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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9 18:18

9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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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실

안 세 화

갑작스런 새벽의 통증으로 발을 떼수건처럼 비비며 견디다가, 아침에 병원으로 달려갔던 적이 었었다. 
가자 마자 들은 이야기는 신장염으로 당장 입원해야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무언가 또 비참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실 아픈건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더 아파서 몸도 아팠는지도 모른다. 최근 오랜 친구들의 배신아닌 배신에 나는 충격을 받아 1년간 속시끄러움으로 고생을 했었고, 각박한 현실 속에 자신감도 상실해갔다. 나만의 세계에서 마치 갖혀버린 상자처럼 헤메다가 내 자신의 가치의 주도권까지 남에게 쉽사리 넘겨주게 된 것이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은 최근 책을 보고 알았지만..

어쨌든, 나는 9인실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9인실 왠지 복잡하고 시끄러울 것 같은 그 기분.. 그리고 사람을 만나면 또 무슨일이 생길까 선뜻 겁부터 났었다. 그리고 들어가니 침대 사이에 커튼도 없었다. 이럴수가! 내가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그러나 큰 우려와는 달리 생각보다 더 좋은 점이 많았다.

입원하러 옷가지들을 정리하는데 내 건너편 침대에 있는 눈이 크고 이쁘신 여자분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디가 아파서 왔어요?"
"네..신장염때문에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 분도 나중에 들어보니 유방암으로 수술했다가, 지금은 용종이랑 기타 검사를 해야해서 계시다고 했는데 갑상선 수술을 한 나도 왠지 모를 동질감이 밀려왔다. 비록 9인실 분들에게 돌아가면서 약간 찜질기를 영업을 하시는거 같았지만 그것만은 아니고 어르신들도 잘 챙기시고 좋으신 분 같았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여러가지 압박감이 썰물처럼 밀려들어왔는데 병원에서는 일단 건강하라고만 하니 부담감이 덜어지고, 또 함께 아픈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건강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니 재미있었다. 그리고 퇴원할 때 쯤에는 어떤 분이 자신과 남편의 가정사까지 우리에게 털어놓으며 상담하시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끼마다 밥이 나와서 편리하고 좋았다. 혼자 설거지 안해도 되는구나 후하..

그리고 내 왼쪽에는 80이 넘으신 노부부가 함께 계셨다. 할머니가 신장과 폐렴때문에 입원해 계시는데 할아버지가 간호를 하시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파마머리에 동그란 눈 토끼같은 귀여운 얼굴을 가지고 계셨다. 몸도 동글동글하시고 아담하시고, 할아버지는 머리가 벗겨지셨지만 하얀머리와 얼굴이 인상적이셨다. 나는 링겔을 꼽고 밤에 누워있다가 두 부부의 대화소리를 들었다.

"아이구~이 사람이 들어가서 자라니까 왜 여기있어~"
"난 당신 옆에 있는데 좋아아"

할머니가 보호자인 할아버지를 걱정하자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걱정된다면서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말투에서 마치 꼬부랑할아버지가 떨면서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이런말씀이 실례인지 모르지만 귀여우셨다. 할머니도 약간 감기든 것 같은 막힌 목소리로 계속 할아버지에게 들어가라고 춥다고 하셨다. 두분이 투정같으면서도 정답게 서로를 챙겨주시는데 웃음이 나왔다. 할아버지의 멘트가 왠지 로맨틱하게 들려왔다. 나도 80세가 넘어서 남편하고 저렇게 알콩달콩 말싸움과 애정을 오가며 이야기하고 살고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집에서는 나 스스로 왜 존재하는 것일까, 혹은 어떻게 해야할까 전전긍긍함이 많았는데, 병실에와서 아픈사람들을 보니 측은지심이 생기기도 하고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행복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내가 초코파이를 나눠드리고 또 어떤 아주머니는 나에게 새벽에 샤워-9인실이라 화장실에서 씻을 때 좀 복잡했다-를 혼자 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시고, 서로 도와가면서 그렇게 있었더니 마음도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같이 티비를 보면서 아주머니들의 드라마 취향도 알 수 있었고 함께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고 그것만으로도 뭔가 식구가 된 기분?

그리고 어떤 보호자 아저씨께서는 내가 링겔을 꼽고있다고 다 먹은 식판도 밖에 내다놔주시고, 대상포진 걸린 아주머니께 나는 대상포진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위로도 해드리고 정말 소소하지만 뿌듯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거기 전라도에서 올라온 귀여운 간호사가 할머니들에게 구수하게 농담을 하는데 정말 다들 뒤집어졌었다.

"할메~나 힘들어 죽겠어~설날인디 고향도 못내려가고 워쪄~"

마침 설날이어서 퇴원하는 환자가 많았다. 할머니가 주사를 놓을 때나 다른 불만을 이야기할 때는 애교를 피우며

"할메~미워~! 할메랑 내 혈관이랑 바꿀까잉?"

하며 재치있는 대답을 했다. 나도 그 간호사처럼 저렇게 애교있거나 재치있는 입담을 가지고 주변을 행복하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간호사는 환자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대하는게 보였다는 것이다. 환자들에게 울음섞인 목소리로 본인이 오늘 힘들었다고 하소연하면 오히려 환자들이 위로하고, 환자들이 무언가 역할을 하게 해주는 치료도 되었을 것 같고, 할머니들과 잘 지내는 것을 보니 할머니가 있는 집에서 자람이 분명하리라. 나에게도 뭔가 정있게 이름을 불러주면서 잘해주기도 하고 혼내기도하고 뭔가 기억에 남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가 간호사들에게 수고한다고 과자를 건내주고, 또 링겔을 빼고 있었을 때는 할머니 식판도 내놔주고 방장아닌 방장이 되어 리모콘으로 채널 사수권도 획득하면서 느낀건 나도 아직은 사람들과 잘 섞여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병실에서 용기를 얻어서 나가면 정말 잘해야지 라는 생각도 들었고, 할머니나 다른 환자 분들이 건강히 퇴원하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엄마와 짐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주일 후에 어떤 할머니는 아직도 입원해 계신 것 같았지만....

사람에게 디어 사람과의 만남을 어렵게만 생각했던 내게 9인실의 환자 분들과 간호사분들은 나에게 용기를 주신 고마운 분들이었다. 기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봉사의 마음으로 뭔가를 할 수 있구나 하고.. 나는 몸도 치유받았지만, 마음도 치유받은 것이다.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나도 할 수 있구나 라는 확신으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일상이지만 가끔 그분들 생각이 나면 보고싶기도 하다. 퇴원하면서 내 옆으로 새로오신 작고 이쁜 아주머니는 무릎치료 잘 받고 돌아가셨는지..손녀처럼 생각한다는 내 왼쪽자리 할머니는 건강해지셨는지, 아픈 가정사를 이야기하면서도 밝은 미소로 계셨던 미소가 이쁘게 생기신 아주머니는 지금쯤 가족들과 잘 지내고 계신지 문득 생각나는 저녁이다.

성명 : 안세화
이메일주소 : goust2000@hanmail.net
연락처 : 010-5032-7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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