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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최진리를 추모하며


 그 날은 특별할 것 없는 10월 중순의 월요일이었다. 오전에 일을 마치고 집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근래에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싶더니 낮잠을 자는 짧은 동안에도 악몽을 꾸었다. 썩 좋지 않은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는데 남자친구에게서 메세지가 와있었다.

  “설리가 사망했대.”

  두 눈을 의심했다. 말도 안돼, 꿈의 연장선상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몽롱한 감각이 선명해진 후에도 화면 위 일곱 글자는 그대로였다.

  포털사이트는 이미 설리에 대한 기사로 가득했다. ‘오늘 오후에 사망 확인’, ‘발견 당시에는 이미 심정지 상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 하루 종일 새로 올라오는 기사를 찾아봤다. 보도가 잘못된 것이었다는 소식을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연예인에 관심이 없던 중학생 때, 설리를 유독 좋아하는 한 친구 덕에 그녀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14살 차이라니까! 말이 돼?”

  설리와 최자의 열애설이 처음 불거졌을 때의 일이었다. 딱 내 나이만큼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연애. 당시에 나는 그것을 도덕적 잣대로 판가름할 정도로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눈에 밟힐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설리를 향한 성희롱성 기사와 댓글에 위화감을 느꼈다. 무릎을 분홍빛으로 메이크업한 무대 사진에는 “성관계시 특정 체위를 거칠게 한 것”이라고 했고, 입술에 겔 패치를 붙인 제품 홍보 사진에는 “연인 최자를 열심히 애무하느라 입술이 부은 것”이라고 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설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 설리는 고작 스물 한두 살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무대 위 태도논란’, ‘로리타 논란’, ‘노브라 논란’등 논란이 될 거리도 참 많았다. 그 때까지도 나는 설리가 정말 잘못을 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으나, ‘고양이 학대 논란’, ‘장어 학대 논란’ 등 말도 안되는 트집거리로 온갖 기사와 악플이 쏟아지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광경이 마녀사냥의 한 장면임을 알 수 있었다.

  “오해하지 마. 나 나쁜 사람 아니야.”

  2년 전 설리가 SNS 라이브 방송에서 했던 말이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은 듯해보였다. 그러나 그런 바람과는 달리 영상을 본 사람들은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 또다시 그녀를 할퀴었다. 설리의 일거수일투족이 삽시간에 수십, 수백개의 기사로 보도되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어떤 부분이 논란거리인지조차 알 수 없는 복사 붙여넣기 식의 인터넷 기사가 난무했다. 그리고 뒤를 잇는 셀 수 없이 많은 힐난은 정당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수 개월 전, 설리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MC로 출연한다며 소식을 알렸다. 화면 속 연분홍 머리를 한 설리는 여전히 인형처럼 예뻤다. 본인에 대한 악플을 낭송하는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한다는 말에 걱정이 앞섰으나, 척 보기에도 위태로웠던 이전보다 조금은 안정된 것처럼 보였다.

  ‘정말 괜찮은걸까?’

  그 모든 화살을 맞으며 대중 앞에 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담담하게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또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 찾아냈구나. 그녀에게 유독 가혹한, 눈을 뜰 수조차 없는 칼바람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분명 찾아낸 것이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웃을 수 없을 것이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꼭 한 마디 응원을 해주어야지 하며 차츰 그녀에 대한 걱정을 접어 두었다.

  그런데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단풍도 채 지지 않은 이른 가을날이었다.

  설리는 조용히 떠났으나 세상은 떠들썩했다. 숨을 거두고 들것에 실려 나가는 순간에도 수많은 카메라가 그녀를 에워쌌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조차 기사에 실렸고, 도를 넘는 성희롱은 여전히 이어졌으며, 비공개로 진행된 장례식 위치조차 새어 나갔다.

  인간 최진리는 너무 예뻤다. 그저 너무 예뻤을 뿐인 어린 소녀는 곧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설리”가 되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설리가 최진리라는 사실을 잊은 것처럼 굴었다. 그저 너무 예뻤을 뿐인, 철없고, 어리며, 찌르면 아파하고 억울하면 화도 내는, 한낱 나와 다르지 않은 인간 최진리라는 사실을.

  가수,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한 개인이 아닌 대중을 위한 ‘공인’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그들이 받는 사랑과 관심, 그리고 그들이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어떤 이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그 선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불특정 다수에 의한 인간 이하의 취급을 감내하는 것이 정말로 그들이 누리는 것에 대한 합당한 대가일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생전에 설리가 자주 던졌던 질문이다. 설리는, 인간 최진리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 소녀였다. 자신이 돌을 던지는 대상이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망각한 이들에게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보여주려 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크고 작은 돌덩이에 매번 상처받고 눈물 흘리면서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녀의 삶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 “설리”라는 고유명사는 “최진리” 이외의 어떠한 삶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설리의 이름을, 있는 그대로 충분히 사랑스러웠던 그 삶을... 그리고, 아름다운 미소를 더는 볼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의 무거움까지도.



