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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7 23:14

역설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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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소통


   인간을 이루는 요소는 많다. 크게 신체적, 영적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사실 영적영역이 신체적 영역에 비해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인간은 생각을 통해 부싯돌에서 시작하여 우주선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도 영적세계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식물인간은 기초대사는 가능하지만, 생각을 하지 못하니 움직일 수 없다. 그 반대로 신체가 제한되어 있지만, 정신이 깨어있다면 움직일 수 있다. 앉아서 세상을 움직이는 스티븐 호킹, 닉 부이치치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 만큼 영적의 영역은 크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처음부터 영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없다. 영적 능력은 후천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에 따라 그 크기가 결정되는 것이다. , 아무리 영적 부분이 크다고 해도 신체적 능력이 근본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올리버 색스)’라는 책은 의사인 색스가 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친 후 벌어진 상황에서 그가 한 생각을 정리하였다. 그는 의사로서 충실한 삶을 살다가, 사고 이후 환자가 된다. 그때부터 그는 이제까지 경험해 왔던 삶과는 다른 삶을 경험함으로써 새로운 연구를 하기 시작한다.

   최근에 슬로우 비디오라는 영화를 봤었는데, 이 책과 내용이 비슷한 것 같다. 이 책에서 색스는 튼튼한 다리를 가졌었다. 운동은 꾸준히 했고, 험악한 산도 자신감 있게 올라갔다. 자신의 하체의 건강함을 느끼며 다리로 하는 운동을 많이 해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의 튼튼한 다리는 사라졌다. 그는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의사로서 쌓아왔던 경험과 환자였을 때의 경험을 살려서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하는 의사가 된다. ‘슬로우 비디오의 주인공은 엄청나게 시력이 좋았다. 그래서 찰나의 순간도 그에게는 또렷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가 사는 동내는 물론이고, 사랑하는 여인의 찰랑거리는 머리 등 모든 것을 생생하게 눈에 담아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맹인이 되어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때까지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살아온 경험으로 행복한 기억을 지니며 살아간다. 이 두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신체의 특정 부위가 잘 발달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부위가 약화되며 잠시 주춤하지만 예전부터 쌓아왔던 경험을 살리면서 오히려 과거와는 다른 의미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과거에는 신체적으로 뛰어남을 가치로 하여 살았지만, 현재는 그 신체적 능력에 영적인 것을 결부시킨 가치를 지향하며 사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3가지 역설에 찾았고, 그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 환자는 멍청이가 아니다. 환자는 병을 앓거나 몸을 다친 사람이다. 그들이 그렇게 된 상태의 원인은 두 가지가 있다. 그것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그랬거나, 혹은 알면서도 조심성이 없었거나 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환자는 멍청하지 않다. 전자는 색스가 생각한 것처럼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지혜를 지니고 있고 특히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이지만 다른 동물들과 같다고 할 수 없다. 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동물들도 생각은 있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을 바로 내뱉을 수도 있지만, 이성을 통해 거르거나 절제할 수 있다. 후자는 원래 그 증상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아픔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멍청하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환자는 이러한 원인을 통해 아픈 후에는 오히려 의사보다 더 정확히 증상을 파악해간다. 색스도 의사의 할 일은 몸이 회복되는 일에만 초점이 되어 있다고 한다. 의료인은 증상만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방향을 지식을 통해 처방해줄 뿐이다. 슬퍼하는 나를 위로하는 친구 같은 존재이다. 친구는 나를 진심을 다해서 위로해주기를 원하지만, 나의 슬픈 감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 조차 사실 모른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아파본 사람만이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색스도 의사일 때는 전혀 몰랐던 환자들의 감정을 느끼며 후에는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의사가 되었다. 나도 병을 겪어보며 생생하게 배웠다. 콧물이 나는 것이 병인지도 몰랐던 나는 비염을 겪으면서 그 병을 걸렸을 때 코가 헐어가는 신체적 고통, 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정신적 고통을 생생하게 느꼈다. 직접 그것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대처법까지 내 몸으로 시행하며 알아갔다. 의사도 고치지 못했던 나의 고질병을 스스로 고친 것이다.

   두 번째 역설은 환자는 병원으로부터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 뒷부분에 색스는 다리가 나으면서 세 달이 넘도록 있던 병원과 재활원을 나오게 된다. 그는 이전에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이 아름답게 비춰지는 것을 느꼈다. 병원을 나와서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환자는 낫기 위해 병원과 관계 맺기를 시작하지만, 진정으로 낫는다는 의미는 병원과의 이별을 뜻한다. 물론 치료는 하나의 의미 있고 치료적인 대인관계 과정이다. 생의 사건이나 질병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보살핌과 조력에 의해 의미를 발견하도록 하는 상호작용이다. 치료는 낫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이다. 하지만 다시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위해서는 병원에서 멀어져야 한다. 사실 병원에서 환자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치료는 의사가, 식사나 화장실 가는 일 등 그 외에 일상생활에서 혼자 했던 일들을 간호사들이 많이 도와준다. 문제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이분법적인 생식을 통해 획일화된 종들보다는 빙하기를 거쳐 많이 바뀐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병원의 환경에서 서서히 적응하게 된다. 누군가가 계획해준 삶, 주체가 내가 아닌 삶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 자체가 건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로 맺어진 관계는 끝이 있어야 한다. 이 관계를 확대해 본다면 자식과 부모의 관계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이다. 무엇인가를 가르쳐준다는 것이 치료와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역설은 의료인은 냉정하지만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치료는 달달한 장면이 아니다. 치료를 하는 장비들은 온갖 날카롭거나 쓴 것들로 가득하다. 그것들을 이용하여 아픈 환자에게 또 다른 의미의 고통을 가하면서 치료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환자의 신음 소리, 일그러진 표정 등을 환자의 심리상태를 누구보다도 더, 심지어 보호자보다도 더 가까이서 느낀다. ‘나이팅게일 다이어리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간호사들은 환자에게 고통을 주기는 싫지만, 치료의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통을 주는 행동을 한다. 그것을 행동하는 사람은 순간의 감정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냉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시간과 과정을 철저하게 엄수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는 기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요즘은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정교한 수술을 대신 행하는 기계가 발명되었다. 기계는 인간이 직접 수술을 할 때보다 훨씬 상처를 줄이면서 후유증도 약하게 만드는 등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아픔은 단지 그것을 제거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끊임없는 관심을 통해 병을 치유할 수 있다. 인간의 몸은 녹슨 나사를 새 것으로 바꾸면 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의료는 소통이다. 첫 번째 역설에서는 환자자신과의 소통을, 두 번째 역설에서는 의료인과 환자의 소통에 대해 말했다. 세 번째 역설에서는 의료인이 자신과의 소통을 하는 것을 다루어 보았다. 결국 의료는 소통을 누구와 어떻게 하는 가에 따라 창작되는 삶의 이야기다.

좌민정 / jminj7@naver.com / 010-7251-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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