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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6 07:20

엄마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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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보물

어느 날 엄마가 짜증을 내며 집에 돌아왔다. 엄마의 손에는 까만 비닐봉지가 하나 들려 있었다. 봉지에서 꺼낸 것은 여기저기 흠집이 나고 못 생긴 고추 여러 개였다.

“이것밖에 없어. 다 따갔어.”

벌써 몇 년 째 취미 삼아 하는 주말 농장 텃밭에 고추를 여럿 심었는데, 누군가 흠집 나고 못 생긴 것만 놔두고 멀쩡한 것들은 모조리 따갔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저번 주에도 그랬는데 불과 일 주일 만에 또 서리를 당했다는 것이다. 보통 열매가 맺히면 그것이 적당히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하곤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점찍어둔 것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으니 황당하고 약이 오르는 것이다. 물주고 거름 주고 하루걸러 찾아가 정성 들여 유기농으로 키운 우리 작물들은 그렇게 자꾸만 남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행복한 텃밭>이라 이름붙인 우리 텃밭은 점점 <불쾌한 텃밭>이 되어갔다.

엄마와 나는 우선 텃밭 앞을 지나면서 산책하는 아주머니들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주인 없는 것 인줄 착각해 따갔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았다. 우리 밭 주변에 있는 텃밭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색을 하다 보니 작물 서리 피해자가 속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옆에서 텃밭을 가꾸던 아저씨는 자꾸 가지가 없어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확의 보람을 누려야 할 <행복한 텃밭> 주말 농장에 고추든 가지든 서리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저씨는 우리에게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제보에 의하면 어떤 할머니가 텃밭을 얼쩡거리는 수상쩍은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훔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아마도 보는 눈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주 텃밭을 확인했지만 번번이 농작물 도둑을 놓쳤다. 의심 간다던 할머니도 발견하지 못했다. 여전히 집으로 날라져오는 고추와 호박들은 모두 어딘가 조금씩 흠집이 있는 못 생긴 녀석들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수확이 끝났고 1년간의 농장 분양 기간도 끝이 났다. 신출귀몰하던 홍길동 도둑은 결국 잡히지 않았다. 엄마는 밭에 놓아두었던 물뿌리개를 집에 가져 오면서 이제 다시는 주말 농장 신청을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고생해서 키워 놓아 남 좋은 일 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나는 몇 번 엄마를 떠보았으나 엄마의 결단은 단호했다.

그런데 올해 초, 나는 달력을 보다가 별로 특이할 것도 없는 날에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족 생일은 아니고…… 무슨 기념일인가 하고 고심하다가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빨간 동그라미 속의 날짜는 주말 농장 텃밭을 신청하는 날이었다. “안한다며? 이번에도 계속 훔쳐 가면 어떡해?” 나의 물음에 엄마가 한숨을 쉬는 것이 느껴졌다.

며칠 뒤, 평소 컴퓨터를 잘 하지 않던 엄마가 한참 동안이나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하는 텃밭 신청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 부분에서 엄마가 무언가를 썼다 지웠다 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텃밭의 이름을 짓는 대목이었다.

“CCTV어때? 훔쳐가지 말라고.” 고심하는 엄마의 등 뒤로 농담을 던졌다. 엄마가 깔깔깔 웃더니 이내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텃밭이 확정됐는지 확인하라는 엄마의 지시에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내 눈길이 머문 곳은 텃밭 이름 란에 적혀 있는 <보물>이라는 글자였다. 엄마가 고심 끝에 내린 텃밭의 이름은 보물이었다. 나는 그제야 왜 엄마가 정성 들여 키운 작물을 도둑맞아 매일 화를 내고 분노를 했으면서도 또 텃밭을 신청했는지를 깨달았다. 엄마에게는 수확하는 작물만이 보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텃밭에서 돌을 골라내 땅을 고르게 하고 그곳에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옮겨 심은 뒤 직접 만든 천연 농약을 뿌려 벌레를 없애고 돈 들여 구매한 거름도 주고 그리고 그것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 모든 과정이 엄마에게는 보물이었던 것이다. 비록 그것을 도둑맞아 불쾌하고 짜증날지라도 보물과도 같은 키우는 보람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나는 텃밭 신청이 확정됐다는 기쁜 소식을 엄마에게 알렸다. 그러자 엄마는 곧바로 이번에 심을 배추 씨를 사러 갔다. 엄마의 앞에는 올해의 또 다른 보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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