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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 속에 빛

 

매일이 정신없다.

정착할 곳은 없고 매일 새로 틀어야 할 둥지뿐이다.

마음도 불안정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1년 전, 아이가 3살이던 시절 우리 부부는 어지간히도 싸웠다. 결혼 4년차였고 남부럽지 않게 싸웠다. 그러던 중 아이가 중이염에 걸렸고 중이염이 장기전이 되면서 우리 싸움도 크게 번졌다. 아이가 아프면 부부가 돈독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정 반대의 경우도 있나보다.

 

그렇게 나는 다시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 내 곁에 사랑스러운 보물을 하나 얻고서.

어차피 혼자 키우던 아이.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했다. 당당한 엄마가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였다. 내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움직이던 그것.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4. 경력이 단절되었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있었다. 그새 세상도 많이 바뀌었고 바보같이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야했다. 경력이 단절되었고 나이도 점차 먹은 탓에 취업이 쉽지는 않았다. 고용노동부의 힘을 빌리고 이것저것 공부도 하고 취업 준비를 했다. 운 좋게 원하던 직장에 취업하게 되었고 출퇴근으로 세 시간을 빼앗겼지만 감사해하며 직장생활을 했다.

늘 곁에서 돌봐주던 엄마의 부재가 너무 미안했고 생활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어버려서 아이에게는 죄인 같은 마음뿐이었다. 그래도 첫 시작부터 잘 풀리는 기분이 들어서 자신감이 생겼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아이 덕에 삶의 목표도 생기고 더욱 씩씩해졌다.


그런데 운명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고 1년이 조금 안 된 때에 나는 암 선고를 받았다. 처음부터 너무 잘 풀렸나보다. 모든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회사도 다닐 수 없게 되었고 다시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것이다. 무서웠다. 병도 무서웠고 앞으로의 삶도 무서웠고 병원도 수술도 항암 치료도.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대로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해맑고 예쁜 아이를 보며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고. 그나마 버틸 힘이라고는 예쁜 내 아이뿐이었다. 나에게 이런 시련을 이겨내라고 이런 천사를 보내주셨나 보다. 내내 이 생각만 들었다. 무서운 검사를 마치고 수술을 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리니 세상 모든 것이 싫었다. 다 미웠고 다 눈엣가시였다. 누군가를 탓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어느 정도 현실에 적응할 무렵, 항암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무너졌다. 다시 일어설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암은 계속 좌절만 가져다주었다.

글을 쓰고 있자니 그때 상황이 시커먼 암흑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내 기분은 암흑이었지만 분위기는 나름대로 밝았다.

바로 아이 때문이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는 나와 친정엄마에게 웃음을 가져다주었고 거짓말처럼 나는 환자인 현실을 조금씩 망각할 때도 있었다. 그냥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나는 내내 웃고 있었다. 머리카락 한 올 없이 시커먼 얼굴로 마냥 웃어대고 있었다. 그 조그만 아이의 존재감이 온 집을 꽉 채우고도 남았다. 반짝반짝 빛을 내며 시커먼 것들에게 빛을 주고 있었다.

난 그렇게 버텨갔다. 시커먼 늪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천사를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행복함으로 채워졌다. 온전히 비우고 나니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거짓말 같은 경험을 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맞는 말 같다. 그렇게 무시무시했던 병마가 지나가고 치료도 버텨내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그냥 온전히 살아있다. 가발을 쓰고 다니던 머리엔 머리카락이 송송 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자연스러운 숏컷 머리가 되었고, 집에서 가까운 직장도 다니고 있다. 가발을 쓰고 입사했던 회사에서 이제는 가발을 벗고 당당하게 다니고 있다.

 

내 몸엔 아직 남아있을지 모르는 암세포와 수술자국이 선명하지만 모든 것은 예전으로 돌아왔다. 1년 동안 파도가 덮쳤다가 가까스로 파도를 빠져나오니 세상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잘 흘러가고 있었다.

6개월에 한 번씩 받아야하는 엄청난 양의 검사와 짧은 머리를 빼곤 변한 것이 없다.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공포와 불안감은 내가 끝까지 안고 가야할 숙제인가보다.

 

좋은 사람들과 따뜻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행복을 맛보고 작은 것 하나하나에 감사하는 삶이 되었다. 아픈 기억을 추억하며 눈시울을 붉히는데 조용한 사무실에 진동소리가 울린다.

엄마 눈이 와요. 이따 봐요~”

 

   


  • profile
    korean 2019.03.01 14:30
    열심히 쓰셨습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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