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8
어제:
37
전체:
305,666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66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2015.06.09 17:42

나 열일곱 열여덟

조회 수 29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회의감에 대한 공허함

 전등이 얼마나 더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해야 마음에 돌 같은 안정이 떠오를지 아무도 모르는 격이었다. 세상은 그런대로 낙오자 없이 잘 흘러가는 듯 보였으나 화이트는, 오타를 지우는 재주인 화이트는, 아무도 모르게 사람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쓱 삭 쓱 삭 만족스럽던지 불만족스럽던지 너희들은 그리고 우리들은 행위의 본질을 찾지 못한 채, 그러나 못한다고, 그러니 하라고 외치는 글들을 배우고 떼어 분석하면서도 그러지는 못한 채, 계절을 널리널리 보냈다. 아, 참으로 엉킨 이어폰처럼 모마한 순간이었다. 순간의 축적, 그것은 세워진 깃발 펄럭이는 운동장 한 가운데를 명중 할 만큼 정교하고 날 선 형체 없는 공격이었다. 사람들은 무너져갔다. 하지만 애초에, 그 곳에 '사람'이 존재하기는 했었는가.

 소우주. 나는 그것의 힘을 믿었다. 나라는 존재에 속해있는 작디 작은 우주를 믿었다. 이 세상에 내가 살아가고 있는 거라면, 적어도 생명 줄이라는 외줄타기일지라도 그것이 내게 산소만을 공급해주는 실상이라면 나는 아직 괜찮았다. 강인해지기 위해서 형체가 없는 그것들과 죄다 내 편이 아닌 포장된 도로들을 깨부순다. 소우주. 나는 그것의 힘을 믿는다. 바꿔야 한다면 바꿀 것은 존재하고 바꿀 수 있는 것 또한 존재하리라. 나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무지개를 쫓기에 충분한 증오를 즐거워하지 않는다. 소우주, 나는 너를 믿는다.

 

담임생님께

  이 이야기를 눈물 없이는 이어나갈 수 없어서 저는 편지를 쓸게요. 말로 하다보면 분명 펑펑 울고 말거에요. 처음 선생님과 상담을 할 때 저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선생님께서는 그저 제가 소설을 많이 읽고, 그래서 툭 던진 말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셨을 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말은 제 삶을 오롯이 표현하는 말일수도 있어요. 저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감성적인 사람이에요. 이건 단지 감성적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어요. 저는 세상의 모든 것에서 감정을 느끼며 살아요.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제 삶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어떤 순간을 기억에 담아두고 살아왔어요. 이 행위 없이는 영혼이 텅 비고 말거에요. 그건 소중한 추억이나 장면이나 자연이나 혹은 표정이나 향기, 시간, 그냥 어떤 느낌일 수도 있어요. 말로하면 굉장히 추상적이지만 언제나 저는 이런 순간을 모두 제 기억 속에 담아두고 그걸 나중에 꺼내보면서 곱씹을 때 행복감을 느끼거든요. 검게 세팅된 자동차에 반사되는 하늘과 구름에서도 감정을 느끼고, 길을 걷던 누군가가 꽃밭에 고개를 숙이면 그는 꽃향기를 맡으려는 걸까. 하다가도 결국 껌을 뱉으려 했다는 것에 혼자서 충격을 느끼고. 저는 이 시대에 태어났으면 안됐을지도 몰라요. 중세 시대에 낭만주의가 성행하던, 그 시절에 한국이 아닌 영국에서 태어났어야만 했는지도 몰라요. 제가 지금 하는 말이 선생님의 가치관과는 너무 동떨어지고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지도 몰라요. 그러나 이게 제 진심이에요.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웃지 않는 아이였어요. 열다섯살 때 제 삶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너무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었죠.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안든 날이 없어요. 자살하고 싶었어요. 그냥 죽어도 시작한 일도 없고 끝낸 일도 없을 테니까. 라는 마음에 많이 울었어요. 그때도 꿈은 있었지만 저와 공존하던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하늘과 종종 대화를 했어요. 제 삶의 의미를 물었지만 하늘은 언제나 흐르는 구름만을 보여줬어요. 그렇게 무의미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면서 자해를 했어요. 다른 일은 다 재미없었지만 칼로 손등에 칼집을 내는 일은 꽤 재미있었어요. 그걸 하늘에 비춰보면서 노을 지듯 빨갛게 피가 올라오면 그제서야 제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듯 했어요. 저는 그 시절 굉장히 영혼이 텅 빈 아이였죠. 그런데 그런 저한테 다시 삶에 열정을 불어넣어 준 것은 영국이었어요. 그때도 꿈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확고하지는 않았어요. 막연히 영국이라는 곳에도 패션 스쿨이 있구나 정도로만. 재미없는 삶에 지쳤던 제게 발견된 건 꿈이었죠. 하늘을 보면서 구름을 타고 두둥실 영국에 유유히 흘러가고 싶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패션쇼를 보면서 가슴이 마구 뛰었어요. 아주 어릴 적에 순수하게 꿈을 꾸던 그 시절만큼이나 가슴이 뛰었어요. 다시 제 삶의 이유를 찾은 것 같아서 행복했어요. 내가 가야할 곳은 여기구나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진 순간이었어요.

