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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


  소주 한 잔이 사람의 마음을 끓거나 얼게 하는 습성이 있다. 간단한 안줏거리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건 다 그 이유 때문이다. 씁쓸하지만 달콤하게 넘어가는 맛. 우리는 매일 그런 맛에 취해 하루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웃음꽃을 활짝 피우거나 혹은 얼굴을 한껏 찌푸리고 있거나. 그러나 가지각색의 감정들을 토하는 얼굴들은 맨 정신의 나에겐 익숙지 않았다.

 

   빈 소주병을 들고 있는 나이 든 아저씨를 본 적이 있다. 그는 꽤 여러 잔을 마신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얼굴에는 보조개가 잡혀 있었다. 이미 1차를 갔다 왔는지 2차를 가자는 아저씨의 말이 나를 신경 쓰이게 했다. 같이 있었던 무리들은 아저씨를 붙잡아 좌석에 앉히게 했고 자기들끼리 잡담을 하고 있었다. 분명 저 사람을 누가 데려갈 것인가. 이미 이 상황이 익숙해진 듯 자기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흘겨 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세상 물정 모르고 허우적거리는 저 술버릇을 누가 만류해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나를 뜨겁게 만들었다.

 

   그 아저씨는 바로 나의 큰아빠다.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그에게 술은 반찬과 같은 존재였다. 밥을 먹을 때 항상 젓가락을 움직이듯이 술잔을 꼭 들이켜야 했다. 누가 밥상을 치워주기라도 하는가? 아니. 오히려 그런 것을 남 취급하듯이 내버려 두는 날이 더 많았다. 아빠는 그를 술쟁이 아빠라고 불렀다. 익살스럽게 뱉은 장난이지만 속은 안 터질 수가 없었다. 전화만 하면 힘없이 축 늘려진 목소리가 그를 보글보글 끓게 만들었다. 인생이 장난이냐고. 하지만 아저씨는 장난의 의의도 몰랐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자신도 지금 이 길이 장난처럼 주어지는지도 짐작하지 않았다.

 

   아빠의 아들, 큰아빠의 자식이기도 한 나는 술기운에 들면 성격이 바뀐다. 할 말은 꼭 해야 적성이 풀리는 주의로 변한다. 맨 정신이든 아니든 하하 호호 웃고 있다면 왜 웃는지, 얼굴이 곧 죽어 있다면 무슨 일이 있는지, 남을 앞에 두고 경청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관계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속으로만 여겼다. 그러니까 쉽게 꺼내지 못하고 속에만 쌓는 표정들은 자연스러울 수 없었다. 나도 그래서 큰 아빠를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

 

   나도 어느새 술자리를 몇 번 거쳐 오고 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술잔에 술을 따르는 것이 쉽지만 편치 않았다. 각자 인생을 살다가 같은 학과에서 만나 속마음을 터는 게 우리를 짓누르는 것이 아닐까? 스무 살을 막 밟은 나에겐 인생이란 여전히 미정이다. 미정이란 뜻에 맞게 당장 내일도 알 수 없는 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갑작스레 돌아가신 큰아빠처럼 나도 어쩌면 내일 갈 수도 있고, 갑작스레 편찮으신 아빠처럼 나도 어쩌면 아플 수도 있고. 그래서 한치 앞도 모르고 달리는 시간이 삶의 버팀목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술만 들어가면 얼굴이 뜨겁고, 머리가 어지럽고, 결국엔 그 날의 모든 기억들이 까맣게 불타오르는 걸까? 그게 바로 인생의 쓴 맛인 걸까?

 

   한 방울씩 들이킨 술 한 잔에는 감정을 쏟기 시작한 사람들의 얼굴이 부딪혔다. 나 또한 애교를 섞으며 웃음을 띠고 있다. 아직도 술에 취하면 그렇게 변하는지 알지 못한다. 내일도 당장 술을 먹으러 갈 것이다. 나는 지금쯤 어느 길로 가고 있을까? 갈 길 잃은 물음표처럼 해답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N, 혹은 S

 

   나는 자석 그 자체였다. N극과 S극으로 나뉘어 한 발자국씩 걷는다면 누군가가 내 뒤를 따라왔다. 물론 앞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떨어져갔다. 언젠가 팔과 어깨에는 멍자국이 선명히 찍혔다. 누가 나에게 손을 댄 것일까. 멀리 있어도 다른 극으로 척 달라붙은 여러 명의 아이들이 갈 길을 막았다. 나는 항상 그들의 늪에서 헛길질만 하였다.

