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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그곳에 보낸 5개월 나는 꿈을 꾼 것 같다.

 



2019219일 카리브에 있는 나라 '아이티'로 해외 봉사활동을 떠났다. 아이티는 2010년 대지진으로 인해 3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세계 최대 빈곤 국가 중 하나다. 스물여덟 적지 않은 나이에 1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달갑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슨 봉사활동을 가냐” “하필이면 위험하고 못 사는 나라로 가냐” “봉사시간이 필요하냐등의 말들을 뱉어 냈다.

 

사실 나는 지극히 개인주의로서 내 이익만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공부도 일도 인간관계도 나의 이익에 반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없지만 행복할 수 있는 조건들을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경유하여 서른 시간 넘게 걸려 도착했던 아이티라는 나라는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상상외로 너무나 비참했다. 수도 포르트프랭스(Port-au-Prince)에 위치한 공항에서 짐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공항 내부를 살펴보았다. 에어컨은 있었지만 작동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낡은 벽과 여기저기 보이는 거미줄 어두운 실내 속에서 내 짐을 옮겨 주겠다며 건장한 흑인 청년들이 큰 눈을 깜빡 거리며 다가왔다.

 

마음속으로 이 사람들 정말 친절하다생각하며 짐을 그들에게 맡기고 내가 지내야 할 숙소로 가기 위해 현지인 가이드분을 찾고 있었다. 조금만 걸어 나가자 문 앞에 가이드분이 나를 알아보시고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봉주르!"

 

아이티는 중남미 대륙에 위치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가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미리 프랑스 언어 책을 구매해 공부를 했기 때문에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차량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 멀지 않은 주차장에서 내가 탈 차에 짐을 싣고 출발하려는 순간 나를 도와준 그 청년들은 높은 언성으로 막 뭐라고 해대기 시작했다. 그때는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그날 그들은 나에게 짐을 옮겨줬으니 돈을 요구하며 이런 못된 중국인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선한 마음에 나를 도와준 것이 아니라 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 이였다. 그리하여 그 자리에서 나는 40불을 억지로 주고 왔다.

 

수도에서 5시간 정도 걸려 지방 레카이(Les Cayes),라는 곳에 도착을 했다. 내가 1년간 지내야 할 동네였기에 차에서 이동하며 유심히 지켜봤다. 비포장된 도로에서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흙 먼지와 거리 곳곳에서 타고 있는 쓰레기 더미들 아니 쓰레기 산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숙소는 깔끔했다. 하지만 전기가 없었고, 물도 없었다. 이곳은 어디일까? 어떻게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혼자 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큰 키에 아주 큰 눈을 가진 학생이 커다란 양동이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서툰 영어 실력으로 나에게 너를 위해 준비했어 먼 길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씻고 조금 쉬어말하며 그 양동이를 나에게 건넸다.

 

사실 열악한 환경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갔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지낼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이티에서의 생활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가끔씩 전기가 들어오면 챙겨갔던 보조배터리를 충전했다. 그리고 배터리에 작은 플래시를 연결해 밤에 불을 켜고 씻고, 공부하고, 밥을 먹을 때 사용했다. 나는 아이티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한글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첫날 진행되었던 태권도 아카데미에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려들어 난감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너무나 가난해서 학교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 이곳 학생들을 보며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 새삼스레 감사하게 여겨졌다. 버튼만 누르면 불이 켜지고 수도꼭지를 돌리면 물이 콸콸 나오는 우리 집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곳 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재능, 물건 등 모두를 주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태권도 아카데미는 정말 인기가 많아서 학생 클래스와 성인들의 클래스로 나누어 하루 두 번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며 매일 아침 8시면 내가 거주하는 주택의 대문을 두드리며

 

마스터 킴! 태권도를 가르쳐주세요!”하고 소리쳤다. 사실 너무 덥고, 피곤하고 잘 먹지 못했기에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지만 적게는 5살 많게는 60살이 넘는 분들이 나를 찾아올 때 나는 감사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운영하던 아카데미에 첫날 나에게 커다란 양동이의 물을 건네준 친구도 있었는데 그 학생의 이름 쥐드(Jude)다. 나이는 열일곱 살이었고 아버지는 2010년 지진 때 돌아가시고 병에 걸리신 어머니와 산다고 했다. 집은 너무나 가난해서 학교는 다니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 학생과 부족한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제법 가까워졌다.

