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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콱! 하고 내려찍은 느낌이 손에 쥔 가위를 통해 내 손으로 전해진다.

 "악, 미친 새끼야!"

 눈앞에서 내게 욕설을 하며 뒷걸음치는 오창민을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뒷짐을 지고는 밝게 웃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왜?"


 오창민 그 녀석은 같은 반의 친구(?)였다. 같은 반이지만 딱히 대화할일도 없어 이름도 모르고 얼굴만 외우고있 다. 하지만 한 달쯤 전부터 그 관계가 달라지기 시작 했다.

 담임 선생님의 종래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려 가방을 매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이 xx 새끼야."

 욕설이 들려 옴과 동시에 정강이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정강이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다리를 슬쩍 뒤로 빼고 인상을 찌푸리며 오른쪽을 돌아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오창민, 원래는 우리 반에 이런 얼굴이 있 정도로만 알고 있고 별로 가깝지도 않았던 녀석이지만 최근에는 이 얼굴이 아주 익숙해졌다. 

 "그만 좀 하지그래?"

 이런 종류의 아이들은 반응을 하면 더욱 좋다고 달려드니 무시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서 그동안은 계속 무시 해왔지만 벌써 한 달째 더 이상은 참기 힘들어서 무심코 반응해 버렸다.

 "뭘 그만하냐? 내가 뭐."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반응한 자신을 자책하고 오창민의 말을 무시하며 교실로 돌아가려 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계속 오창민은 뒤를 따라오며 내 무릅과 종아리에 발길질을 해댄다. 슬쩍 눈만 돌려 녀석을 보니 인상을 잔뜩 찌푸린 게 지금 상황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계속해서 맞는 팔이나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점점 심해진다. 사실 오창민이 체격도 작고 힘이 그리 세지 않아서 그나마 버티며 무시할 수 있는 거지 다른, 예를 들어 나보다 체격이 크고 힘이 센 아이가 이런 짓을 했다면 그냥 무시하는 등의 행동은 못 했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창민이 힘이 비정상적으로 약한 한건 아니다. 나에 비해서 좀 약하다는 것일 뿐이라 아픈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참을 수 있는 데 까지는 참아보자고 생각하며 나는 교문을 나설 때까지도 녀석의 폭력에 반응하지 않고 무시했고 교문을 나선 뒤로 녀석은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

 "다녀왔습니다."

 "어, 다녀왔어?"

 마침 주방에서 호박전을 부치고 계시던 엄마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있는 나를 보며 반겨주셨다. 나는 내 방으로 가서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주방에 있는 엄마에게 들리도록 크게 말했다.

 "나 씻을 건데 엄마 화장실 쓸 거야?"

 "안 쓸 거야, 써."

 나는 씻기 전에 수건이 들어있을 화장실 선반을 살짝 열어보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아침에 나갈 때 다 써서 텅 비었었는데 아직까지 비어있는 상태 그대로다. 나는 베란다로 가서 건조대에 걸려 말라있는 수건들을 걷었다. 전부 선반에 들어가도록 개고 있으니 엄마가 다가왔다.

 "화장실에 수건이 없어?"

 "응, 아침에 다 썼는데 말하는 걸 깜빡했어요."

 죄송해요 하고 말을 덧붙이니 이런 일로 사과하지 말라고 꾸중을 들었다.

 수건을 선반에 넣고 문을 잠그고 잠옷을 벗으니 팔과 다리에 가득 푸른 멍 자국들이 보인다. 지금이 겨울이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이 긴 바지나 긴팔을 입는 게 당연한 겨울이라서 감추는 게 쉬운 거지 여름이었으면 엄마에게 바로 들켰을 거다. 그랬다면 당장에 엄마가 학교로 찾아왔을 거다.

