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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말랐던 물이 다시 차오른 이유

시골 할아버지 댁 바로 앞엔 복숭아나무와 크지 않은 개울가가 있다. 폭이 좁다보니 어찌 보면 답답해 보이는 그곳에서 어렸을 적 나와 남동생은 자주 물놀이를 하고 놀았다. 개울만큼이나 작은 몸집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러나 허벅지부근까지 올라 차는 끝없이 흐르는 차가운 물 때문인지 우리는 그곳이 그리 작거나 좁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한참 신나게 물놀이를 하다가 무심코 위쪽을 쳐다보면 멀지 않은 곳에서 할아버지가 쓰레기를 태우곤 하셨는데 도시에선 쉬이 볼 수 없는 그 모습을 난 매번 신기하게 쳐다보곤 했다.


하지만 우리가 한 살씩 나이 들면 작았던 몸집이 커지는 것처럼 개울도 늙어가는 것일까, 언젠가부터 개울물은 말라가기 시작했고 물이 그득하던 그 자리엔 자잘한 돌멩이들과 물컹한 진흙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시기에 할아버지 댁 주방엔 고급스런 최신형 정수기가 식탁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목이 마르면 개수대에서 물을 틀어 그것을 마시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조차도 그 물을 거부할 만큼 이미 마을의 물들은 깨끗하지 못한 상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젠 시골에 놀러가도 놀 수 있는 물이 없었고 자연 그대로의 물도 마실 수 없었다. 도시인인 내게 그러한 상황은 시골에 대한 환상을 무참히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러자 주말이나 명절에 할아버지 댁에 가도 나와 동생은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가끔씩은 노트북을 가져와서 영화를 보기만 하며 시간을 때우곤 했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젊은 것들이 밖에서 뛰어다닐 생각은 않고 집에만 처박혀 있다고 욕을 한 바가지 쏟아 부으셨다. 원래 말끝마다 욕설을 집어넣으며 듣는 사람의 신경을 긁는 성격인 할머니시니 그러려니 하며 넘기려 해도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잔소리 폭탄은 가만히 듣고 있기 거북할 지경이었다.


어느 날 그 잔소리를 듣다 못한 내가 놀 곳이 없는데 어쩌라는 것이냐 하며 맞받아치니 할머니는 뭐가 문제냐면서 당장 나가라고 우리 남매를 집안에서 내쫓았다. 우리가 얌전히 집에 있는 게 그리 잘못 된 일인가 상념에 빠진 것도 잠시, 우리는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마을 투어나 해 보기로 했다.


우리는 최근에 깐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밟으며 위쪽으로 향했다파란지붕, 황토 집, 2층 단독주택 등 많은 집들을 구경하며 오르막길을 오르다 집 대신 커다란 하수구 같은 땅굴을 발견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그곳은 깨끗했지만 바닥엔 얕은 물이 깔려 있었고 그 수심은 내 발가락에 닿을 정도였다. 나와 동생은 그곳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마도 예전엔 그곳에서 많은 물이 공급되었을 거라고 우리는 추측했다. 그러나 그 많던 물이 과연 지금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그 의문은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 시골에서 하루 종일 우리의 머릿속에 잠식하던 그 의문은 집으로 돌아와 일상생활 속에 파묻혀가는 시간의 굴레 속으로 자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 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5일장을 치르는 동안 가족들은 지쳐만 갔다. 눈물 잘 날이 없었다. 수분을 뺀 만큼 보충해야 하는데 모두들 음식은커녕 물 한 모금조차 가까이 대지 않았다. 마치 할아버지께 저질렀던 불효를 참회하려는 자식들의 마지막 도리처럼 보였다. 여차저차 장례식은 마무리 되었고 우리가족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더 이상 시골에 자주 놀러가지 않았다. 아마도 아빠는 아직 할아버지의 남은 흔적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 했다.


시간이라는 치료약이 아빠의 보이지 않는 상처를 보듬어주며 어느 새 할아버지의 첫 기일이 다가왔고 우리는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갔다. 어른들이 그간의 안부로 이야기꽃을 피우려할 때 난 복숭아나무 아래에 있는 개울가로 갔다. 그 개울에서 할아버지가 쓰레기를 태우던 모습을 떠올리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손을 담글 물 하나 없던 곳이었건만 개울은 내 종아리 정도 수심의 물을 졸졸 흘려보내고 있었다. 더군다나 깨끗하고 맑은 물이었다. 할머니께 어떻게 갑자기 물이 저렇게 많아졌냐고 물었지만 할머니는 모른다고 답하셨다. 아마 누군가 위에서 수도를 뚫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제사를 위해 많은 음식이 놓인 큰 상위에 할아버지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놓았는데 사진을 보고 있자니 이유모를 아련함이 밀려왔다. 할머니는 물 한 그릇을 떠서 사진 옆에 놓으라고 하셨다. 부엌으로 간 나는 습관적으로 정수기에 그릇을 댔다가 개수대로 가서 수돗물을 틀어 그것을 그릇에 담았다. 어째서인지 그날 수돗물은 전혀 더럽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렸을 적 매일 마시던 것처럼 청량하기만 했다. 투명한 물이 담긴 그릇을 사진 옆에 놓는 그 순간 사진 속 할아버지의 얼굴에 묘한 반짝임이 서리는 것만 같았다.

