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와 키스
어디에선가 타코를 잘-나이스하게- 먹는 팁을 본 기억이 있다. 키스를 하듯 고개는 45˚정도로 기울이고 타코는 위에서 아랫방향으로 집어 든다. 입은 작게도 크게도 아닌 적당한 크기로 벌리고 살포시 베어 물면 내용물-토핑들-을 흘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걸 보고 나는 ‘그렇다면 키스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타코도 나이스하게 먹을까?’하고 문득 궁금해 했었다.
그로부터 한참 뒤 어느 날 플레이보이 기질이 다분한 내 친구 Z와 타코벨에 간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타코를 기가 막힌 기술로 나이스하게 먹는 것이 아닌가. 이로써 ‘키스를 잘하면 타코도 잘 먹는다.’라는 내 머릿속의 명제가 끌끔하게 정리되었다. ‘역시 그랬군.’이라고 나의 가설이 비공식 타코학계에 정설로써 인정되어지는 순간에 도취되어 있던 찰나, 또 한 가지의 새삼스런 의문이 떠올랐다.
‘나는 어째서 키스는 잘 하지 못하는데 타코는 나이스하게 잘 먹을까?’
혼자서 고민하다 마침내 내려진 결론.
-키스를 많이 하다보면 키스를 잘하게 된다. 그리고 타코도 나이스하게 먹게 된다.
-타코를 좋아해서 많이 먹다보면 타코를 나이스하게 먹게 된다. 그러나 키스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타코도 키스도 좋아한다. 그런데 타코만 많이 먹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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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와 당근케이크
나는 양파를 좋아한다. 직접 먹는 것도 좋아하고 양파껍질을 까며 요리를 시작하는 것도 좋아한다. 쉽게 껍질을 벗겨 내려고 흐르는 물속에서 껍질을 한 꺼풀씩 벗겨낼 때면 더더욱 그런 생각에 심취된다. 이러한 과정이 재밌고 마음이 즐거워져 나는 꽤나 자주 양파를 이용해 요리를 한다. 신기하게도 눈물은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거리낌 없이 양파를 잘 집어 드는걸 수도.
당근은 향이 좋은 채소다. 당근의 향을 싫어하는 다수의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있어, 피망과 더불어 편식 채소의 대명사이긴 하지만. 나는 이 향이 왠지 건강해지는 신비의 향기 같아서 즐길 수 있다. 때문에 당근케이크도 곧잘 먹는다. 당근케이크를 먹으며 건강을 느끼고 양파를 썰며 울지 않는 까닭은 뭔가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당근은 눈에 좋은 채소라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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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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