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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3 15:56

[epilogue] 2편

조회 수 16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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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곧 입대해" 내가 2016년 1월 부터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잔소리 거부와 더불어 용돈까지 얻을 수 있는 마법의 문장.

대학교에 입학해 1학년을 술에 절어 지내던 나는 이제 곧 입대를 앞 둔 철없는 녀석이 되어 있었다.

"저 녀석 군대갔다오면 사람 되겠지" 하며 부모님은 일말의 희망과 걱정을 안고 계셨을 것이다.


1학년 때 통학으로 왕복 3시간을 학교로 출퇴근하던 나는 피곤함을 핑계로 학점을 보기 좋게 날려먹었다.

실상은 친구의 자췻방에서 술에 절어 지낸 것. 그것이 진짜 이유 였다.

그리곤 남들보다 빨리 군대를 가기위해, 성적표가 집으로 날아오기 전에 지원서를 내고 신체검사를 받게 되었다.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지독한 불치병에 걸렸을 것이라고 "설마" 하며 4등급, 즉 공익으로 빠지길 기도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남들보다 큰 키, 건장한 체격은 나의 신체적 결함을 모두 포용할 정도로 뛰어났던 것이었다. 

보기 좋게 신체검사에서 2등급을 따게 된 나는 당당한 현역 병사로 입대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2월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1월이 다가오자 내 가슴은 답답하고 말 못 할 만큼 숨이 턱 막혀오기 시작했다.

입영통지서가 날아오고 병무청 카카오톡에서 입영날짜와 시간을 보내왔다. 그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군대에 가는구나" "갔는데 전쟁 일어나면 어떡하지?" 등 말도 안되는 망상들로 내 머릿속이 잠식될 쯤 

머리를 흔들어 떨쳐낸다.

이제는 정말 가야한다. 형이 군대에 가 있을 때 놀렸던 내가 너무 한심했다. 내게 다가올 미래를 생각지도 못한 채.

형은 그 당시 얼마나 내가 가여워 보였을까. 내가 놀릴 때 마다 웃어주던 형의 그 웃음의 의미를 이제서야 깨닫는다.


시간이 흘러 입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젠 정말 노는게 노는게 아니다.

적당한 두려움이 반복적으로 내 몸뚱이를 움직이고 있을 뿐. 정신은 반쯤 나간게 분명했다.

다른 내 또래 사람들은 입대할 때 여자친구랑 함께 가곤 하던데. 난 지난 1년간 무엇을 하며 지내왔던 것인가.

대학에 입학하면 꽃 같은 로맨스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현실은 꼭 나같은 멍청이들과 브로맨스 밖에 없었다.


갑갑한 마음에 연락처를 뒤져본다. 연락처는 총 163개. 내 인간관계의 치부를 여실히 보여주는 숫자.

하나하나 밑으로 내려가며 익숙한 이름을 찾는다. 그 와중에도 내 기억에 없는 이름을 단호하게 지워 낸다.

정리를 마치고 난 연락처는 총 101개. 세자리 숫자에 감사할 따름이다. 

다시 한번 연락처를 찬찬히 내려 본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얼굴과 저장된 이름을 연결 시킨다. 

"어...?" 하고 머릿속에 얼굴이 떠오를 때. "얘 번호가 아직까지 내 연락처에 있었네?" 생각한다.


중학교 나의 첫 여자친구 번호였다. 그 때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사랑이 뭔지도 모를 나이.

그냥 "어 예쁘다", "어 잘생겼다" 를 기반으로한 1차원적 연애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런 연애를 하면서도 

우린 자주 다퉜었다. 아니, 다투기보다는 서로에게 심술을 냈었다. 대체 왜? 무슨 이유로?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시시콜콜한 이유. 

"왜 하트 안보냈어?" 또는 일어나서 먼저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 대부분이 이런 유치하고 사소한 이유였다.

원래 연인끼리의 다툼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위의 이유는 사소한 것의 범주에도 들어갈 수 없는 미성숙한 이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들은 정말 귀여웠었다. 서로에게 펜으로 찍찍 그어진 표시가 있는 손편지도 주고 받았고,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 각종 기념일들을 챙기면서 어리숙한 연애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 연애가 끝난이유도 지금 생각하면 엄청나게 귀여웠는데, 그 아이의 생일날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나는 그 당시 전화를 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바일게임을 다운받느라 다 써버린 상태였고, 곧 이별을 통보받았다. 

