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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물


20139월경 나는 군대에 있었다. 5주 간의 훈련을 마치고 특기 교육을 위해 전라남도의 기계화 학교에 갔었던 때이다. 어느 날 아침, 몇 일전 고된 기합을 받아 얼얼한 팔을 부여잡고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한 병사가 나를 불렀다. 빨리 당직실로 내려오라는 것이다. 나는 그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군대 특성상 아침 조례 이전에는 따로 행동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나는 훈련병입장으로 거기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문득 내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거를 되짚어보며 나의 잘못을 찾으려 애쓰며 계단을 내려갔다. 당직실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당시 하사였던 부사관은 나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표정은 나를 혼내려고 부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얼굴가죽 뒤에 숨어있는 불길한 느낌과 방안을 둥둥 떠다니는 미묘한 감정들에게서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었다. 다만 최악의 경우만 아니길 바랄뿐이었다.

나의 바램을 내쳐버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최악은 아니었지만 최악이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애초에 군대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될지, 무슨 생각을 해야 될지,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그는 23일의 휴가가 주어진다고 말하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나에게 주었다. 나는 어느새 어색해져버린 휴대전화를 받아들고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어머니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울컥했지만 티내지 않으려고 몹시 애썼다.

휴가를 준비하는 동안 마지막으로 봤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집안의 장남인 나에게 항상 많은 용돈을 주시던 할아버지, 건강해보이셨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던 나는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5시간 동안 창밖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사회는 이상할 만큼 기분이 좋았다.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됐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사회의 공기는 비염 걸린 코를 뚫고 뇌 속을 아찔하게 했다. 해방감과 죄책감이 뒤엉켜 싸웠지만 나는 애써 모른척했다. 상황이 어찌되었던 다시 올지 모를 자유를 최대한 누리고 싶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군복을 입어 어색하게 느껴지는 발걸음을 이끌고 안에 들어섰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슬픔 가득한 눈으로 반갑게 맞아주셨다. 울음바다가 되어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는 달리 장례식장안은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꾹꾹 눌려대며 3일간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매우 무거웠다. 비록 장례식이었지만 나에게는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할아버지 댁으로 갈 수 없는 내 자신을 원망하며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을 바라보며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조카들에게 용돈을 주며 함박 웃으시던 모습, 우리가 온다는 말에 씻으시다가 크게 다치셨던 때 등등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 쳤다. 그 사랑들을 느끼지 못하고 되돌려 주지 못한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시간이 원망스러웠다.

그 때 푸르른 하늘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 휴가가 군 생활에 힘들어 하는 나에게 주는 마지막 사랑이자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인생의 만루 홈런

나는 야구를 즐겨본다. 야구는 수많은 복잡한 룰로 이루어져 있어 어렵다면 몹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그런 스포츠이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빠져들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보면 볼수록 이 수많은 불확실성과 가능성이 꽉꽉 들어찬 야구가 우리의 인생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앞날을 알지 못한다. 내가 오늘 놀았던 하루가 미래를 옥죄여 올지도 모르고 오늘 피웠던 담배가 농약이 되어 후손들을 위협할지 모른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지금 건드린 이 공이 안타가 될지도, 병살타가 되어 패배의 결정적인 공헌을 하게 될지도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타자는 타석에 들어서고 계속해서 휘두른다. 어제 병살타를 쳤다면 오늘은 홈런을 칠 수도 있는 스포츠, 그게 바로 야구다.

나는 실패를 두려워했다. 공대생이 갑자기 작가라니. 그게 가능할 수 있을까? 나는 두려웠기 때문에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항상 삼진을 당했다. 지금까지 인생의 2군에서 그저 그렇게 살아왔다.

우리의 인생은 야구다. 내가 친 공이 뭐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10년간의 무명 생활 끝에 미국 최고의 선수가 된 랜디 존슨처럼 굴곡 가득한 인생에 거대한 언덕길이 찾아올 때가 언제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우리는 찾아올 언덕길을 누구보다 높게 하기 위해서 배우고 또 배우며 끊임없이 흙을 쌓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군가 쏘아 올린 극적인 동점 홈런을 보며 끝까지 알 수 없는 이런 면이 야구의 참 재미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친 공이 항상 홈런이 되어 관중석에 꽂힌다면, 우리의 인생이 하늘위의 평지라면, 그 공허한 평지를 걸으며 무기력해 질 것이다. 내 앞을 가로막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화구들에, 묵직한 직구들에 끝없이 좌절하다 마침내 쏘아올린 홈런 한방이 우리의 인생을 빛낸다.

나는 이글을 보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불확실함을 즐기라고. 지금 쓰는 이글이 삼진을 당해 쓰레기통에 버려질지 모르지만 나는 도전한다. 두려움에 휘두르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삼진을 당하고 어쩌다 찾아올 행운이 홈런이 아닌 볼넷이 되어버릴 것이다.

끊임없이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내 인생에 만루 홈런이 찾아오길, 이글을 보는 누군가의 인생이 만루 홈런이 깃들기를.



이름 : 이승준

전화번호 : 010-3020-7651

메일 : pdu991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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