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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당신들에게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당신들, 잘 지내고들 계시는지요. 더운 날이 따뜻해지고,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다-고 느낄 때 쯤 썼던 글을 이제야 갈무리해 당신께 보냅니다.


 누군가는 뜨거운 커피를 주문하고, 누군가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던 그 계절부터 저는 늘 감정의 공유가 그리웠습니다. , 그런 날이 있지요. 갑자기 사무치게 외로워지는 날 말입니다. 내 주변은 늘 그래왔듯 복작복작하고, 틀어놓은 텔레비전에서는 연예인들이 깔깔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가득 메우는데도 마치 이 세상, 이 공간에 오직 나 혼자인 것만 같은 그런 외로운 날 말입니다.


 그 날이 그러했습니다. 늘 하던 운동을 끝내고 달아오른 열기를 환기하고자 열었던 베란다에서, 그 창에서 검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그 검푸른 색 속에 알알이 박혀있는 별들을 보았을 때. 저는 순간 너무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하늘과 별과, 이 달큰하고 얼얼한 공기를 누군가와 공유하고, 지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이 감정을 목이 마르도록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럴 상대가 없어서였습니다. 당신은 아실까요. 그 순간, 그 상황에서 끓어오르는 그 미칠 듯 한 감성을 토해내지 못해 혼자 삼켜야만 하는 외로운 밤을 말입니다.


 당신은 제가 유별나다고 말을 하실까요? , 저는 모르겠습니다. 왜 그 순간 그리도 외로워 홀로 눈물을 흘렸는지요. 지금 이 순간 나와 같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그 누군가가 너무나 그리워서 저는 하염없이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당신은 그 글이 보고 싶다 하실까요? 감정의 과잉상태에서 쓴 그 글은 저 홀로 너무나 진지했기에 차마 부끄러워 이 편지와 함께 동봉할 수가 없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요즈음 들어 더 실감하는 밤입니다. 감성적인 말들, 서정적인 글들이 요즈음의 다수에게는 쑥스러움을 넘은 창피함으로 읽혀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당신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겠지요. 나는 아직 넘실대는 파도와 같은 감정들을 가지고 있고, 이런저런 달큰하고 씁쓸한 글들을 적는 것이 참으로 좋은데 당장 내 주변에도 이 같은 사람들이 없으니 이렇게 외롭고 쓸쓸할 데가 없습니다. 당신 또한 공유할 수 없는 감정의 외로움에 갇혀 홀로 그 파도 속을 헤매고 계시는 건 아닐 런지요.


 당신은 어찌 지내고 계시는지요. 당신의 아침, 당신의 점심, 그리고 당신의 저녁. 당신의 그 모든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궁금하고 그립습니다.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 갑자기 내리는 흰 눈발 속에서 저는 오늘도 당신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이젠 정말 완연한 겨울이 왔습니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뜨거운 커피를 주문하겠지요. 2014년의 마지막 달. 그리고 몇 번 째 일지 모를 당신의 겨울에서, 당신의 마음만큼은 춥지 않기를 바랍니다. 추운 공기만큼 춥지 않은 날이기를







밥, 엄마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내가 작은 사무실에 출근하면서부터 시간이 맞지 않아 늘 따로 먹었던 저녁이다. 저녁 메뉴는 선짓국. 두 종류의 김치와 함께다. 웬 선짓국이야, 하고 물으니 당신 아는 분께서 선짓국으로 유명한 지역에 갔다고 해서 부탁을 했단다. 맛있겠다. 오늘은 밥 많이 먹을래~ 하고 어리광을 부렸더니 그래 너 어지럽다 하지 말고 이거 많이 먹으라며 퍼준 내 국그릇에 선지가 한 가득이다. 따끈한 오곡밥과 뜨거운 국. 엄마가 건네준 청양고추와 다진 마늘을 국에 휘휘 풀어먹었다. 그 동안 다이어트 좀 한다고 밥다운 밥을 먹지 않았더니 더 맛있다.


 엄마는 오랜만에 딸과 함께 한 밥상이 좋은지 조잘조잘 연신 이야기를 풀어냈다. 엄마는 원래 선짓국을 못 먹었어. 진짜? 지금은 이렇게 잘 먹으면서. . 이게 소피로 만든 거잖아. 하긴, 엄마 비위 약하지. 그런데 왜 먹게 됐어? 그게... 너 낳고 나서 부터던가? 선짓국으로 되게 유명한 곳에서 처음 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더라. , 그래서 먹을 수 있게 된 거야? 그래. , 너 이것 좀 더 먹어라.


