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16
어제:
23
전체:
305,697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66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조회 수 2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솟대

 

예전, 우리들 마을의 입구에는 솟대가 서 있었습니다. 솟대배기, 수살목, 또는 진또배기라고도 부르던 나무새. 마을의 입구에 말없이 서서 내가 사는 고장을 묵묵히 수호하던 정다운 새의 깃털에는, 이웃사촌이라는 반가운 수식어가 늘 붙어 있었습니다.

 

솟대란, 긴 장대 끝에 나무로 만든 새를 얹어 놓은 것을 말합니다. 아주 오래 전, 즉 예전에는 제사장이자 마을의 족장이 하늘과 통하는 길로서 존재하던 의미의 것이었습니다.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부유하는 동물인 새는 그러니까 인간의 '원망' 또는 구원의 다른 이름이거나 그 마을 부족장의 참다운 권위나 위엄 같은 것이었지요.

 

그러나 솟대가 세워진 진정한 목적은 개인과 가정의 행과 복을 염원하고, 마을의 풍년과 평안을 기원하며, 근본적으로는 마을의 경계표식이기도 했답니다. 마을 입구에 버티고 서서 모든 악귀를 물리쳐 주던 저 용맹무쌍한 장승들처럼, 고맙게도 나와 내 가족을 그림자처럼 지켜주던 솟대에게 마을 사람들은 언제나 감사의 인사를 보냈겠지요.

 

마을의 수호자로서의 장승과 솟대의 존재는 알고 보면 재앙과 마을의 악귀를 쫓아내는 제의의 의미는 물론, 하늘과 땅의 매개체로서 땅에 사는 사람들의 소원을 하늘에 전달해 주는 전령의 역할까지 담당했으니, 어찌 보면 주역에서 얘기하는 천지인, 삼재(三才)의 주술적 힘의 원형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예전 우리네 촌락이나 세상의 모든 마을의 구성은 주로 씨족공동체였을 것이고, 가보지 않은 오지의 숨결은 어쩌면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을 테니까요.

 

마을의 전령인 솟대에 얹혀사는 오리, 기러기, 해오라기 등의 물새나 철새는, 풍요와 다산을 바라는 착하고 여린 백성들의 순수를 대변하며, 결국 마을에 안녕과 질서를 가져다주는 수호신이었던 셈이지요. 수호신이란 내가 바라보는, 나를 바라봐주는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열어주는, ‘궁극적 삶의 확장과 지평이라는 영역의 또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우리는 항상 시골에 가면 마을 입구에 대부분 서 있는 솟대를 무심하게 바라보지만, 솟대는 우리네 삶의 한 가운데서 우리들의 마음에 자연스러운 애정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굳이 드러내어(?) 표현은 하지 않지만 솟대 자신이 아는 모든 분들이 잘 되기를, 다들 건강하여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그 마음이 곧 솟대의 보이지 않는 애정인 것이니까요. 하루하루의 삶은 저마다 다르고 동장군의 심술에 서슬 파래지는 계절이지만, 너와 나 서로서로 미소 지으며 솟대처럼 바라볼 수 있는 믿음이 있어, 우리는 여전히 인생이라는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다선일미

 

한 없이 추락해가는 일상이 두렵습니다. 며칠 전 비가 내리고 부쩍 싸늘해져 잠도 오지 않는 겨울 밤, 부스스 일어나 모과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커피포트에 물을 가득 채웁니다. 차 한 잔의 평화와 위안을 마시기 위해 머리 가득 들어 있던 무거운 상념과 번뇌를 가볍게 들어 잠시 머물고 있는 도시의 마당 깊은 집, 대청마루에 떨어지는 비 소리를 한 사발 가득 퍼서 입맛 다시는 마당 한 가운데 내려놓습니다.