 샤워기를 틀고 물 온도를 맞추면서 내 몸에 멍 자국을 만든 장본인인 오창민에 대해서 생각했다. 대체 갑자기 내게 왜 이러는 걸까 지금은 괜찮지만 다음 학년 때, 여름에 쫓아와서 이러면 상당히 곤란하다. 갑자기 내게 이럴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지만 떠오르는 가정은 하나뿐이었다. '화풀이', 평소에 쌓인 스트레스를 내게 풀고 있는 거다. 사실 오창민도 반에서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 사이가 좋지는 않다. 왕따는 아니나 그렇다고 무리에 껴있는 것도 아니라는 느낌이다. 아마 그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내게 푸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왕따인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든지 선생님께 걸리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한 걸 거다. 만약 이 가정이 맞는다면 녀석은 틀리지 않았다. 선생님 눈에만 띄지 않으면 내게 무슨 짓을 하던지 크게 다치지 않는 이상 별 문제는 없을 테니까. 누군가가 나서서 말리지도 않을 것이며 신고하지도 않을 테고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은 나도 선생님께 알리거나 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역시 조금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음날 나는 오늘도 오창민이 덤벼오려나 하고 생각하며 등교했다. 역시 그날도 오창민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평소와 똑같은 패턴으로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날 점심시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교실에서 5교시인 가정 수업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야!"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날 수도 있다는 걸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녀석은 지치지도 않는지 또다시 욕을 하며 내 오른 어깨와 등에 주먹질을 해댔다.. 나는 평소와 같이 녀석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때 평소와는 다른 들려서는 안될 말이 들려왔다.

 "이런 씨, 야 사람을 이렇게 무시해! 네 엄마가...... 너희 엄마는......"

 갑자기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던 내 무시하는 태도를 지적하더니 우리 엄마를 욕하기 시작했다.

 순간 머리에 열이 훅 치솟는 느낌이었다. 나는 슬쩍 시선을 내려 내 손에 들려있는 가정 시간 준비물인 가위를 보고 생각했다.

 '이걸로 찍어버리면 조용해 질까?'

 마침 겨울이어서 동복을 마이까지 두껍게 입고 있으니 설령 찍더라도 칼도 아닌 가위이니 크게 다치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고 설령 아니더라도 온몸의 멍 자국이 있으니 좀 크게 다쳐도 어떻게든 될 거 같았다. 게다가 저도 나를 때린 게 있으니 선생님께 이르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오창민의 등을 돌려 왼손으로 오창민의 어깨를 잡고 오른손에 든 가위로 등을 내려찍었다.

 "악!"

 반사적으로 내려찍기 직전에 힘을 조금 뺏지만 녀석은 상당히 아픈지 비명을 질렀다. 순간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아무리 열이 받아도 할 짓이 있고 해선 안 될 짓이 있다. 아니 그보다도 사람을 때렸다. '내가'. 그것을 인식하자 점점 손끝이 차가워져 갔다.

 나는 엄마가 평소 말하던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했다. 거기다 그냥 때린 것도 아니다. 나는 상대가 나보다 '약하기' 때문에 때린 거다. 엄마에 관해 해선 안될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핑계일 뿐이다. 평소라면 학교 측에 신고를 했으면 했지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이는 전적으로 상대가 나보다 약하기 때문에 설령 보복을 하려 한다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확실히 이길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다. 즉 내가 평소 혐오하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행동인것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동물에서 제외한다. 인간은 동물과는 다르 게 이성을 가지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성이 있기에 선악을 판별하고 비판하며 반성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그런 것 따위 모른다는 것처럼 행동했고 나는 겉으로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런 아이들을 짐승 취급하며 비웃었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나는 스스로 짐승과 같은 행동을 했으며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던 게 얼마나 오만하고 미련한 착각이었는지 깨달았다. 순간 혐오감이 치솟았다. 

 "악, 미친 새끼야!  

 오창민이 비명을 지르며 나를 노려보았고 덕분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속이 매스껍게 울령거리고 손끝은 덜덜 떨려왔지만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나는 자연스럽게 뒷짐을 지며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었다.

 "왜?"

 나는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데 힘쓰며 대답했다. 속으로는 나 혼자 다르다고 어쩌면 특별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를 자신에게, 다른 이들과 다를 것 하나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자신에게, 여전히 가위를 쥔 채 내려놓지 않는 자신에게 조소를 지으면서.