결국은 그 이유로 우리의 유치했던 연애는 끝이 났다.


여튼 반쯤 미쳐있던 나는 그 아이에게 다짜고짜 메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오랜만이야, 나 일주일뒤에 군대가는데 우리 한번 만나서 술이나 한잔 하자. 얼굴도 볼 겸" 

물론 답장을 받길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 아이의 요즘이 궁금했기 때문에, 또 입대를 위로 받고싶은 마음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그리고 나는 평소대로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시간을 녹이고 밤 늦게 집에 도착했다.

부재중 통화가 한통 와 있었다. 그 아이였다.

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 ......" "여보세요?" 


"어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아니 다름이 아니고 내가 다음주에 군대가거든."

"그래서 그 전에 얼굴도 좀 보고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고... 나 위로좀 해주라" 

멋쩍은 웃음을 흘린다.


청량했던 그 애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웃음소리.


"그래. 그러자 그럼 이번주 토요일에 우리동네로 와. 나도 너 잘살고 있나 얼굴 좀 보자"


"그럼 시간은 카톡으로 정하자. 내가 연락 줄게"


"응, 그럼 그때 봐"


어린날의 유치한 이별이였기에 서로 불편한 기색은 없는 듯 했다. 나로써는 정말 잘 된 일이였다.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지나 토요일 오후가 되고 나는 그 동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날이 아주 추웠다.

겨울의 칼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나는 외투의 옷깃을 여몄다.


약속장소에는 그 아이가 외투 주머니에 손을 꼽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어 많이 기다렸어? 미안...빨리 온다고 왔는데..."


"아냐아냐, 춥다 얼른 안에 들어가자"


우리는 근처의 투다리로 향했다. 확실히 술집 내부는 아늑하고 따뜻했으며 손님은 우리 밖에 없었다.

밖에서 벌벌 떨었던 우리는 난로가 가까운 테이블에 가 앉았다. 따뜻한 어묵탕, 김치우동 그리고 소주를 시키고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


"너는 아직도 그대로네. 몇년이나 지났지? 한 6년? 정도 지났지? 이렇게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다 진짜"


"그러게. 너도 아직 그대론데, 시간만 지나고 우리는 그대론가 보다... 그지?"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말부터 시작하여 술잔이 오고 가며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고등학교 이야기부터 대학교 전공 이야기, 서로 알던 친구들 이야기, 요즘 근황 이야기까지.

소주를 두 병 정도 비워냈을 때쯤 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그 때 왜 헤어졌을까? 나는 그때 정말 너 좋아했는데. 너는 나 안좋아했어? 

어떻게 헤어지자니까 잡지도 않아?"

그 애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너 정말 좋아했어. 연애라 하기 뭐하지만 첫 연애가 너였고. 

너를 너무 좋아해서, 너가 헤어지자고 한거에 아무말도 못했던 거였어. 그냥 우리 둘 다 너무 어렸었던 거야."


내 말을 듣고 그 애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었던 거야" 라는 말이 모든 궁금증을 상쇄시킨다.


"이제 가자. 오늘은 내가 불러낸 거니까 내가 살게."


그렇게 술집을 나왔다. 외투를 끝까지 잠군 채 입을 감쌌다. 함께 걸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 애의 집앞으로 데려다 주었다.


"군대, 잘 갔다 오구. 다음에 또 보자. 휴가 때 연락해"


"응 고마워 오늘 재밌었어. 다음에 보자"


그렇게 뒤 돌아 걸어가려던 찰나, 그 애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

뭐라고 중얼거리는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나는 다시 뒤돌아 그 애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약속한 듯 이어지는 가벼운 입맞춤.


그 후에 울먹인다는 느낌을 받은 한마디.

"고생해 다음에 보자!"

라고 말하고 그 애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 애를 그렇게 보낸 뒤 집으로 걸어오며 생각했다.


뭐라고 속삭였던걸까.

왜 울먹였을까.


본능적으로 그 애를 만나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의 바람은 훨씬 더 차가웠고 쓰라렸다. 분명 내 어린날의 추억을 만나고 오는 길인데. 


그 애가 차지하고 있던 추억 한 공간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


최건
nil0227@naver.com
010-8976-4825
  • profile
    korean 2019.12.31 18:04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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