 


고기 한 점에 담긴 애정 

부모님은 내가 중학교 때 이혼하셨다. 어머니는 집을 나가셨고 나와 남동생은 아버지 곁에 남게 되었다. 부모님의 이혼은 어렸던 우리 남매에게 큰 충격이었지만 아버지께서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으셨는지 그 후로 귀가하는 시간이 점점 늦춰지곤 하셨다. 그로인해 저녁은 항상 우리 남매가 알아서 차려먹어야 했다. 요리라곤 간단한 달걀 프라이나 라면 밖에 할 줄 모르던 우리는 조촐함을 넘어선 그저 부족한 밥상을 어떻게든 꾸려 저녁을 챙겨먹곤 했다. 초반엔 김치와 김만 있어도 곧잘 먹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일관된 메뉴에 질려갔고 결국 우리의 주식은 인스턴트식품이 되어갔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아버지는 자주 집을 비우셨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우리와 한 밥상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펴며 한 끼 잡수시곤 했다. 그러나 어떠한 의무감처럼 보이는 그 행동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올해 내 생일이 다가왔을 때였다. 몇 년간 나는 물론이거니와 가족 모두가 생일을 챙긴 적이 없기에 금년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일을 넘기려 했다. 그러나 전 날 아버지께서 돌연 내일 저녁에 외식을 하자고 하셨다. 이게 뭔 일인가 싶었지만 은연중에 기분이 매우 좋았다. 내 생일을 잊고 계시는 줄 알았던 아버지께서 먼저 아는 체 해주셨으니 말이다. 그 날 하루 동안은 아버지와 약속한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었다.


나는 흔치 않은 우리 가족만의 오붓함을 즐길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는 아버지와 동생만이 아닌 나와 연관성 없는 타인이 끼어 있었다. 아버지는 그녀를 새 애인이라고 소개하셨다. 그제야 오늘 식사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내 생일 때문이 아닌 순전히 그녀를 우리에게 소개시켜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심 서운한 맘과 찝찝함이 들었지만 일부러 티내진 않았다. 어쨌거나 그녀는 현재 아버지의 행복일 테니까. 난 아버지의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애써 웃는 체 하며 분위기를 맞춰 나갔다. 그러나 남동생은 나완 달랐다. 매사에 솔직한 녀석은 그 자리에서도 굳은 표정으로 시종일관 묵묵부답을 고집했다. 남동생이 어색하게 만든 분위기를 수습하는 건 온전히 내 차지였다. 그러나 녀석이 야속하거나 하진 않았다. 충분히 이해되니 말이다.


그래도 역시 식사 자리는 내게 영 불편할 뿐이었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가 정녕 먹음직스러운지 조차도 가늠이 안 될 만큼 내 감각은 이유모를 마비로 묶여져 있었다. 과연 저 고기가 내 식도를 타고 넘어가 제대로 위 속에 안착해 올바르게 소화 될지 조차 미지수였다. 그럼에도 난 젓가락을 들었다. 알맞게 익은 고기 한 점을 집으려는데 그보다 먼저 남동생의 손길이 빨랐다. 남동생이 내 접시 위에 고기 한 점을 올려 준 것이다. 항상 무뚝뚝하기만 하던 녀석의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잠시 빤히 그 얼굴을 바라봤다. 남동생은 머쓱한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제 입에 다른 고기를 집어넣었다. 녀석이 골라 준 고기를 입에 넣고 씹을 때 분명 평범한 고기임에도 난생 처음 먹어 보는 황홀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남동생은 그 후로도 이따금씩 내게 고기를 골라주곤 했다. 그 행동은 나를 위로해주고 북돋아주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그 속엔 생일 축하해라는 애틋한 한 마디도 곁들여져 있었다.


미련 맞게 순간 눈물이 날 뻔 했다. 문득 어느 유명한 요리사가 했다던 말이 떠올랐다. “음식의 맛은 어떤 재료로 맛을 내는지 어떤 장식을 하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먹는가가 맛을 결정한다.” 육즙이 살아있는 질 좋은 고기는 분명 내 혀끝을 달콤하게 자극하며 맛있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으나 그보다 먼저, 남동생의 소리 없는 애정의 젓가락질이 음식들에 더 달콤한 소스를 가미해 날 웃음 짓게 했다. 어찌 보면 망칠 수도 있었던 생일날의 식사는 녀석이 있었기에 아주 맛있고도 풍족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었다.


요즘 밥을 먹을 때마다 그 때의 장면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곤 한다. 한 밥상에서 나와 마주보고 숟가락을 놀리는 남동생은 그 후론 더 이상 내게 반찬을 집어준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녀석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잘 알기에 이제는 내가 녀석의 그릇에 반찬을 놓아주곤 한다. 그것이 우리 남매가 서로를 향해 애정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이름 : 백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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