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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

     

그런 일이 있잖습니까. 카페에서 홀로 커피를 마시다가 창밖으로 연인이 지나가는 걸 보면 외롭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잖습니까. 그렇게 문득 들어온 외로움이 입에서부터 천천히 왼쪽 새끼발가락까지 퍼질 때면, 저는 어김없이 유언장을 씁니다.

유언장에는 별 내용이 없습니다. 20, 무슨 돈이 있기에 재산을 물려준다는 그런 얘기를 씁니까. 무슨 깨달음이 있다고 충고 같은 말을 유언장 위에 고스란히 씁니까. 그냥 고작 20년밖에 살지 않았지만 꽤나 힘들었으니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그런 애원의 글밖에 쓸 게 없는 거 다 알고 있잖습니까. 그럼에도 저는 가방에서 매일 들고 다니던 종이 한 장을 끄집어 내 맨 윗부분에 유언장이라는 글씨를 휘갈겨 씁니다.

유언장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 인터넷에 먼저 유언장 효력이라고 쳐봅니다. 애써 써놓은 유언장이 효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종이 위에 이름, 주소, 생년월일을 차례대로 씁니다. 그리고 하고 싶었던 말을 씁니다. 어떻게 보면 이 유언장은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것입니다. 왜냐면 실제로 누군가가 지금 제가 쓰는 유언장을 볼 일은 없을 거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유언장을 씁니다. 쓰지 않으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 이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무엇으로 내용을 먼저 시작할까 하다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먼저 쓰기로 합니다. 힘들었다. 저는 이 말을 가장 하고 싶었습니다. 네 글자로 이루어진 아주 짧은 말이지만, 저는 지금까지 이 말을 누군가에게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색하게나마 이 짧은 문장을 종이 위에 꾹꾹 눌러 씁니다. 그 다음에는 힘든 이유를 씁니다.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은 왜 힘들었는지따위를 종이 위에 휘갈겨 씁니다.

한 번 쓰기 시작하니, 계속해서 문장이 나옵니다. 문장 하나하나에는 최대한 진심과 진실을 꾹꾹 눌러 담습니다. 진심이 아니면 외로움이 가시질 않고, 진실이 아니면 유언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유언장이 완성 되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종이를 듭니다. 그리고 제가 쓴 유언장을 읽어봅니다.

유언장을 다 읽고서 평소에 들고 다니던 도장을 가방 안에서 꺼냅니다. 그리고 도장을 종이 위에 꾹 눌러 찍습니다. 이로써 유언장의 효력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저는 종이를 작게 접습니다. 그리고 지갑 안에 넣습니다. 이렇게 유언장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을 위해 미리 해두는 거라며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합니다. 저는 다시 창문 너머의 카페 밖을 바라봅니다. 그리고서 이 유언장을 읽은 사람들은 과연 무슨 느낌일까,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아니면 거짓말 같아 이 유언장을 찢거나 버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맨 밑에 고스란히 찍혀져 있는 제 도장을 보고서 억지로라도 이 종이쪼가리를 읽을 수밖에 없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갑자기 입꼬리가 슬쩍 제멋대로 올라갑니다. 저는 입꼬리를 내리는 방법을 몰라, 그 상태로 계속 있습니다.

몸 안에서 발버둥치고 있던 외로움이 어느새 빠져버린 것 같습니다. 이제 전혀 외롭지 않다고 생각을 하며, 마음대로 바깥사람들을 구경합니다. 그러나 또 다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지나가고, 저는 외로워집니다.






가까운 사람의 가까운 사람

 

사람이 죽었다. 나의 가까운 사람의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 죽음이라는 것을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가까이 다가온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조용한 공간 안에서 평소처럼 작은 농담을 내뱉는 친구의 말에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갑작스레 친한 척 하며 다가온 죽음 때문에 저지른 나의 멍청한 실수였다.

내가 큰 소리로 웃자, 주위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힐끗 하고 둘러봤다. 너 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쟤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 제발 좀. 모두의 얼굴이 날 향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차례차례 읽으며 생각했다. 이 상황 속에서 자연스레 알맞은 표정으로 대처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서웠다. 믿기지 않아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다.