 

다선일미(茶禪一味)”


언젠가 나는 텔레비전에서 중국 선종禪宗의 아버지인 신라 출신의 고승 무상無相 대사를 보았습니다그는 중국과 한국의 불교 종파의 하나인 선종의 창시자. 나는 그를 통해 선종의 종법을 배우며, 나한과 아라한을 위시하여 모든 불제자들을 진정한 깨달음으로 인식하게 해주는 '다도茶道와 선이 궁극의 해탈解脫에 이르는 길' 중의 하나임을 배웠습니다. 그 해탈은 나를 인도해주는 길라잡이로, 조금은 위안이 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보리수 아래서 6년의 고행 끝에 해탈하여 부처가 되신 인도의 변방 작은 왕국의 왕자인 '고타마 싯다르타', 39일이 지나 득도한 후 이 세상에 밝은 빛을 내리실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왜 차를 마실 때면 나는 불도를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찻잔 속에 잠겨 있는 찻물의 고요가 부처의 미소로 치환되어 번뇌로 가득한 필부의 오욕을 씻겨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흐린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묵상해야만 당연히 옳은 선택이겠지만, 번뇌는 천 년이요 마음은 모하이 석상石像이니 내려놓은 머리를 어찌 다시 들어 올려 쌓아야 할지 정녕 모르겠습니다. 번뇌나 향수 같은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우리의 의식이 피안의 곁으로 다가가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마리화나를 닮아 있으니까요. 일상의 홀광惚狂은 생활의 피로를 녹이는 청량제가 되기도 합니다.

 

거친 밥을 먹으며, 팔을 굽혀 베게 삼아 누워도 도에 뜻을 둔 즐거움으로 부정과 불의를 멀리하고, 부귀영화를 오로지 저 하늘에 뜬 구름과 같이바라 본 공자가 아니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행하지 못하는 불제자는 진실로 슬프고 외롭습니다. 비단 불제자뿐이겠습니까? 세상의 미혹한 자들은 다 외롭지요. 세상 모든 것을 소유했다 해도 인간은 다 쓸쓸한 겁니다.

 

'다선일미'에는 다가가지 못하지만 마음속의 번뇌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불제자의 마음처럼 아니 불가에서 묵묵히 일하며 공덕을 쌓는 '불목하니'처럼, 따스한 모과차를 목젖에 넣으며 마음을 다잡습니다마음은 또 다른 마음에 점령되어 처음의 마음은 온 데 간 데 없지만, 그래도 내가 애초에 품었던 마음의 흔적은 열꽃처럼 육체의 깊은 곳에서 일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정성껏 다려 마음으로 마시는 사이, 온 천지에 빛나던 별들이 사라지는 소리를 나는 창가에 어리는 서리를 바라보며, 이제는 식어가는 모과차의 향기에 실어 듣습니다. 아까부터 틀어놓은 철 지난 팝은, 비틀즈를 지나 비지스를 훌쩍 뛰어넘고 이제는 산타나에 가서 머물고 있습니다. 기타의 신이라는 카를로스 산타나의 기타 소리에는 마치 불교처럼 그윽한 영혼의 빛이 실려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전과 자전의 이 태양계가  생명을 다하여 백색왜성이 되고 궁극에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135억 광년이 다가온다 해도, 더불어 35억 년 후 우 리 지구가 폭발하여 우주의 티끌이 된다하여도 나는 또한 당신은 아마 모두 괜찮을 겁니다. 우주의 광활함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으니 나 자신이 곧 우주宇宙이고 신이라는 믿음으로, 우리 모두는 언제 어느 곳에서도 자유로운 영혼으로 남아 영원히 머무를 테니까요.

 

 

시대의 베아트리체

 

짙은 호소력으로 듣기만 해도 저절로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는 우리 시대의 영원한 오빠이자 국민 가수인 조용필의 노래 중에 '슬픈 베아트리체'가 있습니다.