                                                                     우주



 탁, 틀과 틀이 부딪치는 것 같은 소리에 나는 잠시 감았던 눈을 떴다. 낡아서 군데군데 까진 바둑판 위에 올려진 흰색의 바둑돌. 나는 그에 대응하려 흠집이 가득한 검은 바둑돌을 바둑판 위에 올려놓고 흘끔 흰 돌을 쥔 아빠를 본다. 약간 고민하는 듯 바둑판을 바라보던 아빠는 내 중앙 집을 공격한다. 나는 바둑은 잘 못 둬서 그런지 막으려 했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중앙 집의 귀퉁이 부터 천천히 무너지며 결국 중앙을 빼앗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무리된 바둑, 계가를 해보니 무려 24집 차이로 내가 졌다. 아빠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내게 승리의 대가를 요구 한다.

 "오늘은 아빠가 이기면 한 시간 동안 안마였지?"

 아빠는 늘 피곤하다며 나와 바둑 두는 것을 피하기 때문에 항상 나는 바둑을 통한 내기를 제안한다. 아빠는 은근히 내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항상 패배한다.  내기를 할 때는 항상 상품으로 안마를 내 거는데 오늘은 그 시간이 상당히 길다. 평소에는 40분 정도인데 오늘은 무려 한 시간을 내기의 상품으로 걸었다. 오늘은 특히 피곤하다며 아빠가 이 정도는 걸어야 바둑을 둬주겠다며 직접 제시한 시간이다. 

 "또 진거야? 오빠는 맨날 지면서 뭐 하러 두는 건데?"

 ...... 매번 지는 건 아니다. 가끔은 이기기도 한다. 내가 항상 지면서도 바둑을 두는 이유? 간단하다 좋아하니까 딱히 승패에 관계없이 두는 것 자체가 좋다. 바둑돌이 바둑판에 부딪치는 소리 나 나무 재질의 바둑판 매끄러운 바둑돌도 전부 마음에 든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 좋아졌다. 인터넷에서 보았던 글 때문이다. 학교에서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던 중이었다. 문득 교실 뒷문 쪽을 보자 보이던 커다란 시간표가 문득 바둑판을 닮았다 생각했다. 그냥 바둑을 검색하면 뭐가 나오려나 하는 생각을 하며 네이버에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역시나랄까 특별한 글은 보이지 않고 바둑 사이트나 게임 혹은 바둑의 기원 등이 나오던 중 한 블로그가 눈에 띄었다. 블로그의 글의 제목 밑에 살짝 나오던 글의 내용에 '우주'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단어에 이끌린 건지 블로그를 들어가 글을 읽어 보았는데 내용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바둑을 두는 것은 우주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는 내용이었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인간이 확인한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 라던가 바둑판에 돌을 놓는 것은 일종의 우주의 창조와 같다 등의 내용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날 집에 돌아온 나는 그림을 그리던 동생에게 내가 보았던 글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독특한 생각 같지 않냐고 떠들고 있었다.

 "그래? 근데 그건 바둑만 그런 게 아니지 않나?"

 "그럼?"

 "당장 내가 그린 그림만 해도 그래."

 동생은 자신이 그리는 그림도 그냥 그리는 게 아니라 하나의 세상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인물의 성격이나 성장 배경 등을 생각하며 그 인물이 살아갈 세계관을 생각한다고 했다. 내가 한 말대로라면 자신이 한 일도 일종의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것과 같지 않냐며 내게 동의를 구했다.

 "그리고 바둑이나 그림만이 아니라 또 많이 있지 않나? 예를 들면 오빠가 쓰는 소설이라던가."

