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 [우울증을 극복하는 법]

by 똘누 posted Jan 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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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극복법, 우울증 치료하는 법, 우울증 증세…. 그렇게 자주 검색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이따금 감당할 수 없는 우울감과 무력감이 나를 잠식할 때면 괜히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저따위의 글을 입력하는 것이다. 딱히 소득은 없다. 그건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내가 자꾸 그런 짓을 일삼는 까닭은 뭐라도 해보고 싶어서였다. 병원에 갈 용기는 없고, (혹자는 그럴 바에 병원을 가보라 하지만 나는 그냥 병원이 무서웠다.)그렇다고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서 벌이는 행동이었다. 검색한 글은 읽어보지도 않는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난독 증세까지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우울함이 심해지면 기억력도 짧아지고 글도 잘 못 읽고, 집중력도 저하되고 뭐 그런다고 하더라. 완벽하게 지금의 나와 부합했다. 예전엔 틈만 나면 극장을 가 온갖 개봉작을 섭렵했다. 한동안은 박스오피스에 내가 안 본 영화가 없을 정도였고, 스릴러 장르에 편식이 심했던 내게 웬만한 스릴러 영화는 안 본 게 없을 정도였다. 글은 또 어떤가. 로맨스 소설이며 추리 소설 같은 것들을 책장에 쌓아두고 하루에 2시간이면 금세 읽어 해치웠다. 기억력은 또 얼마나 좋았는데,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본 지 5년도 더 된 드라마 대장금의 전체 이야기를 줄줄 읊어 선생님의 감탄을 사기도 했다. 근데, 그러면 뭐해. 지금은 방금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완전히 바보가 되어 버렸다니까.

"병원이 제일 빠르지 않아?"
"…. 그렇긴 하지."

남자친구의 말에 무기력한 내 대답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목욕을 하세요. 방을 치우세요. 산책하세요. 운동을 시작하세요. 하는 등의 해결책은 이미 나도 줄줄 꿰고 있었다. 목욕이야 맨날 하고 있고, 방은 한 며칠 치우다가 다시 어지럽혀지고 생각나면 또 치우고의 반복이었다. 산책은, 반려동물을 키우기 때문에 매일 하긴 하지만 요샌 추워서 그것도 쉽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모두 핑계라는 걸 알지만, 당사자인 내가 실행하기가 힘드니까 어쩔 수 없었다. 난 태생이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도 아니고, 몹시도 게으른 사람이라 그렇다. 나름 해본다고 하긴 하는데, 그로도 해결이 안 되니 병원에 가는 것이 맞는다는 결론이었다. 근데, 병원에서 정말 나를 해결해줄까? 병원 가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요샌 이상한 의사들도 많다던데…. 쓸데없는 걱정이 머리를 그득그득 채웠다. 이쯤 되면 나는 깨닫는다. 우울을 치료하는 방법은 일단, 뭐라도 하는 거라는 걸. 운동? 방 청소? 산책? 병원? 죄다 내가 꾸준히 하고 실천을 해야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아는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서는 우울증과 동반한 무기력을 일단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정신이 말이다. 누워서 이렇게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지레 겁을 먹을 시간에, 뭐라도 하자. 방바닥에 등을 대고 뭉개고 있던 내 머릿속에 무거운 문장이 내려앉았다. 그래, 뭐라도 하자. 일단 나는 노트북 전원을 켠다. 그리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뭐라도 하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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