 

             슬픈 베아트리체

 

그대 슬픈 눈에 어리는 이슬처럼 맑은 영혼이

내 가슴에 스며들어와 푸른 샘으로 솟아나리니

그대 여린 입술 사이로 바람처럼 스친 미소가

나의 넋을 휘감아 도는 불꽃이 되어 타 오리니

 

슬픈 그대 베아트리체 아름다운 나의 사랑아

빈바다를 헤매는 내게 살아야할 단 하나의 이유되어

사랑이란 소망의 섬 그 기슭에 다가갈 수 있다면

그대 붉은 입술 다가와 화살처럼 스친 입맞춤

 

나의 넋을 앗아가 버린 상처가 되어 남아있는데

슬픈 그대 베아트리체 떠나버린 나의 사랑아

꽃상여에 그대 보내며 살아야할 이유마저 없으니

사랑이란 절망의벽 울부짖는 통곡마저 갇힌 채

 

사랑이란 배반의 강 간절한 언약마저 버리고

사랑이여 불멸의 빛 거짓 없는 순종으로 그대를

사랑이여, 사랑이여 이 생명 다하는 날까지

 

언제 들어도 질감 있는 이 시대 국민 가수의 가슴을 토해내는 듯한 이 서정어린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숨결처럼 살아 있는 베아트리체를 생각합니다.

 

신화와 성경의 조화로운 결정체에 자유로운 사랑과 지식을 용해해가며 프로테스탄트적인 세계관을 장장 100여 편의 시어에 고스란히 녹여낸 단테의 서사시 신곡이 있습니다.

 

신곡에서 은혜를 베푸는 이로 등장하는 여인이 바로 우리의 영원한 연인 베아트리체지요. 13세기 사람으로 청년 단테에게 잊을 수 없는 연정을 품게 한 죄(?)로 종내에는 이 불후의 명작 속에서도 그를 이끌어주었던 여인 베아트리체!’. 우리에겐 낯설지만 서구에서 베아트리체라는 단어는 이미 일반 명사화된 지 오래입니다.

 

나를 지켜주고 나만을 사랑해주며 또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 속으로 나를 이끌어 주는 영원한 정신적 여인으로!”

 

일상 속의 베아트리체는 도처에 있습니다. 백화점의 도우미로, 경기장의 안내원으로, 지하철의 안내방송으로, 비행기 스튜어디스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나의 영원한 베아트리체인 아내도 있겠지요.

 

모든 한나라의 백성을 나의 편으로 만들어 항우를 고사시켰던 '한신'의 전략. 후세 게릴라 작전 1호로써 모택동과 체 게바라의 단골 메뉴이자, 동족인 북한이 간첩을 보내어 즐겨 사용하던 세뇌 공작인 포섭행위도 결국은 나의 베아트리체 찾기 작업의 하나였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야사 속의 인물 변강쇠나 서양의 돈 후안, 카사노바 같은 바람둥이들처럼 모든 삶의 근원을 여인들에게서 찾으려 한 이들의 원초적인 행동의 발로도, 원인은 자신들을 진정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베아트리체 찾아내기의 일환으로 성을 선택한 그들만의 색(?)다른 방법론은 아니었을까요.

 

출애굽기로 표현되는 이스라엘인들의 그 끊임없는 고향 찾기도 결국은 그들의 모태 신앙인 헤브라이즘의 본령, 곧 자아의 근원을 찾아가는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을 것입니다.

 

40여 년의 황야 생활과 그 후 2천여 년의 떠돌이 생활, 그러나 그들이 찾은 가나안의 영토는 팔레스타인이라는 민족이 살던 땅이었으니 결국 이스라엘인들의 출애굽기란 타민족의 아픔 속에 성립된 이기적인 행복 찾기에 다름 아니었단 말이지요.

 

하느님의 뜻이라 정당화하는 그들이지만 팔레스타인의 아픔을 보면 어찌 역사상 수많은 정복자들의 그것과 다르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스라엘인들의 베아트리체인 출애굽은 어떻게 보면 영원한 세계사의 불화 요인일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이상으로 여기는 연예인들은 분명 그들의 베아트리체입니다. 그러므로 어른들의 걱정 어린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그네들은 자신들의 세계 속에서 행복합니다.