  저는 지금 지칠대로 지쳤어요. 십칠년을 살아오면서 진심을 숨겨왔어요. 왜냐하면 세상은 저 같은 사람을 원하지 않았거든요.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어른들은 제가 어떤 생각으로 삶에 임하는지, 제 가치관이 무엇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어요. 제 감성적인 면을 잠재우고 현실에 맞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냉정해지기를 원했어요. 물론 그런 삶도 있어요. 그러나 저 같은 삶도 있는걸요. 저를 애써 바꾸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그들이 하는 말을 한쪽 귀로 흘려보내고 듣고만 있었죠. 대꾸하지 않았어요.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문학을 해요. 문학은 제 삶을 풍요롭게 해줬어요. 제가 열다섯살에 삶의 의미를 찾고 있을 때 변하지 않는 답을 준 것도 사실 책의 영향이 컸어요. 류시화 시인의 지구별 여행자를 읽으면서 종교를 떠나서 우리가 모두 지구별에 잠시 머물다가는 여행자일 뿐이라는 말에 감성적인 삶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저는 틀린 게 아니에요. 그의 시집을 보면서 영혼을 위한 시라는 건 존재하는구나. 실제로 제 영혼은 많은 해방감을 얻었지요. 빈센트 반 고흐가 남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저는 그와 제가 많이 닮았음을 느꼈어요. 언젠가 무의식적으로 했던 생각들이 그의 필체로 종이에 쓰여 있는 걸 보고서는 안도함을 느꼈어요. 저와 닮은 사람이 세상 어디엔가 존재했었다는 그 사실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됐는지 몰라요. 문학을 하면서 이미 죽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그들과 진리를 주고받으면서 제 가치관은 확립되기 시작했어요. 저는 제 주위 사람들의 조언보다는 위대한 사람들이 남긴 책 속의 한 문장을 더 의지했어요.

  제가 원하는 삶은 지금 행복한 삶이에요.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 고등학교 3년을 버리고 싶지 않아요. 제 가치관으로는 옳지 못한 일이에요. 왜냐하면 좋은 대학교에 가서도 행복하지 못하거든요. 저번에 저희 학교에 명사 초청 강의 때 오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오셨던 MODU잡지의 창립자분이 하신 말씀이 기억이나요. 서울대 가도 행복한 게 아니었다고, 오히려 대학가면 이제는 4년을 취업을 위해 버리라고 한다고. 맞아요. 취업을 하면 곧 결혼을 앞두겠죠. 그럼 우리의 행복은 누가 보장하나요. 물론 그 삶속에서도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존재하겠죠. 하지만 그건 순간의 기쁨일 뿐이에요. 가슴을 뛰게 하는 지속적인 행복은 존재하지 않아요. 저는 미래의 더 큰 마시멜로를 위해 지금 눈앞에 놓인 마시멜로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언제나 제게는 '지금'이 가장 중요해요.

