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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그레이트 헝거 


나는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평범한 일상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가 꼭 해야 한다고 믿는 행동이 정말로 올바른 지에 대한 간단한 조사 같은 것 일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피험자와 실험자는 모두 본인인 이상한 조사였다. 다른 이들은 이것을 공상 혹은 시간 낭비라는 단어로 가끔 폄하하기도 하였지만 난 이 질의들이 삶의 지도를 그려줄 것이라 굳게 믿었었다. 

" 인생은 스스로 묻는거야 우진아"

이런 복잡한 성격의 바탕은 어릴 적 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셨던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맨 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부시맨” 들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 명칭은 유사하나 그들이 정의하는 바는 조금 다르다. 리틀 헝거는 육체적으로 굶주린 사람을 뜻하며 굶주린 자 중 으뜸인 “그레이트 헝거”는 삶의 의미에 대해 찾고 질문하는 정신적인 배고픔에 굶주린 자 라는 뜻이다.이 짧은 이야기는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던 나에겐 긴 여운을 남겼다. 나는 21번의 달력을 바꾸며 “그레이트 헝거”가 되기 위해 내게 몇 가지 질의를 한 적이 있었다. 하루하루가 녹록치 않았고 특별하기보단 평범했던 내 외침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 꼭 집에 어머니가 있어야 행복한 거예요?"

첫번째로 물음을 던졌던 날은 책임감이 강해진 날이었다. 난 부족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자석의 같은 면처럼 서로를 밀어냈던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 헤어짐을 결정했다. 바쁘신 아버지를 대신해 나는 각종 집안일과 동생의 저녁을 책임지는 책무를 지원했고 뾰족한 날들이 이어졌다. 사춘기 시절 가족안에서 아들이 아닌 엄마의 역할을 맡아야 했고 동생 앞에서는 누구보다 의연한 어른인 척을 해야 했다. 갖가지 집안일과 식사준비, 어른들의 연민 등과 같은 것들은 고됬지만 어린 나를 성숙시키기에 충분했고 성숙의 깊이만큼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뾰족한 날들은 점점 무뎌 졌고 우리 가족은 안정을 찾아갔다. 어른스러운 일을 맡았던 나는 나름의 자부심을 느꼈고 우리 가족은 적응하는 법을 몸으로 체험하며 배웠다. 또래 친구들과 선생님께는 가짜 일상과 추억을 만들어 공유했으며 학교에서 부모님이 방문하시는 날에 아버지가 올 때면 묻지 않았음에도 난 갖가지 핑계를 해댔다. 걱정을 표시한 친척들의 전화까지도 웃으며 받을 만큼 우리 가족은 단단해졌다. 그렇게 거짓된 일상을 지내던 중 의문이 들었다.
“무엇을 위해 애쓰는 것 인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이었다. 단지 우리가 부모님의 헤어짐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결국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나를 스쳐갔다. 얻은 것을 떠올린다면 약간의 불편함과 거짓된 소속감 또 내가 한 집안일, 저녁밥 등의 저작권을 어머니에게 넘기는 것이었다. 그것들은 우리 가족의 삶의 불편한 형태로 자리잡는 것 같았다. 질문의 결론은 나와 다른 가정고를 겪는 친구를 보며 도출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은 다른 형태로 아픔이 존재했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적응하는 법이란 아픔을 예쁘게 숨기거나 포장하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을 도출한 내 발걸음은 가벼웠고 당당했다. 평소처럼 동생의 가정통신문에 있는 부모님 서명 란에 어머니의 이름을 쓰던 중 내 이름으로 고쳐 적어 준 적이 있었다. 그것이 작지만 강했던 내 첫 반항 혹은 결론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엄마가 없어 힘들지 않았니?”라 묻는다면 나는 영원이라는 것은 불완전한 우리의 삶 속엔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어쩌면 불완전이라는 단어를 비로소 인정할 때 완성의 모습에 가장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 공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모범생입니다"