 

어쩌면 이천년 전의 랍비였던 예수도 아마 그 시대에는 시대와 타협할 수 없는 '이단아'. 바로 슬픈 베아트리체였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진단하는 이 졸렬한 의식에 경종의 돌팔매를 던질 사람이 많을지는 모르나 한 가지 부언할 사실은 분명 예수는 가장 훌륭한 랍비중의 한 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소싯적 단오에 맞춰 청포 물에 머리를 담그던 내 누이의 머릿결 같은 은혜로운 세계. 우리 인생의 베아트리체는 목련나무 아래 서 있는 청아한 여인입니다. 마치 미당이 꿈꾸던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앉아 빗질하던 그 여인처럼.

 

밤은 어둡고 사위는 매우 고요한 새벽. 저 멀리 들판의 어둠 속으로부터 잠복한 생각들이 어느덧 의식으로 다가올 때 우리는 곧잘 망연하여 침묵합니다. 그럴 때면 관자놀이 근처에 머물던 편두통을 제거하며 다가오는 하늘의 무수한 별들 또한 소리 없는 도우미, 우리 모두의 베아트리체랍니다.

 

이럴 때는 비로소 마음에 묻어두었던 나만의 베아트리체를 꺼내어 별님들과의 아름다운 조화도 이끌어낼 수 있을 듯도 합니다. 성장이란 강물을 붙잡고 돛을 울리는 뱃고동 소리의 저 힘찬 진군처럼, 어설픈 '풍각쟁이'의 심신에도 풍요로운 미래의 베아트리체가 다가옴을 믿어 봅니다.

 

이제 정녕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

그 대신 주린 배를 움켜쥐고

횟배 앓는 초등학생처럼

순수의 기생충을 뱃속 깊이 챙겨 넣으리라

 

! 내 배 속에 기생하는 베아트리체의 혼.

 

(그리운 사람들 모두를 경배하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69
753 괜찮아, 모두 잘 될 거야 1 비상 2014.12.17 330
752 엄마의 유통기한 외 1편 언제나오늘 2015.04.10 327
751 총잡이, 내 안에 들어오다! file 달빛창가 2015.03.05 324
750 선을 긋자는 말을 왜 나한테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1 개구리 2014.10.27 322
749 어느 변호사의 꿈 외1 2 역곡갈매기 2014.11.20 320
748 <소금 꽃 전설> 외 2편 1 서옥 2015.10.09 319
747 잊을 수 없는 그리고 잊기싫은 사람 외1편 쟁쟁 2015.01.06 314
746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겨울 외 1편 ghdwndlf 2015.04.04 313
745 창작 콘테스트 수필 공모전 '뇌 과학적 시각에서 바라본 페미니즘과 모성에 관한 고찰' 외1 이자인 2015.06.03 311
744 거울과의 전쟁 외 1 까르보2 2015.02.05 311
743 메말랐던 물이 다시 차오른 이유 외1 김치전 2014.12.06 311
742 각기 다른 좋은 날씨 뿐 가슴으로품은꿈 2015.04.04 306
741 제14차 <창작콘테스트> 지적장애1급과 지적장애 3급에 연애의차이 강현주 7 이재준마누라다 2016.10.16 303
740 담배와 커피에 대한 감상 2 마침 2014.11.02 301
739 제5차 창작콘테스트 공모전 수필부문 총수 2015.04.23 293
738 술과 합격 사이의 하루 5 니나노난실1 2014.07.25 293
737 나 열일곱 열여덟 홍현세 2015.06.09 292
736 엄마의 보물 1 file donrawl19 2014.11.06 292
735 제9회차 창작 콘테스트. 수필 응모-지적장애2급과 지적장애 3급에 연애의차이의 감상문 외 27편 1 윤제헌마누라다 2016.01.09 291
» 공모전 수필 보냅니다. (3편) 좌충우돌 2015.08.08 287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