  세상은 모순 덩어리에요. 세상 사람들은 이미 꿈을 이룬, 성공한 사람들을 추종하고 섬기고 그들의 말에 환호해요. 그런데 막상 그들이 자신의 여정을 통해 얻은 인생의 메시지를 전하면 각자의 삶에 적용하지 않아요. 막상 자신의 앞에 놓인 선택의 순간에 그들의 메시지를 적용하지 않고 결국 안정적이고 모두가 가는 길을 선택하고 말아요. 그러나 저는 이미 꿈을 이룬 사람들의 말을 믿어요. 그래서 도전하라는 말을 듣고 도전하고,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제가 영국에 가서 공부를 하는 기간이 길어져도 어쨌든 영국에 갈 거에요. 폴 부르제의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을 듣고 저는 그렇게 제 생각대로 살아왔어요. 선생님이 너는 생각만 있고 실현된 게 아무것도 없지 않냐고 하셨을 때 너무 슬펐어요. 물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하나도 없어요. 그러나 저는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기에 생각을 가장 많이 했고, 이미 꿈을 이룬 사람들도 사람은 생각하는 데로 된다고 했는걸요.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 왕자의 교훈을,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젠 제게 영국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제게 영국은 영혼의 고향이에요. 이 표현 말고는 그 어떤 수식어도 어울리지 않아요. 열다섯살에 삶의 의미를 영국을 통해 부여받았고 그래서 제게 더 소중한 땅이에요. 선생님은 제가 그저 영국이 유럽 국가고 멋진 길거리와 풍경에 그 겉모습에, 뜬구름을 잡는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제게 느낌과 생각이라는 건 운명적으로 다가와요. 그저 하는 생각이 아니에요. 제 표현을 이해하실 수 없으셔도 인정해주셨으면 해요. 저는 이런 사람일 뿐이니까요. 영국은 제 모든 에너지의 원천이에요. 제 꿈과 열정은 그 곳에서 시작했고 종착역 또한 그 곳이에요. 작년 이맘 때에 제 꿈에 대한 열정은 절정이었어요. 여유롭고 그나마 자유롭던 시절이었죠. 하루 종일 영국생각을 했고 몸은 여기 있어도 마음만은 그 땅에 있다고 믿었어요. 그때도 영국행을 마음먹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지만 너무 어리다고 하셨기에 순종하고 계획을 미루게 됐어요. 그렇게 일년이 지난거에요. 지칠 데로 지친 지금의 저는 제 마음의 고향을 찾아서 떠나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힐 때가 많아요. 사람은 누구든지 고향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 오잖아요. 제게 영국은 어떤 논리적인 이유로도 설명하지 못할 강한 끌림이 있어요. 그 땅의 길 위에서 그 곳의 공기를 마시고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제 기억창고에 저장해두고 오고 싶어요. 한국에 와서 영국이 그리워질 때마다 꺼내보면서 공부를 할 수 있겠죠. 저는 영국에 가본 적도 없는데 그 미래가 너무 그리웠어요. 오래된 미래라는 출판사가 있는데 어쩜 저렇게 내 마음을 대변할까. 그 미래가 너무 오래되고 빛이 바래서 슬펐어요. 제 인생에서 열일곱의 겨울은 다신 오지 않을거에요. 그리고 열일곱인 저는 치유가 필요해요. 다신 오지 않을 열일곱의 겨울을 영국에서 보낼 겁니다.

  워렌 버핏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여기는 이렇게 고치는 게 좋겠다고 한다면 그 사람과는 작별이라고. 왜냐하면 그건 내 그림, 완성되지 않아도 좋을 내 그림이기 때문이죠. 저도 십칠년 동안 많은 작별을 한 것 같아요. 이 사람이 내 진심을, 내 감성적인 삶의 내면을 이해해주지 못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과는 절대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거든요. 받은 상처가 너무 크고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선생님과 작별하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은 제가 이번 겨울에 영국에 가는 게 그저 여행밖에 안된다고 하셨어요. 그러나 선생님은 아직 저를 잘 모르셨던 걸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영국에 꼭 가야만하는 상황이랍니다. 제가 제 삶을 다 바쳐서 그 땅을 사랑하기로 했었으니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 말과 표현이 이해가 되지 않으셔도 읽는 것을 중단하지 마시고 그냥 인정만 해주세요. 저는 이런 사람이니까요. 제가 영국에 가면 그 땅의 하늘, , 사람들, 건물, 공기까지도 모두 제 기억 속에 스며들 거에요. 저는 제 기억창고를 채워나갈 때 넘치는 행복감을 얻는다고 했지요. 선생님 저는 지금 행복하고 싶단 말이에요.

