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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마지막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시작의 모습은 항상 빛난다.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리면 그녀는 천사처럼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 속에 서있고, 나를 향해 그윽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난 이렇게 아름다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과연 어떨까 막연하게 상상하곤 했다.

 

며칠간 지독한 미세먼지로 서울이 뒤덮였었다. 그러다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 찾아왔고 날씨도 포근해서 따뜻한 손을 잡고 나들이 하기 딱 좋았다. 19 1 16. 그날 난 이별했다. 끝이 다가오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별은 늘 갑작스럽다. 사소한 것까지 다 나누었던 사이가 이젠 사소한 것도 나눌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이별의 순간은 길면서도 짧았다. 지난 2년 간의 추억을 떠올리며 웃고, 울면서 3시간이 지나갔다. 드라마처럼 헤어지자는 말 한 마디 툭 던지고 미련 없이 뒤돌아 떠나는 건 역시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생각만 해도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들을 공유하고, 서로를 죽일 듯 노려봤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우리는 서로의 기억 속에서 아름답게 피었었던 꽃이었다. 꽃은 필 때 너무나도 아름답게 피지만, 결국 시든다. 시들었지만 그 아름다움은 없어지지 않는다. 시든다는 건 다음에 더 아름답게 필 준비를 한다는 뜻이니까. 우리의 사랑은 시들었지만, 이별까지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많이 아프기도 했다. 우리는 심각한 문제로 다툰 일이 없고, 늘 사소한 문제로 싸웠다. 사소한 만큼, 쉽게 싸웠으면 싸움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여행을 가서도 싸웠다. 크리스마스 여행을 갔던 전주에서도 싸웠고, 여름 휴가 여행을 떠났던 부산, 속초에서도 싸웠다. 사소한 차이였지만 극복 할 수 없었던 차이는 마치 한 방울씩 새는 수도꼭지 같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멈추지 않고 야속하게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한 방울씩, 한 방울씩 우리 사이는 점점 떨어져갔다.

 

홍대입구 근처 카페에서 둘 다 빨간 눈으로 훌쩍거리면서 나왔다. 마지막까지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둘 다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낄낄댔다. 그러다가도 너무 보고 싶으면 어떡하지 라는 그녀의 혼잣말에 둘 다 소리 없이 끅끅 대며 울었다. 누군가가 우리를 봤다면 우린 영원히 이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 곧 출국하는 나에게 그녀는 울먹이며 조심해서 갔다 오라는 말을 건넸고, 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앞으로는 밥 좀 잘 챙겨먹으라는 잔소리를 남겼다. 마치 멀리 출장 가는 남자친구와 여자친구의 모습 같았겠지.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는 거라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둘 다 동시에 뒤 돌아서서 가기로 했다. 난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뒤돌아가는 척하며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2년 넘게 사귀었지만 그날 바라본 그녀의 뒷모습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걷는 모습이었지만 더 당당해 보였고, 힘차 보였다. 함께 자주 걸었던 홍대 거리를 이젠 혼자 걷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괜히 안심이 됐다. 누가 누구를 놓고 가는 게 아니라, 함께 걸었던 길을 이젠 혼자 걷는 게 이별이다. 나 없이도 이젠 잘 걸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그 때 나도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이제야 사랑의 마지막 모습을 알 수 있게 됐다. 사랑의 첫 모습과 마지막 모습은 모두 빛이 난다. 하지만 마지막 모습은 그녀의 당당한 뒷모습이다. 뒷모습 이면에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 지는 모른다. 울면서 걸어갔을 수도 있고,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걸어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녀가 행복하게 웃으면서 걸어갔다고 상상한다. 지난 2년 간의 연애를 후회하지 않으면서, 추억으로 남기는 동시에 더 행복한 미래를 떠올리며 웃었다고 상상한다. 상상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랑의 마지막 모습은 사랑했던 그녀의 뒷모습이었고, 뒷모습이었기에 다행이다. 내 뒷모습을 그녀가 혹시 몰래 봤다면 그녀 역시도 같은 생각이겠지.


응모자명: 유해찬

휴대폰 번호: 010-9367-0295

이메일: hh36988@naver.com

  • profile
    korean 2019.03.01 19:12
    열심히 쓰셨습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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