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창작콘테스트 - 수필] 살인마 고슴도치 外 1편

by 살짝글 posted Apr 09,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살인마 고슴도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밤새 늘어난 가시의 개수를 세는 것.


나를 안아주다 심장이 뚫려버린 친구의 핏자국은
등에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닦아줄 사람도 닦고 싶은 생각도 없는
그저 친구를 죽여버린 살인마라는 비난 속에
등이 아닌 가슴에도 가시가 돋기 시작한 건
네가 죽어버린 몇 달 전부터.


공포로 시작해서 자책을 지나 원망으로 변해버린 나를
어느 방향으로도 안아줄 수 없으니,
누군가의 심장이 내 가시에 꽂히는 그 느낌은
묻지도 말고 위로하려 들지도 말기를.


나를 안으려 했던 엄마의 품을 밀어낸 것이 효도가 되었고
그 친구의 죽음이 나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킨 후
또 다른 살인을 방지했다는 점에서 너는 영웅으로 남겠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그다지 깊은 인연은 아니었던 네가 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몇 배로 늘어난 가시는
어쩌면 네 피를 먹고 내 몸에서 자라나는
너의 일부가 아닐까라는 두려움에
다 뽑아버릴까 하다가도 귀찮아서 그냥 둘 테니
내 몸에서라도 평안하길.


현대판 가시고기


지난밤에 떠나버린 304호 아저씨의 행선지는
하늘이 아닌 깊은 지하 바닥 그 너머 지옥.


죄목은 있지도 않은 엄마 기다리는 자식새끼 밥 멕이러 서두르다 박아버린 이름 모를 외제차.
사채에 허덕이다 저번 주에 중지된 자동차 보험은 야속했고
진작에 뛰어내렸어야 할 발목을 수차례 잡은 건 늘 배고픈 7살짜리 아빠 바보.


아빠까지 잡아먹은 호로새끼라는 손가락질 속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소년이 수차례 묻는
지애비의 행방을 내 손가락은 바닥도 하늘도 아닌 먼 산을 가리켜야 했고
그럴듯한 핑계를 둘러대며 말했지.


"가시고기처럼 살아남아라."
'부모 잡아먹고 보란 듯이 살아가는 가시고기처럼.'



부지환 (boojh516@khu.ac.kr)

hp : 010 - 4222 - 3992


Articles

9 10 11 12 13 14 15 16 1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