  저는 이 시대의 반 고흐 같아요. 그러나 그처럼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아요. 자살 충동을 한 번 숨죽였지만 언제 또다시 세상은 저를 절벽 끝으로 밀고 갈지 몰라요. 그러나 강해질 거에요. 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저는 저만의 세계에서 살아도 좋아요. 제 경쟁상대는 남이 아닌 저 자신이에요. 저를 세상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길로 인도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선생님께서 저를 염려하여 하신 말씀, 유학을 간다는 애가 영어 공부는 하지 않고 맨날 공상만 하고 있으니까 하신 말씀. 모두 맞는 말씀이에요. 그러나 저는 치밀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빡센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공부도 하고 문학도 하면서 학창시절을 소중하게 기억 속에 넣어가고 싶을 뿐이에요. 아이엘츠 준비기간이 길어져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 년 더 있다가 센마틴에 입학해도 상관없어요. 제게는 그 모든 꿈의 준비 과정이 소중하니까요.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로 가는 건 의미 없어요.

  항상 다른 길로의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하셨어요. 선생님뿐만 아니라 모든 어른들이 그랬어요. 그러나 말로 다 할 수 없는 강한 느낌이 있어요. 센마틴에 가고 싶은 이유는 거기서 제가 원하는 옷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센마틴 졸업 쇼를 보신다면 아실 거에요. 일상에서 입는 평상복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 난해한 옷을 만들어요. 한국이라면 허용되지 못할 스타일이, 그 곳에는 높은 평가를 받아요. 저는 입시미술하면서 한국 미대를 가고 싶지 않아요. 입시미술을 한다면 제가 전혀 행복하지 못할거라는 걸 아니까요. 제가 원하는 예술 세계가 아니에요. 저는 살면서 확립된 저만의 아이덴티티를 옷에 부여하고 생명력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지, 남들이 원하는 옷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에요. 물론 이제 진짜 디자이너가 된다면 상업적인 옷을 만들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디자이너가 되기 전까지 충분히 학생들의 독창성을 인정해 주는 학교, 그건 영국이 최고에요.

  사실 영국이면 무엇이든 좋아요. 지금쯤 선생님은 소설을 읽는다고도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철저히 팩트를 배경으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영국의 학교는 한국처럼 따뜻한 정도 없고 더 치열한 게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그 곳에서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잖아요. 제가 원하는 옷을 만들 수 있다면, 교수님께 쌍욕을 들어도 결국 마지막엔 졸업 컬렉션의 피날레를 받을 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저는 감성적인 사람을 뛰어넘어서 지극히 낭만주의자에요. 장영희 교수님은 청춘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하루를 낭만적으로 보낼 줄 알아야한다고 하셨어요. 이미 꿈을 이룬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현실보다는 꿈에 초점을 두라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살고 있죠. 제가 그들의 말을 믿지, 어떻게 자신의 꿈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세상과 타협해서 그런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믿겠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2월이고 새학기는 9월이니까 육개월의 공백기동안 최대한의 생활비라도 벌어볼 수 있어요. 사실 처음 일년 정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부모님도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도움을 주시려고 하시고, 실제로 영국에서 첼시 미대를 나오신 분도 일년 다니고 휴학을 오래 하셨다고 해요. 그 동안 학비도 벌고 어떻게든 해쳐 나갈 수 있는 거죠. 영국은 학생 비자로 일주일에 20시간씩 일 할 수 있고 언제든지 학교 다니면서 능력만 있다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요. 지금은 한국에서 계속 장학재단을 알아보고 있고 대학 졸업이 늦춰져도 언제든지 공부하면서 돈도 벌수 있기에 학비는 이 정도로 고려하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진지하게 자퇴를 생각한 적도 많았어요. 아마 인문계였더라면 이미 했을거에요. 견디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여기는 학생을 존중하는 미추홀이고, 학교 공부가 힘들어도, 수학이 쓸데없고 시를 분석하는 게 치가 떨려도, 저녁 식사 후 저를 맞이해주는 노을이 있고 기숙사의 야경이 있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친구들이 있으니까 자퇴하지 않아요. 자퇴하면 수학, 국어, 사회 공부할 시간에 영어 공부하고 더 빨리 영국에 갈 수 있을 거에요. 실제로 그런 케이스도 많아요. 그런데 그러면 저는 한국에 친구가 없잖아요. 제게 행복감을 주는 소중한 기억이 한국에 없게 되잖아요. 그렇게 살 수는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속 끝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아직은 없지만 앞으로 생길 거에요. 지금 서서히 제 세계를 인정해 주고 응원하는 반 아이들이 있기도 하고요. 친구들이 있어서 참 행복해요. 그들과의 생활은 재미있고 활력소가 돼줘요. 제가 학교 생활하는데 있어서 걱정하는 건 앞으로 계속 만날 세상과의 대면이에요. 상처받아도 견뎌야할 텐데.