 

쥐드는 나에게 태권도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꿈이라는 건 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냈지만 태권도를 하며 본인도 누군가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리하여 나는 태권도 팀을 만들게 되었고 아카데미에 참석하는 사람 중에 태권도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성실한 사람들 스무 명을 뽑았다.

우리는 매일 아침 9시부터 모이기 시작했고 팀이라는 것에 대단한 소속감을 느끼면 가까워졌다. 

 

아이티에 오기전 한국에서 태권도장을 찾아다니며 해외봉사활동에 사용할 도복을 후원받았었는데 비록 누군가 입었던 것이었지만 이곳에서는 너무나 귀하고 멋진 도복이 되어주었다. 이 도복을 태권도 팀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우리는 전문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악과 태권도를 하는 태권무를 가르쳤고, 태극 1장부터 8장까지 가르쳤다. 그러다가 우연히 우리가 거주하는 레카이시에서 태권도 겨루기 대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도전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여 우리는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매일 8시간을 훈련했다. 잘 먹지 못하고, 잘 입지 못하고 때로는 맨발로 러닝을 하기도 했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참 감사하고 행복했다. 부족함이 또 어려움이 학생들의 열정과 희망을 꺾지 못하는 것 보았기 때문이다.

 

하늘이 감동을 했던 걸까 7개의 팀이 참가했고 200여 명의 선수들이 각자의 체급에서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우리 팀에서는 쥐드를 포함하여 세 명의 학생이 출전했는데 이 날 나는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기적을 믿기로 했다. 쥐드는 53kg 급에서 챔피언을 했고 60kg급으로 나간 학생도 챔피언을 했다.

 

쥐드에 목에 금메달이 걸려졌을 때 쥐드가 울면서 나를 껴안고는 이렇게 말했다.

 

마스터.. 정말 고마워 내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 거야 나 정말 태권도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그렇게 한참을 엉엉 소리 내며 울었다.

 

아이티에서 5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나는 행복의 기준을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의 이익만을 쫓아 살아왔고, 돈이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주려고 갔다가 오히려 받기만 한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했다.

 

물이 없어서 나도 물을 기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왕복 30분이 걸리는 그 거리를 커다란 양동이의 가느다란 철사 손잡이를 잡고 옮겨야 했다. 무겁고 정말 아팠다. 그렇게 힘들게 길러온 물을 쥐드는 나를 처음 본 그날 나에게 건네주었던 것이었다.


태권도팀은 레카이시에서는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태권도 종주죽인 한국에서 온 태권도 사범이 운영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일 뿐이였는데 그곳 사람들을 나를 존중해주었고 가난하지만 그들이 가진 망고, 옥수수등을 내게 건네주며 참된 행복을 맛보게 해주었다. 태권도팀은 레카이시에서 열렸던 영어말하기 대회 행사에 초대되어 '태권무'공연을 하기도 했고, 길거리에서 후원 행사를 열어 많은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을 알리고 태권도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태권도를 통해서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너무 행복했다.

    

개인 사정으로 5개월 만에 한국에 입국을 했다. 아이티에서 있었던 꿈같은 일을 각종 sns에 업로드하고는 했었는데 청소년 교양잡지 투모로우에 기재가 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소식을 경기도 태권도 협회장인 김경덕 회장님이 보게 되었고 나와의 면담을 요청하셨다. 아이티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ppt로 만들어 회장님 앞에서 발표를 했다.

 

회장님은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 들으시고는 아이티에 태권도 도복과 용품을 후원해 주시기로 했다. 그리고 더욱더 기쁜 소식은 쥐드가 한국에 와서 태권도를 배우는 것까지 검토해주신다는 것이었다.

 

5개월이라는 시간이 내 삶에서는 정말 가치 있고 행복한 시간이다. 나는 아이티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현재 기부, 나눔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데 요즘의 나는 내가 느낄 때도 어색하다. 지극히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였던 내가 누군가에게 금전적으로 또 물품으로 후원을 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부족하고 모자란 나를 통해 학생들이 꿈을 갖게 되고 또 마음에 희망과 소망이 그들의 삶을 바꾸는 것을 보면서 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어렵고 열악한 그곳에서 땀 흘리며 태권도를 하며 꿈을 준비하는 그 학생들을 생각하며 나는 내가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성명: 김성재 이메일: 6671105@naver.com 연락처: 010-3129-9872





  • profile
    korean 2019.12.31 17:27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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