 나도 했던 생각이다. 그 블로그에 있던 글을 보자마자 했던 생각 '소설'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소설도 판타지 등에서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기도 한다 이경우도 새로운 우주의 창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글을 쓰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 자체도 새로운 우주의 창조가 아닌가? 보통 수필이 아니라면 글에 나오는 인물은 픽션, 가짜다. 온전히 만들어진 인물 실제 하지 않는 인물 그런 인물들이 존재하는 이상 이야기 속, 글속의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가 되는 것이니 이 또한 새로운 우주를 창조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우주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보려 노력했었다. 딱히 필요한 일은 아니였으나 그냥 궁금해서 인지 재미있어서 였던지 우주와 여러 가지를 연관지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글도 바둑도 그림도 여러 가지가 그전 보다 훨씬 좋아졌다. 새로운 것을 구축한다는 사실이, 그 스케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나를 들뜨게 하며 더욱 그것들에 빠지게 만들었다. 나는 다음날에 학교에서 친구에게 그 생각에 대해 설명하고 재미있지 않냐며 자랑하듯 말했다.

 "어때?"

 "이런 미친놈을 보았나."
 평소 친하게 지내는 뒷자리 친구에게 어제 아빠와 바둑을 두면서 했던 생각과 그전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더니 미친놈 취급을 받았다.

 "아니 이건 중 2병인가?"
 중 2병 취급도 받았다.

 "아니 좀 오글거리는 건 인정하지만 그럴듯하지 않아?"

 "퍽이나 그러겠다."
 시비 거는 듯한 녀석의 말투에 나도 살짝 열받아서 '네가 멍청해서 이해를 못하니 그런 말이 나오는 거다.' 라는 말을 했다가 대판 싸웠다. 하지만 불행히도 녀석과의 말싸움을 하던 중 다시 내가 말을 할 타이밍에 종이 쳐서 수업 준비를 위해 강제적으로 말싸움은 중단되었고 나는 반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생긴 울분을 마음속으로 삭히며 이번 시간의 수업 페이지를 찾아 책을 뒤적거려야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약간 오글거리긴 했지만 아까 했던 말들이 틀리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 하늘을 보며 친구와 싸웠던 일을 떠올렸다. 수업이 시작되고 유야무야 되어버렸지만 역시 좀 마음에 걸려서 쉬는 시간 다시 뒷자리 녀석에게 '아까 멍청하다고 한건 미안하지만 네가 이해를 못 해서 그런 건 맞지 않을까?'라고 진지하게 물었고 다시 싸우 게 되었다. 결국 시끄럽다는 주위 친구들에 말에 싸우던걸 멈추고 다른 애들에게도 상황을 설명하며 의견을 묻고 다녔다. 결과 동의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뒷자리 녀석처럼 인정하지 않는 녀석들도 있었다. 또한 분야를 나눠서 우주 창조와 빗댄 것을 인정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글은 우주창조와 빗댄 것을 타당하다 여기나 그림은 부정하는 경우였다. 여러 사람이 가진 의견은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내가 했던 얘기를 무턱대고 아니라고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듣고서 고민을 해보던 아이들은 우주나 창조에 무언가를 빗대던 것에 대부분 동의를 해왔었다. 그렇다면 아마 내가 생각했던 것은 적어도 '틀린'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생각이 다를 뿐. 

 집에 돌아와 동생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가지고 수다를 떨었다. 오늘은 꽤 기분이 좋은지 수다를 길게 떨고 있음에도 웃는 얼굴이던 동생이 그림을 우주창조와 빗대던걸 부정하고 비웃던 아이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그래서 그 시발놈이 누구라고?"

 "진정해라."

 아마 말한다고 진짜 찾아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화가 난 건 진짜인듯해서 동생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했다. 하지만 동생의 반응은 격렬했다. 그놈이 그림에 대해 뭘 아냐면서 그딴 소리를 지껄인 거냐며 소리를 질렀다. 저가 내게 했었던 그림도 우주를 창조하는, 세상을 그려낸다던 그 말을 다시 꺼내며 내게 그림에 대해 역설했다. 동생의 반응을 보고 말을 들으며 의외로 우리의 주변에 생각지도 못한 작은 우주들이 꽤나 많은 사람들의 손에서 창조되어 돌아다니고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6.05.02 17:26
    역시 소우주가 소중한가 보군요! ^^
  • profile
    은유시인 2016.06.29 21:03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습작 하시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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