  패션계가 얼마나 치열한지 모르는 게 아니에요. 영국의 사회가 얼마나 냉정한지 모르는 게 아니에요. 다 견딜 수 있을 만큼 패션과 영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거에요.

  저는 앞으로도 지금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문학을 할거에요. 이제 문학은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학문으로 자리 잡았어요. 영어 단어를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 좋은 글 한 문장을 더 읽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답니다. 헤르만 헤세나 스콧 피츠제럴드,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변하지 않는 작가들과 나누는 대화는 앞으로도 제 꿈을 향한 길에서 저를 흔들리지 않게 지탱해 줄 거에요. 저는 강해져야 함을 많이 느낍니다.

  조지 버나드 쇼는 상황이나 환경을 믿지 않는다고 했어요. 세상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찾아다니고, 찾을 수 없다면 그 환경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 환경이 영국인 것을 발견했어요.

선생님이 제 가치관을 받아주셨으면 해요. 마음 그대로, 표현 그대로 인정해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제가 이번 겨울에 영국에 가는 것을 넓은 마음으로 허락해주셨으면 해요. 제가 정신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응모자 : 김찬미

이메일 : cksalthd789@naver.com

연락처 : 010-8732-838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69
753 괜찮아, 모두 잘 될 거야 1 비상 2014.12.17 330
752 엄마의 유통기한 외 1편 언제나오늘 2015.04.10 327
751 총잡이, 내 안에 들어오다! file 달빛창가 2015.03.05 324
750 선을 긋자는 말을 왜 나한테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1 개구리 2014.10.27 322
749 어느 변호사의 꿈 외1 2 역곡갈매기 2014.11.20 320
748 <소금 꽃 전설> 외 2편 1 서옥 2015.10.09 319
747 잊을 수 없는 그리고 잊기싫은 사람 외1편 쟁쟁 2015.01.06 314
746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겨울 외 1편 ghdwndlf 2015.04.04 313
745 창작 콘테스트 수필 공모전 '뇌 과학적 시각에서 바라본 페미니즘과 모성에 관한 고찰' 외1 이자인 2015.06.03 311
744 거울과의 전쟁 외 1 까르보2 2015.02.05 311
743 메말랐던 물이 다시 차오른 이유 외1 김치전 2014.12.06 311
742 각기 다른 좋은 날씨 뿐 가슴으로품은꿈 2015.04.04 306
741 제14차 <창작콘테스트> 지적장애1급과 지적장애 3급에 연애의차이 강현주 7 이재준마누라다 2016.10.16 303
740 담배와 커피에 대한 감상 2 마침 2014.11.02 301
739 제5차 창작콘테스트 공모전 수필부문 총수 2015.04.23 293
738 술과 합격 사이의 하루 5 니나노난실1 2014.07.25 293
» 나 열일곱 열여덟 홍현세 2015.06.09 292
736 엄마의 보물 1 file donrawl19 2014.11.06 292
735 제9회차 창작 콘테스트. 수필 응모-지적장애2급과 지적장애 3급에 연애의차이의 감상문 외 27편 1 윤제헌마누라다 2016.01.09 291
734 공모전 수필 보냅니다. (3편) 좌충우돌 2015.08.08 287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