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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0 22:17

종을 울리다.

조회 수 30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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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을 울리다

                                                                                                        김동오

 

요즘 들어 아침 잠이 많아졌다. 알람의 개수를 두 배로 늘리고 소리도 좀 더 과격한 것으로 바꾸었다. 아침 잠은 점심까지 침범하여 애매한 반 수면 상태로 오후 다섯 시까지 자버린 적도 여러 번이다. 다섯 시까지 잠을 자는 것은 참으로 많은 것을 남기는 데, 가장 많은 비중은 자괴감이다. 수면은 자괴감을 낳고 난 그 속에서 또다시 잠을 청하였다. 밤을 새서 그렇다. 너무나 간단한 인과관계가 내 하루를 무너뜨리고있다. 어쨌든 알람 덕에 일어났으니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정발산역을 향한다. 인생을 여정이라고 하지만, 매일 1시간 30분의 통학은 그 수많은 여정 중에 가장 지독하고 지루한 움직임이다.

계속 반복되는 대중교통의 진동은 내 몸과 지하철을 저 지구 아래로 끌어내린다. 어둠, 어둠, 어둠. 그 옆에 자리하는 벽, , . 까마득한 어둠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달리는 나와 벽의 간극은 1미터도 안된다. 이러한 답답함에 몸은 방어책으로 다시 졸음을 택한다.

한 정거장, 두 정거장, 잠이 들었다.

"옛날에 한 선비가~"

할머니의 목소리다. 저 문장을 들은 지 15년이 지난 듯하다. 당신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문을 열면 반겨주는 사람이지만 저 이야기를 듣는 나는 너무나 달라져 있다. 15년은 무언가를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짧은 이야기는 더더욱 말이다. 바쁜 일상에 다 큰 내가 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보채는 것도 이제 시계와 달력은 허락하지 않나 보다. 5년 동안은 저 이야기의 제목조차 모르는 채 살아왔다. 은혜 갚은 까치 또는 까치와 구렁이. 이야기의 제목은 다양하다. 하지만 내게는 "옛날에 한 선비가~"라는 3 어절 자체가 어느새 이야기 제목이 되어있다.

할머니. 할머니의 목소리가 꿈에 들리는 순간 아침 8 30분의 바쁜 사람 꽉 찬 지하철이라는 것을 까먹고 말았다. 어둠, 어둠, 어둠과 벽, , 벽이라는 사실도 잊고 말았다. 안경에 김이 차기도 전에 눈물이 났다. 다섯 정거장, 여섯 정거장, 먹먹하게 흘리고 있었다.

정말 좋아하는 노래 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난 드렁큰타이거의 "8:45"라는 노래이다. 그 또한 할머니를 떠올리며 만든 노래이기만큼 가사 하나하나에 공감한다. 그 중에서도

"그 누가 뭐래도 절대 날 탓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당신의 사랑은

기적과도 같은 기적을 만드는

신 다음 가장 완벽한 완벽한 아름다움"

가사가 당신이 내게 준 감동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할머니께서 내게 해주시는 말이 있다. "이 할미는 동오가 정말 큰 사람이 될 거라고 믿어, 동오처럼 착한 사람이 없어요" 이 뒤에 살도 빼면 너무나 좋겠다는 말이 있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무조건적인 믿음. 실제로 20대의 중반의 시점에서 누군가에게 큰 사람이 될 것이라 말하는 것은 조금은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70대 후반의 할머니에게 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새싹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난 아직 너무나도 어린 사람이다. 그에 비하여 당신은 너무나 현명하다 까치의 입장 뿐만 아니라 남편을 잃은 구렁이의 마음도 이해하고 옹호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어른이 이 어린 꼬마에게 계속 믿음을 주는 것은 어떠한 근거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직도 덜 자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있었다.

           을지로 3, 을지로 3

어느 누군가와 오래 동안 살게 되면, 당연히 그 사람의 모습이 내게 흔적처럼 남아있기 마련이다. 유년기 시절을 거의 같이 보낸 사람이기에 어찌 흔적이 안 남았을까? 그 은혜 갚은 까치의 생각이 다시 든다. 할머니는 어떠한 바람을 가지시고 매일 밤마다 귀중한 잠을 조각 내어 이야기 하셨을까? 선비가 잠에서 깨어나 여자가 구렁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바로 그 곤경을 내가 겪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믿었던 나의 능력들은 자만심으로 변질되어서 되려 나를 갉아먹고있는 상황이었다. 자만심은 나태함으로 변질되어 구렁이에게 몸이 감겨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유일하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종을 울리는 것이다. . 이런 뜻이었구나. 선비는 나였고, 구렁이는 나의 능력이었다. ‘딱 이 정도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이제야 나를 조여오고 있었다. 종을 울려야만 한다. 나의 구렁이 같은 이 능력을 용처럼 승천할 수 있게 하고 나 또한 할머니가 말하신 큰 인물이 되는 방법은 종을 울리는 것이었고 그것은 바로 지금 내 머릿속에 할머니와 조우하며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까치는 종을 한 번 치지 않았다. 그러나, 비록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까치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죽음이란 공포의 한계를 극복하며 종을 울렸다. 결국 할머니의 이야기에 등장한 까치, 선비, 구렁이는 모두 내 자신이었다.

 처음이다. 2호선에서 내린 나는 처음으로 해답을 얻은 상쾌한 웃음을 짓고있었다.  

  • profile
    korean 2016.10.30 21:11
    잘 감상했습니다.
    열심히 습작을 거듭해나가다보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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