넋두리




  한 달에 한 번 치르는 호르몬과의 사투는 이제 익숙하다. 이 말은 특정한 시기에 어떠한 신체적 감정적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안다는 뜻일 뿐 매달 겪는 고통이 고통이 아니게 된다는 말은 아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책을 펼 때마다 느껴지는 명치의 묵직한 감각이라든지, 밤낮으로 언니를 묶어 두는 종교라든지, 그 애의 안부 같은 것들. 그러면 쓸데없이 궁금해지곤 하는 것이다. 공부에 대한 트라우마가 통증을 만들어 낸 것인지, 늙은 부모님을 나 홀로 모셔야 하는 것인지, 혹은, 그 애는 나를 안줏거리 삼아 씹으며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잘 살고 있는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공부가 될 턱이 없다. 일찌감치 책을 덮고 집에 돌아가기로 한다.

 카페 뒷문으로 나오면 차가 한 대 겨우 지나갈 만한 길 건너로 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펼쳐진다. 구불구불한 길을 이쪽저쪽으로 걷다 보면 깨진 시멘트 조각이 발에 채여 잘그락거리곤 한다. 그러다 한 번 더 차가 지나는 좁은 길을 건너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낡은 빌라가 보인다. 나는 삼원빌라 1001호에 산다.

 

 “이 건물에 1001호가 어딨어요?”


 택배 기사 열에 아홉이 건물을 앞에 두고 전화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척 보기에도 10층은커녕 5층이 채 안 되기 때문이다.


 “1001호가 반지층 1호예요.”


 몇 초 뒤 짧은 탄식과 함께 턱, 하고 상자 놓는 소리가 들린다.


 깜깜한 빌라 입구로 들어서 불을 켜고 계단을 반쯤 내려가자 역한 냄새가 났다. 계단실 창고에서는 일 년 반쯤 전부터 물이 역류한다. 그러면 물 썩은 냄새가 난다. 열 살 때쯤 키우던 올챙이가 죽었을 때 맡았던 냄새와 비슷하다.

 현관 문으로 들어가 오른쪽에 있는 미닫이문을 열면 내 방이다. 발코니와 연결된 유일한 방이지만 자꾸만 안을 들여다보는 뒷집 아저씨 때문에 노란 커튼을 달았다. 다음날 유리창 앞에 커다란 쓰레기봉투가 놓였다.

 

나름대로 잘 참아왔으나 오늘 같은 날 그 아이의 SNS를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법이다. 하등 좋을 게 없다는 걸 머리론 알면서도 손은 다르게 움직인다. 여전히 그 아이의 공간은 온통 화려하고 비싸고 좋은 것들로 가득하다. 내 이름을 써서 수십 번도 넘게 고쳤을 예쁜 얼굴이 진짜로 웃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애가 원하는 것을 나는 줄 수 없었음을 몇 번이고 확인하게 될 뿐이다.

 스크롤을 내리던 도중 협찬을 받아 작성된 글이 눈에 띄었다. 분명 수제맥주집이었다. 술을 마시는 사진도 있었다. 그 애는 아직 열아홉 살이다.

 무언가 뜨거운 것이 속에서 꿈틀거렸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지만 가장 큰 것은 분노였다. 자꾸만 끝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그 아이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걸 위한 재료는 충분했다. 그러다 그 아이는 가지고 있고 나는 갖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한다. 정확히는 그 아이의 부모가 가진 것이다.


 바람을 쐴 겸 거리로 나섰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괴성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남자가 골목에서 뛰쳐나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러다 어딘가 앉는다. 발을 동동 구른다. 그는 머리에 담요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자꾸만 그 담요로 머리를, 몸을 가렸다. 그가 차단하고 싶은 것이 외부의 소음인지 아니면 내면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는 벗겨진 신발을 바로 신으려 했으나 번번이 발이 미끄러졌다. 킬킬대는 높은 목소리는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했다.


 “왜, 대체 왜-”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는 소리쳤다.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불안한 눈동자만 좌우로 바쁘게 움직였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태연하게 담배를 마저 피웠고 행인들은 잠깐의 눈길뿐이었다. 아마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저 남자 또한 그저 보통의 사람이었음을. 시장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싸우던 엄마가 그렇듯, 동네가 떠나가라 밤낮 울부짖었던 내가 그렇듯, 세상에는 미친 사람이 존재한다기보다는 미치게 만드는 상황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 profile
    korean 2019.12.31 18:52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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