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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0 22:07

2-3의 추억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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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의 추억


나는 통학생이다. 매일 아침 허겁지겁 지하철에 오른다. 보통 수업시간에 겨우 맞춰오는데 지하철이 조금이라도 연착되는 날이면 초조해진다. 이런 날이면 나는 2-3 플랫폼으로 간다. 우리 대학과 가장 가까운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는 20여분동안 나는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다. 딱히 뭘 하는 건 아니지만 내 손과 눈은 항상 바쁘다. 고개를 푹 숙이고 핸드폰에만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학교에 도착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다. 학교에 가는 20분 동안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쳐다봤다. 제각기 뭔가 바쁜 일을 하는 듯 했다. 젊은 사람들은 주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다. 간혹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도 보였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자기 일에 집중했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이 바뀌어도 관심이 없다. 나도 내 옆자리에 누가 앉았는지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냥 스쳐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주위사람들을 둘러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재밌었다. 그 이후로도 가끔씩 사람들을 관찰한다. 매일 아침 학교로 향하는 2-3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내가 스마트폰을 할 때는 보지 못했던 광경들이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눈앞에서 펼쳐진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행복한 노부부의 모습, 꾸벅꾸벅 졸다가 깜짝 놀라서 깨는 사람들까지… 보고 있으면 혼자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분은 매일 아침 지하철 안에 있는 쓰레기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다. 혼잡한 사람들 틈에서 묵묵히 일을 하시는 아주머니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른 아침인데도 피곤한 기색 없이 조는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쓰레기를 주우셨다. 지하철 안에는 당연히 쓰레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내가 바닥을 보지 않았기에 하는 말이다. 아주머니의 발을 따라 눈으로 바닥을 살펴보니 듬성듬성 바닥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거나 등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하철로 출근하실 아주머니의 모습이 그려졌고 왠지 모를 웃음이 났다.
며칠 전, 어김없이 지하철 안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학교에 가는 중이었다. 내가 지하철 안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 좋은 데라도 가시는지 할머니의 옷차림은 화사했고, 할아버지 또한 멋있게 차려 입고 계셨다. 두 분은 서로의 손을 꽉 잡고 내릴 때까지 놓지 않으셨다. 할아버지의 표정에서 할머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할아버지와 같은 표정이었을 것이다. 행복한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나도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구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도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부터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지하철 밖에 가만히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이 돈을 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고, 직접 지하철을 타서 자신의 사연을 말하며 구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제각기 가슴 아픈 사연이 있겠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모두 도와 줄 수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내가 내리는 역 앞에는 다리가 없으신 분이 누워계신다. 한겨울에도 항상 역 앞에 누워 기절한 듯이 주무시고 계시는데, 너무 추워서 혹시 잘못되지는 않으실까 걱정이 된다. 너무 마음이 아픈 날이면 가끔 돈을 두고 간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내 걱정하는 마음이 그분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학교로 가는 짧은 20여분동안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지하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지하철은 오늘도 각자의 삶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싣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는 오늘도 사람들을 관찰 하며 2-3속에서 나만의 추억거리를 만들어낸다.


축구, 설렘의 시작


축구를, 특히 K리그를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게 이런 반응을 보인다. ‘내 주위에 축구를 직접 보러가는 여자는 네가 처음이다,’ ‘너는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어.’ ‘k리그는 재미없어.’ 등등 썩 기분 좋은 말들은 아니다. 나는 K리그를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FC서울이라는 팀의 팬이다. 서울에 살지 않아서 매주 경기를 보러가지는 못하지만 한 달에 2-3번은 꼭 경기를 보러 간다. 처음에는 이정도 까지 팬은 아니었다. 그냥 다른 사람 보는 만큼 국가대표 경기나 월드컵 경기를 챙겨보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축구를 좋아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다. 주위를 둘러보면 논과 밭이 보였고, 경운기가 도로를 지나다녔다. 여름만 되면 소똥냄새가 진동하는 그런 전형적인 시골 학교를 나온 나는 축구는 물론,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새롭게 반 배정을 받고 교실에 앉아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문을 열고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나는 첫 눈에 그 선생님에게 반했다. 귀여운 외모에 털털한 성격을 가진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서울에서 오신 걸 티라도 내듯 피부가 희고 고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와 너무 다른 모습이 신기했던 것 같다. 나는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 했고, 우리학교에 내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교무실만 가면 나를 놀리는 선생님들이 계셨고, 그 선생님도 유독 나를 챙겨 주셨다. 그렇게 학교 다니는 게 좋았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선생님이 맡고 있는 과목을 엄청 열심히 공부했다. 그때는 정말 공부하는 것도 즐거웠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다니다 보니 금방 한학기가 끝나버렸다. 나는 방학이 싫었다. 선생님은 서울로 돌아갈 것이고, 그게 너무 아쉬웠다.
우연히 선생님이 FC서울 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서울로 놀러오라고, 같이 축구도 보고 밥도 사주신다고 했다. 나는 방학이 되자마자 친구들과 서울로 갔다. 물어물어 경기장에 찾아갔고 선생님을 만났다. 그게 내 인생의 첫 번째 축구 관람이었다. 처음에는 90분을 가만히 앉아있는 게 힘들고 지루할 것 같았다. 하지만 왁자지껄한 축구장의 분위기에 금방 적응했고, 정말 재밌었다. 사람들과 같이 응원하기도 하고 때로는 욕하기도 하면서 경기장의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즐거웠던 시간이 지나고 방학이 끝났다. 나는 다시 선생님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개학 첫 날, 내 희망은 무너졌다.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이제 학교를 못 나오신다고 했다. 다른 선생님들은 나에게 왜 선생님이 그만두셨는지 물을 정도로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몇몇 선생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이후로 급격히 우울해졌다. 공부는 손에서 놓은 지 오래였고, 모든 것에 의욕을 잃었다. 그러다 문득 선생님을 보려면 경기장을 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넓고 넓은 경기장에서 선생님을 만날 확률은 거의 없었지만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경기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선생님을 보러가는 게 목적이었지만 선생님은 점점 잊혀져갔다. 축구를 보는 것이 즐거워서 경기장에 가게 되었다. 좋아하는 축구선수도 생기고, 유니폼도 사고 선수들도 만나러 다니면서 축구에 대한 사랑을 더 키워나갔다. 그렇게 축구를 보며 시간을 보내던 중, 정말 우연히 선생님을 만났다. 나는 선생님을 보았지만 선생님은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얼른 뒤로 숨었다. 선생님 옆에는 여자 친구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창피했고 아는 척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이후로 선생님을 다시 본 적은 없다. 가끔 안부를 묻기는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처음에는 선생님을 만나러 경기장에 갔지만, 지금은 경기장에 가고 싶어도 선생님을 만날까봐 조금은 두렵다. 그래도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 간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당당히 K리그 팬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축구를 좋아하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 같이 축구를 보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까지 나는 계속 축구를 사랑하고 응원할 것이다.



이름: 이미혜

이메일: dlalgpa@naver.com

전화번호: 010-6644-9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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