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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를 이해하다

 

민기는 수업시간에 자주 머리를 흔들거나 갑자기 소리를 지르곤 합니다. 학습을 할 때는 의욕 없이 책상에 옆으로 기대어 있곤 합니다. 숙제도 잘 하지 않습니다. 준비물도 자주 빠뜨립니다. 수학시간이 되기 전까지 틈틈이 숙제를 해 놓으라고 하면, ‘..’ 하지만 결국 하지 않습니다. 벌을 주면 힘들어하고 앞으로는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자리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민기가 머리를 흔들거나 소리를 반복해서 지르면 주변 친구들이 그만 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민기는 더 흔들고 더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친구들은 민기에게 화를 내거나 선생님에게 이릅니다. 저는 민기를 불러서 계속 그렇게 소리를 내면 다른 친구들이 불편해진다고 설명합니다. 민기에게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게도 해줍니다. 민기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면 민기는 싫다고 합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민기는 ...’ 하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리에 들어가면 잠시 후에 다시 머리를 흔들거나 다른 소리를 내면서 수업에 방해를 끼칩니다.

체육시간이면 민기는 더욱 활기차게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다른 친구들을 치면서 돌아다닙니다. 친구들은 불쾌함을 드러내지만 민기는 모른척 하고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다시 친구들을 치면서 돌아다닙니다. 때로는 민기에게 세게 맞아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생깁니다. 민기는 모든 수업시간마다 선생님들에게 지적을 받고 혼나고 제지를 받습니다. 민기로 인해 선생님들이 힘들어합니다.

민기는 ADHD를 가진 아이입니다. 저 역시 민기로 인해 힘들고 날이 갈수록 혼내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하루는 종례시간에 민기에게 벌을 세우고 심한 꾸지람을 한 후에 집으로 돌려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집에 보내기 전에 민기에게.

민기야, 요즘 무슨 일 있니?”

하고 물었습니다.

민기는, “아니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잘 지내고 있는 거야?”

.”

“.... 그래. 잘 들어가고, 힘 내라.”

.. 안녕히 계세요.”

민기를 보내고 난 후에 저는 교실에 가만히 앉아 심각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마침 교실에 남아 아직 집에 가지 않은 몇 명의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요즘, 민기 무슨 일 있니?”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무슨 일 있는 것 같지 않아? 요즘 자꾸 혼나는 일만 많아지고 잘 안 하잖아.”

.. 민기가 수업 때 많이 혼나고 있어요. 음악시간에도 많이 혼나고 체육시간에도 많이 혼나고 영어시간이도...”

수학시간에도 많이 혼나요..”

아이들이 말한 수업시간 대부분이 제가 맡은 시간이었습니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민기.. 2학년 때가 더 낫지 않았니? 요즘은 2학년 때보다 더 안 좋은 것 같아. 꼭 무슨 일 있는 아이처럼.”

맞아요. 민기는 2학년 1학기 때는 좀 심했지만, 2학기 때는 많이 좋아졌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더 안 좋아진 것 같아요.”

왜 그럴까....”

요즘 민기가 우울해보여요.”

그래?”

..”

민기가 우울해 보인다는 말에 저는 무언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무실에 들어가 민기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던 중 문자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민기 상담을 하고 있는 김희애 교수입니다. 9시 이후에 통화를 해도 될까요?’

얼마 전부터 민기가 놀이치료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민기 어머니께 치료사 선생님과 연락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십사 부탁을 드렸었습니다. 그리고 약 2주가 지난 오늘 문자가 온 것입니다.

. 안녕하세요. 민기 담임교사입니다. 9시 이후에 통화 가능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는 9시 반 경에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민기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조언이 필요합니다

민기는 마치 심하게 흔들리는 수면 위에 떠있는 배와 같아요....”

민기가 학교에서 소리를 내거나 머리를 흔드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은 민기의 심리가 상당히 불안한 상태에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여러 사람이 민기에게 그만하라고 하면, 보통 사람은 하던 행동을 멈춰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지만 민기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순간 민기는 사방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껴서 더욱 혼란스러워한다고 합니다. 30분 동안 통화를 하면서 민기에 대해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민기를 많이 칭찬해주면서 민기를 도와주라는 조언을 듣고 통화를 마쳤습니다. 통화를 마친 후 민기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민기가 참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국어수업을 하러 교실로 들어가자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전 시간에 있었던 일을 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내용은 민기가 음악시간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선생님, 민기가요~~...”

그리고요~~ 민기가요~~...”

또 민기가요~~~...”

민기는 고개를 숙인 채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고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무척 괴로워보였습니다. 아이들을 중지시키고,

이게 지금 무슨 모습이야? 사방에서 한 사람을 지적하고 있잖아! 이런 거 내가 싫어하는 거 알지?”

