있었던 나의 졸업식이 떠올랐다.

말문이 막혔다.

 

그렇게 원망했다.

같은 피를 주었고 누구보다 나를 아껴주어야 마땅할 그가.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웃어주어야 할 그가.

나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나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 것만 같아서, 그의 전부에 내가 없는 것만 같아서.

 

그를 보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일은 나를 말을 듣지 않는 아이로 만들었고,

그의 무심함에 웃을 수 없던 시간은 나를 무뚝뚝한 아이로 만들었으며,

그가 하는 행동들에 감히 관여하지 않았던 것은 나를 낯가리는 아이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지옥 같던 시간들이 그 속에 사는 악마로 나를 홀려버렸을까?

그의 아픔이 슬프지 않았고, 그의 죽음이 와 닿지 않았다.

내겐 상관없는 일,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

2년에 한 번씩 바뀌던 책가방은 그의 쌈짓돈이었던 것을.

성적이 오를 땐 누구보다 기뻐하며 온 동네 자랑하고 다녔던 것을.

죽을 만큼 아팠을 때 죽기보다 아파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음을.

그의 눈동자가 따스했음을.

그의 마음에 가득 들어차있음을.

 

알고 있다.

그는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그저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다.

그는 최선을 다해 그만의 방식으로 내게 사랑한다 외쳤다.

온 몸으로 외쳤다.

이제 알고 있다.



응모자명 : 이지영

연락처 : 010-5119-4538

이메일 : alsduddk456@naver.com

  • profile
    korean 2019.03.01 14:02
    열심히 쓰셨습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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