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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를 타다 그리고 내리다



  어느 날, 버스를 타려는데 앞서 올라탔던 두 명이 후다닥 버스를 내렸다. 누가 보아도 십대 청소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옷차림이었다.

  '무슨일이지?'

  속으로 궁금해하며 버스를 오르려는데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에이씨, 카드 충전하는 거 까먹었다."

  '아, 잔액이 부족했구나.'

  나는 곧장 몸을 돌려 아이들을 불렀다.

  "저기요!"

  "네?"

  "빨리 타세요."

  "네?"

  "빨리 타라고요."

  아이들은 쭈뼛쭈뼛 대며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고 나는 망설이는 그들의 등을 떠밀며 서둘러 같이 버스에 올라탔다.


  "아저씨, 세명이요."

  띡 -

  아이들은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도 못 할 정도로 숫기가 없었고 두 정거장 후 곧 내릴 나는 그저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차가 막히는 시간이 아니었기에 금새 목적지에 도착을 했고 그때까지도 아이들은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어딘가 불편한 사람들처럼 어색하게 서 있는 아이들을 뒤로 한채, 나는 그렇게 버스에서 내렸다.


  고맙다는 인사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 단지,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 하나를 선물해 주고 싶었다. 그리 큰 돈도 아니고 고작 버스 값 정도지만 그게 없어서 버스를 못 탈 뻔한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중에 그들에게 똑같은 상황이 찾아온다면 그들의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이왕이면 나처럼 행동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기대? 소망? 정도이다. 누군가에게 좋은 경험이 쌓인다면,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세상을 위한 좋은 영향이 될 거라는 믿음이 나에게는 있다. 작은 일이지만 왠지 조금은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은 보너스일까.


  그 후, 며칠 있다가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 가려는데, 같이 버스에서 내린 할머니의 망연자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려야 하는데!"

  이미 뗀 몇 발자국의 속도를 높이려던 나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할머니를 바라봤고 할머니의 양손에 바리바리 들려있는 묵직한 비닐봉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콧등을 한 번 찡그리고 짧은 한숨을 내뱉은 뒤 몸을 돌려 할머니를 향해 걸어갔다.


  "할머니, 그거 이리 주세요."

  "어? 아니야, 괜찮아."

  "무겁잖아요, 이리 주세요. 한 정거장만 더 가시면 되죠?"

  "아이고, 정말 괜찮은데."

  "저 어차피 이쪽 길로 가요. 이리 주세요."

  할머니는 마지못해 꽤 무거운 봉지들을 나에게 빼앗기시고는 그래도 작은 거 하나라도 자신이 들겠다고 우기셨고 나는 그러시라고 했다.

  "이 근처에 사세요?"

  "어, 나는 **아파트에 사는데, 이 동네는 아파트들이 많아서 항상 헷갈려."

  "아, 거기 사시는구나."

  "그래서 오늘도 정거장을 잘못 내렸네. 고마워."

  한 정거장은 그리 멀지 않았고,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할머니가 사신다는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할머니께서는 정말 고맙다며 조심해서 돌아가라고 당부하셨다. 나도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냥 보고 지나치치 못하는 나의 성격상 어찌되었든 도와드렸겠지만 나의 도움을 당연시 여기는 어른이셨다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을거다. 도움의 손길을 뻗고도 뒤통수를 맞을 수 있는 각박하고 어이없는 일이 비일비재 하기에, 나 역시 항상 조심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감수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 훨씬 많아지는 것 같아서 라고나 할까.


  '좋은 어르신을 만났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히 가볍고 경쾌하게 느껴지는 발걸음이 꼭 내 마음같았다.




