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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


   올해 여름 정말 지독하리만큼 무더웠다. 각종 폭염 관련 기록을 갱신한 그 맹렬한 더위도 시간이 지남에 점점 옅어져가더니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얼마 전부터 온수매트를 켜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이제 점점 짧아져 가는 이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올 것이다. 겨울의 풍경하면 나는 난로가 떠오른다. 훈훈한 온기를 내뿜으며 실내 중앙에 자리 잡은 난로를 떠올리면 마음까지 단번에 따뜻해진다. 밖에서 갓 들어와 언 몸을 녹이는데 정신이 팔려 옷을 태워먹은 기억도 난다. 이런 실수를 막으려 어른들은 항상 난로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셨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난로 쬐는 것으로 종종 비유를 한다. 난로에 너무 가까이 가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멀리 떨어져서도 안 되듯이 대인관계 역시 그렇다는 것이다. 건강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함을 난로 쬐는 비유를 통해 강조한다.

 

   어렸을 때는 몰랐다. 초등학교 이전에는 좋으면 하루 24시간 내내 계속 같이 있으면 되지, 왜 저녁이 되면 헤어져야 하는지 몰랐다. 서로 싸우고 보기 싫을 때 헤어지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어린 생각이 헤어질 때마다 들었다. 조금 더 큰 후에는 나의 모든 것을, 상대방의 모든 것을 과감 없이 모두 공유해야 그것이 진정한 우정이고 사랑인 줄 알았다. 그렇지 못하면 가식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감정에 에너지가 소모되고 관계에 치이는 등 여러 상황들을 겪으면서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이유를 점차 알아갔다. 한 때는 너무 이것들을 중시한 나머지 홀로인 때가 많아진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성별과 나이 상관없이 호감이 드는 사람한테 언제, 어디까지 다가서야 할지 늘 판단이 쉽지 않다. 너무 가까이 가면 서로에게 실망하고 상처받기 쉽고, 그렇다고 두려운 생각에 계속 먼 거리를 유지하면 제대로 된 관계 형성이 되질 않는다. 삶에 있어서 관계 맺기는 늘 잘 풀리진 않지만 번번이 치러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얼마 전 다음과 같은 문구를 책에서 보았다.

지구가 자전하기를 포기하고 공전만 한다면 태양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물과 공기의 흐름이 끊기는 것은 물론 생명의 순환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공전을 포기하고 자전만 한다면 태양계에서 떨어져 나와 광막한 우주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지구에서 공전과 자전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듯이 사람 역시 서로 배려하며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한편 개별적인 한 사람으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관계다. 그러기에, 나는 지혜로운 관계 맺음을 하고 싶다. 풍성한 삶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홀로 있어도 빛나는 시간을 갖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깊이 있는 삶을 위해서 말이다.

아직도 어렵지만,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오늘도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운다.

이제 곧 겨울이다. 올 겨울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따뜻한 난로가 되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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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와 호랑이


   단풍이 만연한 가을, 동물원에 갔다. 평일 낮 시간대라 한산했고 덕분에 혼자 갔음을 의식하지 않고 진정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보는 동물들이 경직되고 메말라있던 나의 감정에 틈을 내주었다. 맘껏 신기해하고 감탄하며 동물 구경을 하고, 자연을 느낀 치유의 시간이었다.

10일 정도 후, 이번에는 아쿠아리움에 갔다. 동물원에서의 좋은 기억이 나를 움직였다. 생각 해 보니, 수족관은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기대를 했는데 큰 재미는 없었다.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을 다 큰 성인이 자발적으로, 그것도 혼자 가는 일은 드문 일일 것이다.

그때 나는 인생의 긴 터널을 막 나온 시점이었다. 철저히 혼자였던 시기다. 새 각오와 새 희망으로 과거를 벗고 모든 경험을 해보자는 의욕으로 하나하나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기면 수첩에 적고 그것들을 해내면서 인생을 새로이 살고 있었다.

 

   영화를 봤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그 영화에 깊이 매료됐다. 그래서 그 주인공이 했던 것들, 좋아하는 것들을 무작정 따라했다.

내가 그 영화의 주인공에게 빠지듯 그 주인공도 영화 속에서 어떤 소설책에 빠져있다. 소설 속 주인공의 대사를 음미하고 되뇌이며 미소 짓고 행복해 한다. 그리고 동물원에 가서 고대하고 고대하던 호랑이를 보기도 하고, 결국은 가지 못했지만 수족관에 가서 물고기도 보려 한다. 나도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그 소설도 읽어보고 동물원도 가보고 아쿠아리움도 가본 것이다.

영화에서는 정갈하게 주변을 정리하고 요리를 하는 모습도 자주 나왔다. 살림에 흥미가 전혀 없던 나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안 하던 집안정리를 하고 요리라고 할 수도 없지만 스스로 밥상을 차려보기도 했다.

 

   한동안은 그랬다. 그 주인공에게 빠져있었다. 요즘도 가끔 생각이 나서 영상을 찾아보고 그 감정에 다시금 젖어보고 추억에 잠기곤 한다.

그때 나는 너무나 무기력했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심신이 지쳐있었다. 희망도, 목표도 없었다.

나와는 다른 아픔을 지녔지만 아픔이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그 주인공의 좌절과 슬픔이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나에게 온전히 전달되었다. 혼연일체라는 표현을 쓰면 맞을까? 그 주인공이 웃으면 나도 미소 짓고 주인공이 화를 내는 일이 생기면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은 그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장면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해서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영화는 주인공이 씩씩하게 혼자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으며 끝이 난다. 아픔으로 인해 제한되고 속박되어 있던 것들로부터 용기를 내어 자유를 얻어낸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희망을 얻었다. 나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당당하게 살 수 있다고, 그러자고 각오를 할 수 있었다.

 

   내게 그 영화처럼, 다른 이들도 소설이 되었든, 영화가 되었든 자신만의 인생작품들이 있을 것이다. 나의 처지와 상황을 잘 아는 가족과 지인들이 해 주는 위로가 하나 도움이 되지 않는데, 나랑은 무관한 어떤 것이 내 슬픔과 아픔을 온전히 비춰주고 어루만져 주어 큰 치유가 되는 그런 인생작품 말이다.

나도 다른 이들에게 그런 작품을 하나 남기고 싶다. 살면서 모든 이들과 직접적 교제와 교감을 할 수는 없다. 모든 이들과 동일한 아픔을 겪을 수도 없다. 그렇지만 직접적이지 않아도 동일한 슬픔이 없어도 위로할 수 있고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런 인생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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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 이한나

- 이메일 : ready_4@naver.com

- 연락처 : 010.5094.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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