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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1 16:36

낙엽 밑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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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 밑의 꿈


  나는 어릴 적부터 문인(文人)으로서의 삶을 꿈꿔왔다. 하지만 어떤 글을 쓸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겁이 많던 내가 처음으로 공모전에 나가게 된 시기는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대학을 진학하는 데 많은 전형 중 어떤 전형으로 지원해야하나 한창 고민하고 있을 시기였다. 이내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나가게 됐다. 겁이 많던 나였기에 최선을 다 하되 작품을 출품하자마자 잊으려 노력했다. 그 결과 운 좋게도 꽤 높은 상을 타게 됐고 그 경험이 나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글을 써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는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다. 글을 쓰는 학과로 진학하면 갈피가 잡힐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와 소설, 수필, 희곡 시나리오 등을 쓰고 배우면서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감이 잡혀갔다. 고학년으로 올라간 나의 전공과목은 소설과 수필로 추려졌다.

   ‘평생 이렇게 글을 쓰며 살아야지나의 안일한 생각이 취업할 나이가 되자 현실과 부딪혔다. 그제야 왜 여태까지 활발히 공모전에 작품을 내지 못했는지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하지만 정말 타고난 듯 술술 굉장한 필력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동기들을 보며 자꾸만 위축됐다.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데 길을 몰라 한참을 헤맸다.

   결국 소설가나 수필가가 되려던 나는 기자라는 직업으로 세상과 타협했다. 서정적인 문체로 글 쓰는 법을 배우다가 오로지 정보전달만을 위해 불필요한 글자들을 교정·교열해 삭제하는 법을 배우려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중요한 수식어들도 기사가 되려면 과감히 삭제돼야만 했다.

   천천히 기사를 쓰다가 남는 시간, 공모전에 출품해 내가 원하던 꿈을 이뤄보자던 내 바람은 너무도 당연한 수순으로 깨졌다. 매일 치열하게 기사를 쓰고 마감을 했다. 주말엔 취재도 나가고 사진도 찍으며 집에서도 기사를 올려야 했다. 기자가 이렇게 바쁜 직업인 줄 처음 알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바쁘게 흘러갔다. 그렇게 내 꿈은 조금씩 희미해졌다. 좋아하는 작가가 새로 낸 책과 집에서 굴러다니는, 한 때 내가 아끼던, 책들을 보면 죄책감이 들었다.

   ‘시간 나면 써야지’, ‘한가해지면 써야지의미 없는 다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 꿈은 떨어지는 낙엽처럼 바닥에 떨어져 많은 낙엽들 사이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결국 나는 최고의 기자가 되겠다는 합리화를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꿈이 기자였던 것처럼. 누군가 나에게 무슨 글을 쓰고 싶냐 물어보면 당당하게 기자가 돼 기사를 쓰고 싶다고 답했다. 내 대답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내게 꿈을 이뤄가고 있다며 대단하다 추켜 세워줬다. 나는 어느새 부모님에게 꿈에 다가서고 있는 기특한 딸이 돼있었다.

   식당에서 다리가 퉁퉁 붓도록 일만 하는 엄마는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딸을 키워놨다고 자랑하기 바빴다.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크레인을 운전하러가는 아빠도 우리 큰 딸이 기자라고, 꿈을 이뤘다고 온 동네에 자랑해 나를 모르는 주민이 없었다. 그럴수록 나는 위축되어갔다. 모두를 속일 수는 있어도 나 자신은 속일 수가 없었다. 나는 꿈을 이뤄가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꿈이라고 속였다는 걸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그럴수록 비참함만이 나를 집어삼켰다. 무언가에 더 집중하고 파고들었다. 자기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주말 ppt 강연을 들으러 왕복 3시간 거리를 오가기도 하고 특집기사를 써보기도 했다. 글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직은 어린 나이임에도 이직률이 높은 기자라는 직업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이제는 책보다 신문에 더 눈이 갔다. 책을 봐도 전 같은 큰 죄책감이 들지는 않았다. 이렇게 내 꿈은 깊이 묻힌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계속 시간이 흐르고 내게 조금씩 여유가 생기자 잊혔던 꿈이 틈을 파고들어왔다. 나는 짐짓 모르는 척 내 꿈을 외면했다. 하지만 이내 꿈이 파고든 틈이 점차 벌어지고 결국 그 안으로 조금씩 스며들어왔다.

   메일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내가 썼던 글을 보게 됐다. 18살 첫사랑에 대한 글이었는데 그 아이가 일하던 곳에서 배어와 몸에서 항상 풍기던 절삭유 냄새에 관해 아련하게 적혀 있었다. 그 글을 읽다보니 그 시절 그 친구의 몸에서 나직이 풍기던 절삭유 냄새가 코끝을 맴돌았다. 기억의 냄새에 취해 나는 그 길로 서점에서 책을 몇 권 샀다.

   오랜만에 책 냄새를 맡으니 가슴이 뛰어 혼란스러운 손으로 어색한 책들을 섬세히 골라 들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으며 나는 많이도 울었다. 2~3시간이면 다 읽는 짧은 소설이었지만 글 너머로 글을 쓸 때 망설이고, 고민하고, 이내 지워버리기를 반복하는 내 모습이 투영돼 가슴이 저몄다. 그렇게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년 반 만에 다시 글을 쓰려 펜을 쥐고 시놉시스를 구상하려하자 머릿속이 온통 뒤엉켰다. 하지만 예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보고 매일같이 읽는 책들로 나를 채우려 노력했다. 아직도 글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원래 이 정도가 내 실력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진지한 성찰도 해본다. 하지만 결국은 이렇게 글을 쓸 자신감을 되찾게 됐다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한다.

   내가 언제쯤 내 꿈을 이루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 위에 겹겹이 두껍게 쌓인 많은 낙엽들을 겨우 헤치고 나온 내 꿈을 다시 우겨넣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쓴다.

    


이름, 메일, 전화번호는 첨부파일에 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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