두 번째 물음은 학교에서 이뤄졌다. 나는 취미로 치던 배드민턴에 흥미를 느껴 배드민턴 선수라는 진로를 정한 적이 있었다. 취미와 재능은 그리 친하지 않은 듯 보였고 중학교 2학년의 난 길을 잃은 채 교실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적이 있었다. 교실 속 유일한 어른인 선생님께서는 학업만을 강조하셨고 몇몇 친구들 또한 그리 보였다. 내가 있어야할 자리는 어디에도 없어 보였고 소외감과 함께 짧은 방황이 시작됐다. 
학업보단 친구들 과의 우정, 믿음 등을 중요시했고 수업을 열심히 듣지만 필기는 안 하는 학생이었 던 것 같다. 그렇게 두서없는 시간이 흐르던 중 3학년이 되었고 선생님과의 고입 상담을 하던 중 또다시 좌절을 맛보게 된다. 
난 인문계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턱걸이 성적이었고 점수를 반올림하면 0점이 되었다. 서글픈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니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은 다양한 수상이력과 함께 높은 숫자들을 자랑했다. 난 그 때 또 다른 소외감과 충격을 받았고 전과목 과외라는 흰색 판결문을 부모님께 받게 된다. 판결문의 내용은 매우 엄격해 그것을 어기지 못하고 충실히 이행한 결과 성적은 조금씩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렇게 나는 중학교 마지막 시험에 전과목 진보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고 교실의 뒷자리보단 앞자리가 어울리는 학생이 되었으며 바지통 또한 좁은 학생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시절 뿌듯한 시험지를 들고 집으로 가는 중 문득 이런 물음이 들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라는 사춘기 학생들이 할 법한 전형적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큰 의미를 던진 질문이었다. 특히 중학교 시절엔 단지 성적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은근한 무시와 여가시간을 착취당해야 했고 그것이 부당하지만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학업이 내인생의 전부가 아닌 것은 분명했지만 도태될까? 하는 두려움에 검정색 나날들을 보낸 적이 있었다. 지나간 수험생 시절에는 이 고민을 더욱 세분하게 했던 것 같다. "자신의 꿈과 배움을 위해 가는 대학교가 서울과 얼마나 가까운 지가 중요한가?”라는 물음부터 각 전공 마다 판이하게 다른 입시결과를 보며 "과연 직업에도 귀천이 존재하는가?”까지 아무도 대답해 줄 수 없는 정답을 찾으려 많은 날을 스스로 질의했던 것 같다. 
지금 내게 물어도 명쾌한 대답은 할 수 없지만 점수와 같은 것 들은 내 인생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 생각했다. 바쁜 현대 사회 속 타인의 인생을 요약할 객관적 지표가 필요했고 그것이 성적이었다. 애석하게도 그 지표는 사람들 사이의 서열을 정해버렸고 더 좋은 삶이라는 이상한 지표를 만들어냈다. 또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항상 확인하도록 시스템을 제작했고 불안해진 사람들은 더 높은 위치의 도약만을 위해 노력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한 문제점 이었고 숫자로 간추려질 내가 싫었다. 남들과 같이 숫자로 표현되긴 싫어 해결책을 고민했고 하루하루를 잊지 않기 위해 글자를 쓰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나는 작가라는 꿈을 선물 받을 수 있었고 세상과 소통할 또 다른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 분명한 것은 몇 개의 숫자들과 점수만을 가지곤 인생을 살아가는 절대적 진리가 될 수 없다는 미완의 결론을 냈다. 
결론지을 당시 참고한 논문을 소개하자면 중학교시절 즐겁게 임했던 진로 교과목시간이 고등학교에서는 재미없고 불편한 교과목이 되어버린 웃픈 내 사례이다. 진로 혹은 흥미 없는 반복학습은 지루하다 라는 좌표를 알려준 경험이었으며 성적이라는 잣대만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할 만큼 인생은 단순치 않다는 깨닫음을 내게 준 질문이었다. 


"내가 널 왜 좋아해야 해?"

세번째 물음은 사랑이었다. 젊음은 많은 사람을 만나며 사랑의 아픔을 배우는 시기라 부르지만 나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사랑을 받기보다는 맹목적으로 주는 일이 많았고 사랑에 대한 로망과 현실은 무언가 차이점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정의한 사랑의 개념은 "언제나 표현하고 서로의 본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정신적인 동반자와 같은 관계" 라고 생각했다. 
나는 몇번의 공식처럼 규칙적인 연애를 하고 난 뒤 새로운 사람을 만날 힘이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부터 끝을 맺을 때까지 모든 행동이 단계처럼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어 서였고 딜레마에 빠진 것 같아 괴로웠다. 호감이 있는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 계기는 다양할 것인데 단순히 몇 번의 연락과 만남을 했다는 이유를 가지고 상대방을 좋아해야 할 것만 같은 내 사랑의 단계들이 아팠다. 
그 때 느꼈던 괴리감과 무기력함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 잠시동안 사랑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문제의 유력한 원인을 발견 후 쾌감과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그 누구보다 수준 높은 사랑의 가치를 지향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기댈 곳이 필요한 고민 많은 학생 이였다. 어른인 척을 하며 강해 보였지만 많은 상처가 아물어버린 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연인에게 내 향기를 억지로 묻히려는 아이같은 모습이 남아있었고 우리의 연애가 아닌 남에게 보이는 연애에 얽매고 있었다. 문제점을 발견하니 어렴풋이 읽었던 사랑에 관련된 서적이 떠올랐다. 
"유년시절 부모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자녀는 연애를 할 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 문장이 내 마음을 시리게 했다. 씁쓸한 이 질문의 결론은 결국 "나를 더 이해하고 사랑할 것" 이라는 잊고 살던 메시지를 내게 주었다. 

" 여러가지 질문은 내게 삶의 지도를 선물했다"

10대 때 머릿속을 채우던 3가지 질문들은 내 머릿속을 휘저어 놓았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의 삶이 불완전하다는 소중한 대답을 내게 건넸다.어릴 적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아버지의 말씀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삶이란 일상의 반복처럼 느껴졌고 나름대로 고됬기에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그레이트 헝거”에 대해 미완성적인 정의를 다시 내려볼까 한다. 우리 모두는 매일 자신에게 끊임없는 이야기와 질문을 하고 대부분은 큰 헤드폰을 써서 듣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헤드폰을 벗고 마음의 소리를 경청해 나 자신과 건강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을 “그레이트 헝거”라 칭하고 싶다.  


                                                                 


                                                                   성명: 정우진 이메일: kcgf3566@naver.com 연락처 : 010-6894-5015

  • profile
    korean 2020.05.03 17:06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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