 내 그릇엔 밥과 선지가 가득인데도 엄마는 자꾸만 나한테 뭘 건네줬다. 엄마 몫의 선지, 우거지, 김치 같은 것들. 평소 같으면 엄마나 먹으라고 했겠지만 그 날은 그냥 다 먹고 싶어서 나는 엄마가 건네주는 것들을 얌전히 받아먹었다. 그렇게 나는 밥을 다 먹고 엄마는 마저 밥을 먹고. 아직 남은 밥을 먹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냥 아무 일도 아니었는데. 그냥 엄마는 밥을 먹고 있었는데 그냥 우리 엄마가 너무 예뻐 보여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우리 엄마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이었다. 딱히 어디가 엄청나게 아픈 건 아닌데 자잘 자잘하게, 군데군데가 되게 자주 아팠다. 엄마는 며칠 전부터 엄지손가락 관절이 자꾸만 아프다고 했다. 엄마가 어디가 아프다고 하는 일은 굉장히 흔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날 밥상에서도. 밥을 먹다 말고 이것 봐, 엄마 손가락 부은 것 좀 봐. 하고 내게 손을 보여 주길래 어이구, 알았다며 오늘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고 한 게 다였다. 그런데 그거 가지고 엄마는 되게 좋아했다. 우리 딸이 오늘 설거지 하는 거야? 하고 되게 예쁘게 웃었다. 그래, 그게 뭐라고. 설거지라고 해봤자 엄마 먹은 국그릇 밥그릇 나 먹은 국그릇 밥그릇이 전부였다. 더해봤자 내 수저 젓가락과 엄마분의 수저 젓가락. 그런데 그게 뭐라고 엄마는 좋다고 웃었다. 나는 괜히 미안해져서 밥이나 먹으라고 그랬다. 알았다고 남은 밥을 맛있게 먹는 엄마를 보는데 자꾸만 눈물이 울컥울컥 했다. 언제부턴가 주름살이 보이고 흰머리가 보이는 엄마를 보는데 그런 엄마의 얼굴이 예뻐서 눈물이 났다.


 내가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웠던 것들. 나는 명세서 보는 법도 몰랐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그런 것도 볼 수 있게 됐고 한전센터, 에너지 관리 센터에 전화해서 밀린 요금을 물어보는 것도 할 수 있게 됐다. 남은 밥을 먹는 엄마를 보면서 우리 엄마도 이런 거 몰랐을 텐데. 엄마는 누가 가르쳐줘서 매달 적금을 넣고, 명세서를 보고 관리비를 내고 그런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 엄마의 인생은 어땠을까. 우리 엄마도 나 같은 시절이 있었을 텐데 나는 엄마를 엄마로만 보는 구나 엄마도 사람인데. 우리 엄마도 사람인데 하는 생각에 자꾸만 가슴이 울컥울컥 했다.


 엄마도 엄마만의 생활이 있었을 테다. 지금의 나처럼 일을 하고, 돈을 모으고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그런 생활. 가끔씩은 술을 먹고 춤을 추러 가고 남자도 만나는, 그런 일상적인 20대의 생활 말이다. 우리 엄마도 꽃 같은 시절이 있었을 테고 엄마 이름 석자로만 살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왜 나는 그걸 다 모른 체 하고 엄마는 그냥 엄마라고만 생각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엄마한테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우리 엄마도 사람인데. 우리 엄마도 엄마만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나는 엄마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냥 우리 엄마로만 보고 살아왔구나. 엄마는 그냥 엄마라고. 엄마는 그냥 엄마라고. 왜 그렇게만 보고 살아왔는지 왜 이제 와서야 밥을 먹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런 내가 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엄마는 밥을 다 먹었다. 오랜만에 맛있게 먹은 것 같다고 배부르다고 했다. 그리고 너도 밥 먹으니 좋지, 다이어트 한다고 밥 거르지 말고 이렇게 좀 챙겨먹으라고 했다. 알았어. 배를 통통 두드리는 엄마를 보고 나는 알았다고 했다. 앞으로 밥 잘 챙겨먹겠다고. 맛있는 밥 줘서 고맙다고 했다. 엄마는 알면 됐다고 웃었다. 그 웃음이 또 예뻤다. ‘우리 엄마의 웃음. 내가 잘 알고 있는 엄마의 웃음이었다.





이름 : 박솔하

이메일 : psolha@hanmail.net

연락처 : 010-3939-7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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