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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맨



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일하시는 모습이 전부다. 일이 끝나시면 바로 퇴근하셔서 어머니가 차려주신 저녁 식사를 드시고 주무시곤 했다. 그렇게 저녁 10시가 되면 집에 불이 다 꺼지고 내 방만 불이 켜져 있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다른 집들도 똑같은 줄 알았다. 나에게 반지하 방에서 올려다본 10시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더욱 커지는 시간이었다. 10시 이후에 방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낼 수 있었던 일은 책장을 넘기는 것이었다.

 

동생 졸업식이 있던 날도 아버지는 일을 나가셨다. 아버지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빼고 본가로 내려갔다. 끝을 가진 시간이었지만 박수가 많은 자리였다. 졸업식 노래를 마무리로 서로에게 안녕을 보내며 손뼉을 쳤다. 학교 정문에 있는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가족사진에는 두고 온 사람이 있는 것처럼 비어 있는 허전함이 늘 있다. 동상이 아버지의 빈 자리를 메워주는 기분이다. 네 가족이 모여 있는 사진은 동생이  기억조차 못 할 나이에 찍은 것들이다.

 

대학교에 다니기 위해 서울로 이사를 했다. 한 학기를 다니고 휴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버지였다. 병명은 단순했으나 의사를 말을 듣고 나니 모든 게 복잡해졌다. 아버지는 간호인을 둬야 할 만큼 치료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서울로 가면서 중학교에 입학한 동생은 친척 집에 맡겨졌다. 어머니는 동생을 빨리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깊으셨다. 돈을 벌기 위해 밖에 있는 시간을 줄일 수가 없으셨다. 아버지를 위해 시간을 비울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은 나였다.

 

새벽 5시면 일을 나가시던 아버지. 택배 일은 물량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며 점점 출근 시간을 앞당겨 나가셨다. 습관이 무섭다는 게 맞는 말 같다. 아버지는 퇴원해 집에 오셔서도 새벽 5시면 잠에서 깨셨다. 몸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서 불편하신지 주무실 때도 뒤척임이 많으시다. 어머니도 출근을 위해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셨다. 아버지는 식탁에 앉아 따뜻한 물 한 잔을 어머니께 건넸다. 어머니는 물로 공복을 채우신 후 출근하셨다. 아버지의 배웅은 어머니의 바쁜 걸음을 따라가지 못해 현관에서 끝이 났다. 어머니가 출근하시면 아버지는 비워진 컵 옆에 놓인 마스크를 쓰시고 운동을 나가셨다.

아버지는 벚꽃이 만개할 때쯤 이름도 모르는 동네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셨었다. 어제 내린 폭설로 길이 미끄러울 텐데 혹시 다치실까 걱정스러워 따라나섰다. 아버지는 현관문을 열기 전에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내게 건네셨다. 베란다에서 분 바람이 동생 방까지 닿아 문이 큰 소리와 함께 닫혔다. 나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아버지 직장 때문에 전학을 간 적이 있었다. 억양이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힘들게 적응을 해가는 시기였다. 아버지가 내가 다니던 중학교로 택배 배달을 오셨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인지 몰랐다. 얼굴을 파란 방한 마스크로 가리고 모자를 쓰고 계셔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택배를 급히 전해주고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마스크맨이라고 소리쳤다. 아이들이 아버지를 가볍게 부를 때마다 나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반장이 되었다. 내가 반장이 되고 나서부터 아버지는 자신을 더욱 숨기셨다. 동네에서 택배를 돌리실 때 학부모님을 만나지는 않을까 늘 걱정을 하셨다. 아버지의 조심스러운 행동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

 

어떡해

동생에게 짧은 문자가 왔다.

문자를 보고는 동생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인지 당장 물어보고 싶었으나 겁이 나서 전화하지 못했다. 뒤이어 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가 울고 계신다고 했다. 동생의 말에는 우시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얼마 전 동생이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와 별 모양을 그려둔 걸 보았다. 그 날짜가 동생의 소풍날이었다. 어머니는 파견직으로 다른 지역에 계셔서 아버지가 대신 도시락을 싸주기로 하셨었다. 아버지는 김밥을 싸실 줄 몰라 김밥집에 부탁을 드렸다. 김밥을 찾아 동생에게 전해주기 위해 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당하셨다. 동생의 학교 근처에서 말이다. 등교하던 아이들이 사고현장에 모여들었다. 구급대원이 아버지의 마스크를 벗기자 아이들은 손가락질했다. 아버지는 얼굴 위로 떨어지는 수군대는 소리에 귀를 닫는 대신 눈을 감으셨겠지. 동생이 그린 빨간 동그라미에 우리 가족은 갇히게 되었다.

 

아버지의 기울어진 어깨를 붙잡고 한 걸음씩 발을 맞추어 걸었다. 동생의 또래들이 등교할 시간이 되면 운동을 끝내시고 집에 가자고 하셨다. 아버지는 마스크로 숨길 수 없는 불편한 걸음을 재촉해 걸으셨다.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시고 방에 들어가셨다. 방문 틈으로 보이는 아버지는 벽을 보며 돌아누워 계셨다.






기를 모르는 법



취업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남들처럼 살기이다. 스펙이라는 계단이 점점 단계로 다가온다. 내가 서 있는 단계에서는 꿈을 이룰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자꾸 나의 미래에 과연이라는 꼬리말이 붙어 불안해진다.

 

얼마 전, 길을 가다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안부를 물어왔다. 안부에 대한 답을 해야 하는데 순간 나의 옷차림이 머릿속을 스쳤다. 목이 늘어난 검정 티셔츠. 잠깐의 찰나를 뒤로 하고 잘 지낸다고 대답했지만 표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친구는 졸업 후 공기업 인턴으로 근무하는 중이라고 했다. 축하를 끝으로 억지로 말을 이어가야만 할 것 같아서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 마침 버스가 와서 다행히 가던 길을 마저 갈 수 있었다. 학생들로 꽉 찬 버스에 올랐다. 의자를 붙잡고 있는 손에 시선을 싣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다. 동네를 벗어나서야 손에 쥔 긴장을 놓았다. 달리는 버스에서 평소에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들려왔다.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귀에 꽂혔다. 친구가 신고 있던 구두가 떠올랐다. 회사 생활을 하며 매일 구두 소리를 듣겠지. 슬리퍼 신고 가지 말라던 엄마의 말을 들을 걸 그랬다. 신고 있는 슬리퍼 위로 구두가 지나다니는 기분이다. 발을 밟힌 걸까. 발걸음이 무거운 채로 도서관에 도착했다. 생활하며 걷는 곳이 다르다는 게 나를 초라하게 만들 줄 몰랐다.

도서관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렸다. 계단을 오르다 숨이 차 마스크를 벗었다. 이를 꽉 물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한숨을 크게 내쉰다. 도서관 입구에 휴관일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휴관일. 분명 어제만 해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습관처럼 와버렸다. 요일을 모르고 살다 보니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갈 곳이 없어 집으로 가야 했다. 도서관 유리문에 버스가 비쳤다. 정류장에 정차 중이다. 깜박이는 신호를 보니 몸이 먼저 반응했다. 하지만 슬리퍼를 신어서 제대로 뛸 수가 없었다. 버스의 뒷모습을 보며 다음 신호를 기다렸다.

나는 끌리는 신발로 혼잣말을 밟으며 걸어서 집으로 갔다.

  • profile
    korean 2018.04.30 22:47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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