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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 모두 찍겠습니다. 하나 둘, !”

  매일 주문처럼 얘기했을 사진작가의 말이 입에서 익숙한 듯 쏟아져 나왔다. 웃으라는 말과 함께 터지는 플래시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사진 속 우리 가족의 모습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삿짐 정리가 한창일 때 방 한편에 쌓여있던 앨범을 발견하게 되었다. 앨범을 구경하기 위해 오랜만에 모여 앉은 우리 가족이 까르르 웃던 도중, 짜증 섞인 아빠의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화가 난 듯 혼잣말로 몇 마디 구시렁대더니 손으로는 구겨진 사진을 마구 펴내기 시작했다. 아빠의 손엔 부모님 두 분의 연애시절 사진이 들려있었고, 구겨져버린 사진에 아빠는 인상을 찡그리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사진이 펴지게 되자 구겨졌던 표정도 같이 펴지곤 했다. 평소 아끼는 것임을 잘 알기에 나는 흐름이 끊긴 앨범으로 다시금 초점을 옮겼다.

  어릴 적 내 모습은 한없이 찡그리기 바빴다. 사진 속엔 직사광선에 눈이 부셔서, 귤이 안 까져서와 같은 이유로 눈살을 찌푸린 심란한 표정들이 가득했지만 어렴풋이 그때의 모습이 기억나 사진을 보는 내내 웃기 바빴다.

  가끔은 친구들과 예전 사진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의 친구들과는 어릴 적에 서로 모르는 사이였기에 사진을 주고받을 땐 마치 나에게만 존재하던 시절을 공유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진에 드러나는 친구들의 얼굴과 표정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더 순수하고 앳된 모습에 귀여움도 함께 묻어있다고나 할까?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꽃을 피워내는 사진이지만, 그런 사진에 대해서 입술을 내밀고 가족들에게 투정을 부리는 때가 있었다. 집안에서 막내라 그런 것일까, 언니의 사진은 많기도 해서 앨범이 모자라는 반면 내 사진은 앨범을 채 채우지도 못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어린 마음으로 앨범에 채워질 사진을 갖고 싶다는 마음에 나름대로 앙증맞은 포즈를 취해가며 이래저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우연찮게 찍게 된 사진들은 현재의 나에게 꽤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는 배경이 되었다.

  무심코 찍은 사진 속에서 우리 집 앞 문구점은 내 키가 자라남과 동시에 간판이 떨어졌고, 뒤돌아 확인해 보았을 땐 공사시공자들이 떨어진 간판의 자리에 새 간판을 끼우고 있었다. 사진 속의 모습과 그때의 그 시간은 돌아 갈 수도 없으며, 돌이켜 보는 추억만으로 남게 되었다.

  분명 같은 ’,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날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했다. 하지만 나만 변한 건 아니라는 듯 많은 것이 뒤바뀐 채 다가왔다. 예전 모습의 어린 나는 그때 그 시절 모습 그대로 인화된 사진 속에 가둬둘 것이다. 추억을 예쁘게 간직해 주길 기도하며 옛 사진 옆자리에는 현재의 모습을 고스란히 남기려 한다.

  먼 훗날 다시 사진을 보게 되는 그 날도 웃는 모습이길 바라며





중학생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세상이 캄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앞이 캄캄하고 또 막막했다. 이런 날 제외하고 대부분이 아는 사이인 듯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그 가운데서 정신이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게 바로 첫 만남이다. 가장 행복한 1년이 그려지는 2012년의 봄 3.

  여전히 시끄러웠다. 넌 어쩜 변한 게 하나도 없냐며 호호대는 여자아이들과 또 다른 아이들은 이미 온라인상으로 몇 번 얼굴을 본 듯 쑥스럽게 말을 건넨다. 나도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알던 얼굴은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데에다가, 그리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이라 말을 걸기 어색한. 그 묘한 감정에 휘말려 차마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날 제외한 채 신이 난 듯 이야기를 나누는 여자아이들 사이에 끼어봤자 그 후에 어찌될 지를 파악한 나는 주변 남자아이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첫마디는 언제나 안녕? 이었다.

