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초등학교 여름 방학 때였다. 나는 할머니에게 억지로 이끌려 수영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길모퉁이에서 하염없이 수영 학원 버스를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길모퉁이에는 나처럼 버스를 기다리는 또래의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저들끼리 재잘재잘 떠들고 있었다. 원래 친한 아이들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감히 그 무리에 껴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 소심함과 그걸 인식하는 내 자신이 발과 입을 묶어 놓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그저 몇 발 옆에서 조용히 하늘이나 바라보며 그들의 대화를 의식하지 않는 척 했다. 그 때 내 마음에 청아한 위안이 되었던 것은 내가 바라 본 하늘이었다. 그 높고 공허한 하늘이 마치 나의 외로움을 공감해주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30분 정도 아이들의 대화에 귀를 반쯤 열어놓고 하늘만 바라보았다. 버스 안에서도 나는 하늘만 바라보았다. 아이들로 시끄러운 버스 속에서 하늘은 더욱 푸르렀다. 하늘 밑으로 지어진지 오래되어 보이는 시멘트 건물들이 줄지어 지나갔다. 건물의 창에는 또 다시 새파란 하늘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수영장에 도착했고, 나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나는 아이들이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안은 굉장히 넓었다. 그 당시까지 본 실내 중에서 가장 넓은 실내였다. 울려 퍼지는 수영장의 공간감과 그에 대비되는 혼자 서있는 나. 그건 정말로 주저앉고 싶을 만큼 절망스러운 기분이 들게 하였다. 아이들은 탈의실로 들어갔다. 나도 들어가야만 했다. 남자아이들은 낄낄낄 웃으며 서로 고추를 내보였다. 그 모습은 나를 더 절망스럽게 하였다. 그들의 행동은 내 안의 모든 것을 부수어 놓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도 무리에서 떨어진다는 건 그보다 더욱 큰 공허와 두려움이라는 걸 느꼈는지, 나는 극심한 절망에도 스스로 옷을 벗고 있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들어서자 공간감은 아까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수영장 가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나는 그 중 가장 무리의 중심과 떨어져있는 아이의 옆에 앉았다. 아이들은 벌써 자기들끼리 재잘재잘 떠들고 있었다. 나는 그 무리의 제물이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함을 느끼며 깊은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선생님이 들어와 우리는 물에 뜨는 부유물을 하나씩 받아들었다. 한사람씩 부유물을 손에 쥐고 물길질 하는 연습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사람, 한사람씩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맨 끝자락에 앉아있던 나는 일부러 주춤거리며 맨 순번에 서있었는데, 그 때 처음 물길질을 한 아이가 헐떡거리며 내 앞으로 치고 들어왔다. 나는 그대로 벽으로 밀려났다. 그렇게 또 한 아이가, 또 다시 한 아이가 내 앞으로 쳐들어왔다. 나는 유령이었다. 나의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벽에 기생충처럼 붙어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나의 존재가 사라지는 그 수업이 얼른 끝났으면 했다. 나의 시간의 흐름은 시간을 이루는 섬유 한 가닥 한 가닥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도 결국 수업은 끝이 났고 나는 아이들과 함께 탈의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땀과 물과 헐떡거림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나의 몸에는 아무런 물기가 없었다. 머리카락은 수영장에 왔던 그대로 건조했다. 나는 또 다시 괴리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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