...”

아이들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래. 나도 너희들 그동안 잘못했던 거 한 명씩 다 말해볼까?”

아니요...”

저는 민기를 불렀습니다.

민기야, 이리 와봐.”

민기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저에게 왔습니다. 민기의 볼에 눈물이 지나간 자국이 있었습니다.

민기야, 지금 화장실로 가서 세수 좀 하고 와.”

민기는 교실 문을 나서서 화장실로 갔습니다. 교실은 조용해졌습니다.

어제 민기 상담하는 선생님과 통화를 했어.”

아이들은 일제히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우리도 가끔 상담하러 다니기도 하지? 가끔씩 힘들면 상담을 받기도 하니깐

. 저도 받은 적 있어요.”

저도요~”

그래. 민기도 상담을 다니고 있어. 그런데 상담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민기가 요즘 마음이 너무 힘들대.”

이 말에 아이들은 조금 놀란 듯 보였습니다.

민기가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여기저기서 누가 뭐라고 하면 공격을 받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네.. 여러 사람이 한 사람 둘러싸고 마구 뭐라고 하면 그 사람 정말 힘들겠지?”

..”

민기가 그런 느낌을 받는대. 그래서 민기를 많이 칭찬해주고 도와주라고 하시더라.”

“......”

아이들은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이 한 말을 들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

저는 지난 수업 때 촬영한 모둠별 역할극을 보여주기 위해 노트북을 TV에 연결했습니다. 그 때 민기가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선생님, TV 잘 볼 수 있게 자리 옮겨도 돼요?”

준석이가 물었습니다.

. 편한 자리로 옮겨서 봐. 대신 다른 사람이 볼 수 없게 하면 안 되니까 주변을 잘 살펴보고.”

.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자리를 옮겨오기 시작했습니다. 민기는 앞 줄 끝에 앉았는데, TV를 보기에 몹시 불편한 자리였습니다. 한 아이가 민기를 불렀습니다.

민기야, 여기로 와.”

다른 아이들도 민기를 불렀습니다.

민기야, 여기에 앉아. 같이 보자.”

아이들은 민기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고,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저는 모른척 하며 노트북을 조작하였습니다.

민기야, 아까 뭐라고 해서 미안해.”

민기야, 나도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

좀 전에 민기의 행동을 일렀던 아이들이 민기에게 조용히 사과를 하였습니다.

괜찮아.”

민기는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일일이 대답해주었습니다. 민기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영상에서 민기가 연기하는 장면이 나오자 아이들은 민기의 재미있는 행동에 웃음을 터뜨리면서 틈틈이 민기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민기에게

민기야, 너 연기 정말 잘했어.”

민기야, 정말 재미있다.”

하고 민기를 칭찬하며 계속해서 민기를 살폈습니다. 민기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 표정도 함께 밝아졌습니다.

그 후로 아이들은 민기를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민기의 행동을 자제시킬 때는 좀 더 다정하고 설득력 있게 말해주었습니다. 저 역시 민기를 혼내기 보다는 칭찬을 많이 늘렸습니다. 방학 때는 남자 친구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해서 함께 즐겁게 놀기도 했습니다. 또 민기의 상담선생님을 찾아가 민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고 몇 가지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2학기에는 우리 반에 들어가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민기에 대한 매뉴얼을 공유해서 협조를 구했습니다. 선생님들은 같은 마음으로 기꺼이 협조해주셨고, 민기의 얼굴은 더욱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산만한 행동이나 소리를 내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지금도 이따금씩 그런 행동이 나오곤 하지만, 이제는 마냥 중지시키지 않습니다. 민기에게 소리를 지르고 싶으면 나가서 시원하게 지르고 오라고 해줍니다. 몸을 흔들면 춤추고 싶은지 물어보고 괜찮으니깐 나와서 춰도 된다고 해줍니다. 대부분 괜찮다고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행동을 멈추지만, 가끔은 정말로 나와서 춤을 추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큰 소리로 이민기! 이민기!’를 외치며 박수치며 호응해줍니다. 그리고 민기를 지도하는 모든 선생님들이 민기를 많이 칭찬해주어서 민기의 얼굴은 더욱 밝아지고 수업에 대한 참여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민기에 대해 알고 나니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더 훌륭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민기에 대해 마음이 많이 힘들대.’ 하고 말해주었을 뿐인데, 아이들은 저보다 더 넓은 마음으로 민기를 이해해 주었고, 저보다 더 따뜻하게 민기를 감싸주며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더 큰 용기로 민기에게 다가가 사과를 하고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 profile
    korean 2020.05.03 17:05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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