  해프닝


  어머니 생신 날,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돌아온 어머님의 생신 날, 때마침 남동생이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다.  나는 동네 단골 빵집에 주문해 놓은 케이크를 남동생에게 찾아오라고 부탁을 하고 저녁때쯤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다 같이 먹을 저녁을 준비하다보니, 곧 케이크 상자를 든 남동생이 도착을 했다.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상자에서 케이크를 꺼내던 순간, 우리 모두는 눈이 똥그래질 수밖에 없었다.  이유인즉슨 케이크 위에는 늠름한 군인의 모습과 함께 '오늘 저녁이 바로 그 전역인가!' 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바로 빵집에 전화를 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물어보니, 딱 봐도 군인인 남동생에게 다른 사람이 주문한 케이크가 잘못 전달 된 것이었다. 빵집에서는 정말 미안하다고 바로 교환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빵집과 부모님 집은 거리가 꽤 되어서 오히려 내가 그럴 수 없어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할 수 밖에 없었다. 사정을 들으신 부모님께서는 케이크가 있으니 우선 축하하던걸 마저 이어가자고 말씀하셨고, 나와 동생은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케이크는 굉장히 맛이 있었고 부모님은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며 재미있는 저녁이라고 유쾌하게 말씀하셨지만, 나는 마음 한 켠이 왠지 조금 불편했다.


  다음날, 나는 빵집에 다시 전화를 해서 그분 들과의 일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직원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 잘 해결된 것 같지 않았다. 나는 혹시 그쪽 연락처를 알려줄 수 있냐고 묻고는 불러주는 연락처를 받아 적고 전화를 끊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게 넘길 수 있을까, 나는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오케이,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모두의 마음이 좋아지는 쪽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빵집에서 알려준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어제 바뀐 케이크를 받았던 사람입니다. 제가 마음이 좋지 않아서 그쪽에서 부담하신 비용만큼 입금을 해드리고 싶은데, 계좌번호를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곧 답문이 왔다. 내 잘못이 아니라 빵집 직원의 실수이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나는 다시 한자한자 정성스레 적어 내려갔다.

  "빵집 직원 분께 들으셨겠지만 제 남동생이 군대 휴가를 나왔다가 저의 부탁으로 케이크를 찾으러 가는 바람에 어제같은 일이 벌어졌고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직원 분 이야기를 들어보니, 젊은 연인 분들 같으신데, 저도 동생이 몇 개월 후면 전역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어제 그쪽에서 겪으신 일이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 모양인지 자꾸 마음이 쓰여서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빵집의 실수가 맞지만, 제가 참 좋아하는 동네 빵집이라 앞으로도 계속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때문에 손님들이 줄어서 맛있는 동네 빵집이 문을 닫게 되면 제가 참 슬플 것 같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사회생활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참 내 마음 같지 않은 많은 일들때문에 속상한 일이 너무도 많답니다. 저희 부모님 역시 어제 조금 놀라긴 하셨지만, 사람이 다치는 큰 일이 아니었기에 어른답게 너그러이 넘어가셨답니다. 하지만 그쪽은 사정이 조금 다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매년 돌아오는 생일과 달리 군대 전역은 평생 한 번 있는 일인데, 그런 특별한 기념일을 망치게 되었으니 젊은 분들이 얼마나 속상하셨을지, 저라도 참 기분이 안 좋았을 것 같거든요. 제가 보내드리는 돈은,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이왕이면 모두가 기분좋게 넘어갔으면 하는 작은 바람과 더불어 젊은 연인 분들께서 조용한 곳에 가서 차라도 한 잔 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여겨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어요. 그리고 나중에 살다가 이런 비슷한 일이 혹시라도 또 생기시게 된다면, 그때 지금을 잠시 떠올려주시면 저는 더는 바랄게 없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부디 두 분께서 저같이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의 실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멋진 어른이 꼭 되셨으면 좋겠어요.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지만, 이왕이면 기분 좋게 어떤 일을 마무리 할 수 있고, 더불어 양쪽 다 좋은 경험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작은 기회를 꼭 스스로 만들어 내실 수 있는 분들이 꼭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신없이 문자를 적어 내려 가다보니 일반 문자가 어느새 장문의 MMS 문자로 바뀌어 있었고 장문의 문자에 나의 진심을 담아 전송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상대방쪽에서 계좌번호와 함께 정말 고맙다는 내용의 문자가 도착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어제의 안좋았던 기분들이 모두 풀려버렸다며 돈을 받으면서 돈으로 모든게 해결된다는 생각이 안 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내용과 함께 자신들 역시 훗날 오늘의 일을 꼭 기억하는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까지 모두 나의 핸드폰에 고스란히 저장되었다.


  어제의 해프닝이 반짝반짝한 미소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응모자 성명: 이승아

이메일 주소: ludy83@knou.ac.kr

HP연락처: 010 2506 4439





  

  • profile
    korean 2020.05.03 16:59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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