  이렇게 안녕? 이라는 어색한 말을 입 밖으로 내뱉게 되면 돌아오는 반응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무슨 안녕이냐며 껄껄 웃는 아이도 있었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 올라간 입꼬리와 광대는 내려올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건지 반 아이들이 대충 눈에 익었을 땐 난 절대 어울리지 못 할 것만 같았던 여자아이들 사이에 있었다. 나를 제외한 아이들이 서로서로 다 아는 사이인 줄 알았더니, 몇은 또 아니었던 것 같았다. 나만 처음 보는 얼굴이 아니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긴 나머지 친구들을 웃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결국 다들 웃어버렸고 어느새 뚫을 수 없을 것만 같던 벽을 뚫은 채 이 친구들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수련회에 갔을 땐 별 것도 아닌 소소한 일로 말다툼이 생겨나 대판 싸웠던 기억도 있다. 자존심이 강한 두 명의 싸움은 의외로 굉장히 재미있다. 자존심과 더불어 말하는 솜씨도 꽤 수준급이었기에.

  어릴 적에는 싸우며 큰다는 말이 정말인 것인지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끈끈한 우정이 생긴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자 반 아이들끼리 마음 맞는 친구를 하나 둘 만나게 되었고, 끼리끼리 뭉치듯 우리 반에는 나를 포함해 9명의 친구가 생겼다.

  어색했던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되면서 반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한껏 들떠있었다. 처음 맞이하는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각자 나름대로 분주하게 꾸미기도 했고, 시작하지도 않은 축제를 예상해보며 기대하는 아이들에 이미 축제 분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막상 축제날이 되자 자신을 뽐내겠다고 나온 학생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으며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과 함께 사진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1년이라는 시간을 꽤 알차게 보냈던지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치악산에 온갖 땀은 다 흘리며 정상을 보고 온 일, 이 악물고 준비한 체육대회는 우승은커녕 질서상이라는 상을 받게 된 기억도 있다. 그리고 4번의 시험은 피할 수 없는 길처럼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 긴 시간 중 단언컨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단 하루는 종업식이었다. 한 학년의 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종업식은 너무나 두려웠으며, 벌써부터 헤어지기 싫은 듯 눈물 고인 아이들이 여럿 보였다. 울컥하는 심정을 최대한 억누르던 도중 남자아이들의 이별노래에 가슴 먹먹한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터져 나올 것만 같던 눈물에 남자아이들을 원망했다.

  계속되는 노래에 하나 둘 여자아이들이 연달아 울기 시작했지만 이내 곧 창피한 듯 입을 막으며 끅끅거리기 시작했다. 절대 소리 내어 엉엉 울진 않았다. 마지막 자존심이었을까.

  어떻게 보면 참 자존심이 세다고 말 할 수 있는 이 아이들이 난 너무나도 좋다. 나와 항상 사이가 좋았던 것도 아니며 오히려 싸운 적은 셀 수 없이 많은 이 얼굴들이 정말 그리울 것 같았다. 마지막 자존심에 눈물을 참다가도 고개를 푹, 떨구며 이 순간을 많이 그리워 할 것 같은 아이들이 너무나도 좋았다.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먹먹함을 느끼게 하지만 그 감정 덕분에 이 순간은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자리 잡게 되었다.

 매일같이 싸웠더라도 진심을 담아 화해를 했고, 평소 표현을 잘 안하던 친구가 앞으론 너네 같은 친구 못 만날 것 같다며 진심을 토해내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과 함께 우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게 진짜 친구라는 걸 알려준 이 8명의 친구들은 잊혀 질 수 없는 추억이 되어 날 채웠다. 그리고 난 이 느낌을 몇 년 뒤에도, 어른이 되어 만나게 되는 그 날까지 간직할 것이다.



응모자 이름 : 김혜빈

이메일 : bin9568@naver.com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6.01.12 21:23
    사춘기가 가장 좋을때입니다!
  • profile
    korean 2016.02.28 23:48
    잔잔한 감동이 묻어나는 좋은 수필입니다.
    열심히 정진하시면 좋은 결실을 반드시 걷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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