 

   작년에 내 다리와 발은 무쓸모였다. 두 다리가 달려 있어도 마음껏 움직일 수 없었다. 나를 친구라고 생각해서 와줬다는 아이들은 나를 가둬두고 손가락질을 했다. 손가락은 곧 얼굴과 배를 찔러댔고 살아가는 이유를 물었다. 당시 내 몸무게는 90kg을 넘나들었다.

 

   내 시점에서 바라본 그들은 고장 난 로봇처럼 멋대로 움직였다. 마치 마음껏 해하도 되는 물건처럼 나를 무턱대고 함부로 만져댔다. 나는 매일 하루를 짙게 가라앉은 밤하늘에 비유하였다. 잠을 자도 일어나면 검게 물들어 있는 풍경이 나를 눈감게 하듯이 피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같은 극을 심어주고 싶었다. 가까이와도 멀리 달아날 수 있게.

 

   한 번은 나에게 뺨을 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무턱대고 맞고 있는 내가 너무나 맘에 안 들었다고 했다. 그게 다였다. 나는 그래서 조용히 웃고 타이밍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나는 정신적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전의 나도 쓰레기에 가까운 인성을 품어왔다. 장애인에게 사소한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활원에서 만난 그들은 나보다 한두 살 터울에 있는 형, 누나였다. 공부를 하기 위해 책을 펼치는 행동은 학생들과 별 차이 없었다. 오히려 배우려고 하는 그런 의지들이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나에게도 그런 열정이 있었나 싶었다. 한글이나 숫자처럼 간단한 기초들을 친절하게 가르치려는 게, 나도 선생님이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곳에서도 N극은 존재했지만 S극은 고장 난 상태였다. 아니 처음부터 없었다. 그 또래들을 만난 거부터 이미 경계는 허물었기에 그런 편견 따위 필요 없었다. 나는 평등이란 과정을 처음 겪어봤다. 교실에서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로 구분하는 건 곧 왕따를 만들어내는 짓이기에 나는 마음에 벽을 세울 자신이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나를 편안한 상대이자 친구로 맞이하는 모양새였다. 그 모양이 삐뚤어지지 않도록 나는 더더욱 친절하게 다가갔다. 나도 누군가에겐 소중할 수 있기 때문에 인연이란 밧줄을 조금이라도 느슨히 풀어놓기 싫었다. 그래서 나는 N극과 S극을 버리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을 만나, 다양한 성격을 나누고 이해하기 위해.

 

   나에게 적잖이 잘못된 손으로 대했던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내가 먼저 그들에게 헤어지자고 솔직하게 털어놨고, 그들은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배신감이 들면서 나에 대해 뒤에서 구시렁거리기 시작했다.

   - 쟤한테 있는 친구들은 우리 말고 없다.

   - 쟤는 항상 뒤에서 우리를 까고 있다.

   - 쟤는 어디 잘 사나 두고 보자.

   이 세 마디는 아직도 졸졸 뒤따라오고 있다. 자석의 효과가 좋은 탓일까. 아니면 나쁜 탓일까. 내가 갖고 있는 반대로 뒤에서 나오는 얘기들은 반대방향의 극을 꺼내놓고 있었다. 내가 N극이라면 S, S극이라면 N. 미련이라도 남았는지 아주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있다. 나는 그들을 하찮게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더불어 스트레스가 풀린 듯 20kg가 넘게 달아나버린 나에겐 남아있는 건 내 앞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설사 길거리에서 마주친다 해도 모르는 사이보다 못하기 때문에 피하게 될 것이다. 말을 해도 이제는 대화가 잘 안 될 것이기에 마음속으로 그저 잘 살아가기를 빌면서, 내 소망이 그 아이들에겐 잘 붙어 갔으면 좋겠다. 마지막 소망이다.


이충기 / alfl2382@hanmail.net / 010-2754-7230



  • profile
    korean 2018.04.30 22:20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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