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차 창작콘데스트 수필공모-길을 찾는다는 것

by 느쾀 posted Jan 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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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god 노래를 자주 듣는다. 윤계상 씨가 노래를 부르는 게 어색하고 박준형 씨가 한국어로 랩을 하는 게 신기하다. god 노래들은 하나같이 가사가 내 심금을 울린다. 특히 <길>이라는 노래가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다. 얼마 전에 아이유, 헨리 등등 다른 가수들이 이 노래를 리메이크 하기도 했다더라. 

<길>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난 웃을 수 있을까’. 이 노래가 좋은 이유는 시답잖은 위로를 건네는 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우리가 하는 고민을 그대로 노래에 옮겨놓았다. god는 우리와 함께 노래를 불러주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겐 큰 위로가 된다.

이제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4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겨울 방학에 놓인 난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 참 웃기다.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 때부터 장래희망을 생각했었지만 17년이 지난 지금도 결정하지 못했다니.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을 회사원이라도 적었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 땐 너무 재미없는 장래희망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현실적인 장래희망이었던 것 같다. 

어른들은 꿈을 크게 잡으라고 한다. Boys be ambitious!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잡았던 꿈이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또 다른 고통이다. 사실 난 고등학교 3년 내내 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었다. 왜 외교관을 하고 싶었는 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냥 한국을 떠나서 외국에서 살고 싶었는데, 외국에서 살면서 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명예로운 직업이 외교관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실제로 대학교도 정치외교학과롤 진학을 했는데, 생각보다 좁은(사실 너무) 외교관의 문 앞에서 좌절했다. TV에서 고시생의 3일을 취재해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했는데 브라운관에 담긴 현실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3년 동안 가벼운 마음으로 꿈을 꿨지만 무거운 현실 앞에서 그 꿈을 포기하는 건 너무나도 아팠다. 집에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책이 날 노려보는 듯했다(바보처럼 공부하고 바보처럼 꿈꿔라). 죄송하지만 바보처럼 꿈꾸다간 정말 바보같이 살 거 같았다. 영악해졌다. 내가 쉽게, 잘 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다. 내 꿈이 좌초될 일 없는 파도 하나 없는 안전한 블루오션을 말이다.

그렇게 찾으며 5년이 지났지만 아직 난 길을 찾지 못했다. 한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꿈이 좌초될 수 없는 블루오션은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크고 작은 파도에 맞서서 인생이라는 바다 위에서 항해를 하고 있다. 그들이 항해를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그 파도를 이겨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난 겁쟁이다. 잘못 항해하다가 파도를 만나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 앉을까 겁이 난다. 내가 꿈을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일까. 나를 믿으면 내 길도 찾을 수 있을까. 그럼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겁쟁이는 이불 속에서 오늘도 <길>을 듣는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 길이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난 웃을 수 있을까’


응모자명: 유해찬

휴대폰 번호: 010-9367-0295

이메일: hh369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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