장례식장에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학생이 입는 옷 중에서 가장 단정함이 잘 드러나는 교복을 입고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비슷한 사람들의 표정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한 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두 발,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까. 괜찮아요? 괜찮지 않다는 거 잘 아는데,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실례이지 않을까. 그냥 평소처럼 웃으면서 들어갈까? 무거운 공기와 눈물이 이곳저곳에 뿌려져 있다는 걸 아는데, 평소처럼 웃으면서 마주보면 재수 없게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무슨 말을 꺼내야 하는지. 어떤 표정으로 다가가야 하는지. 그 어느 것 하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나는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무력함이 여기서 드러났다.

어느덧 장례식장 안에 서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 걱정과 달리, 입꼬리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며 밑으로 내려가져 있었고 미간은 일자로 펴져서 상상만 해도 안타까움이 들어나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장례식장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흑백으로 된 영정사진 이었다. 가까운 사람의 가까운 사람인, 나와 가까운 관계인 그 사람의 아버지가 흑백으로 염색된 채 사진 안에 갇혀있었다. 나는 영정사진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숙이고서 기도를 했다.

어색하게 묵념의 순서를 끝내고 시끄러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침묵을 깨뜨리고 평소와 같은 시끄러운 곳 안에 있는데도, 나는 불편함을 느꼈다. 장소가 장례식장 안이라서 그런지 익숙하지 않은 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니, 얼굴이 점점 굳어져갔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식탁 위에 올려져있는 음식을 먹었다. 원래도 까만 피부였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더 까매진 피부를 가진 선생님이 우리가 앉아있는 식탁 쪽으로 다가왔다.

와줘서 고맙다, 애들아.

선생님은 평소처럼 재미없는 아재개그를 던지며 아무렇지 않게 우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무렇지 않은 태도에 나를 제외한 다른 모두가 차츰 긴장에서 풀려나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혼자 어색함에 몸을 기댄 채, 시선을 다른 곳에 향해 두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려고 하면 들려고 할수록, 죄책감을 동반한 압박이 목을 내리 누르는 바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자기는 먼저 가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도 그 틈을 타서 재빨리 일어났다.

내일 학교 갈 준비해야 돼.”

그 말이 내가 행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이자, 마지막 행동이었다. 나는 급하게 신발을 신고는 압박감이 퍼져있는 그곳에서 나왔다. 이제야 숨이 좀 쉬어지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밖으로 걸어갈 때 마다 바람에 들춰지는 치마가 불편했다. 나는 한 손으로는 치마를 잡고서 점점 더 걸음을 빨리 했다. 장례식장과의 거리가 멀어져 갔다. 그리고 멀어져 갈 때마다 가슴에 돌덩이가 들어찼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나는 최대한 잊으려고 노력했다. 평소 보다 행동을 더 오버해서 반응하거나, 재밌지도 않은 농담에 시시콜콜한 웃음으로 답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업 중간 중간에 앉아서 나도 모르게 멍을 때리고 있을 때는 그때 든 죄책감이 요동치며 몸을 휘감았다. 휴대폰을 꺼내서 저장되어 있는 선생님의 번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문자를 보낼까, 말까. 보내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장례식장이 끝나고 며칠이 지나고서야 괜찮으시냐고 연락하는 건, 또다시 슬픔을 꺼내는 행동이 아닐까. 이제 와서 무슨 뒷북이냐며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문자를 보내고 싶었지만, 무슨 문자를 보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선생님의 덤덤한 얼굴이 맴 돌고 있었다. 괜찮은 걸까, 괜찮은 척 하는 걸까. 나는 다시 휴대폰을 내려다 봤다. 그리고 전화번호 부에 들어가서 선생님의 번호를 찾아 문자메시지를 눌렀다. 문자메시지 창에 한 자, 한 자씩 글을 채우다가 다시 다 지웠다. 휴대폰 전원을 껐다. 웃긴 위로를 보내는 것보다 안 보내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전원이 꺼진 휴대폰 액정 위로 일자로 펴져있는 미간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 : 김승윤

연락처 : 010 7537 1866

이메일 : kim990727@naver.com



  • profile
    korean 2018.08.31 21:23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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