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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 외 선 - 


아주 어릴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처음 타본 기차가 있었다.

교외선

지금의 지하철 2호선이 서울 시내를 한바퀴 도는 것처럼 서울 외곽을 한 바퀴 빙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교외선. 정확히는 경의선 교외선 경원선 경부선 구간을 조금씩 엮어 순환시키는, 서부역에서 신촌 수색 의정부 등을 거쳐서 성북 청량리 용산을 지나 다시 서부역으로.... 중간에 내려서 구경하다 다음 열차를 타고 돌아와도 되고 그냥 계속 앉아서 창밖만 내다보아도 좋았다.

언제부턴가 운행이 부분적으로 끊기고 일부구간만 관광용으로 운행하다가, 지금은 그나마도 멈춘 상태인가 보다. 물론 있어도 그시절 그 느낌은 아니리라. 한때는 비둘기열차 통일열차가 있었고 무궁화열차가 가장 좋았었는데 새마을열차가 나오면서 한단계 밀려내려갔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비둘기는 고사하고 통일호조차 없는 세상이니.....

버려진 교외선의 버려진 폐역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제일먼저 벽제역을 찾았다. 버려진 폐역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공사조차 하다 만 듯 자재들만 뒹굴고 잡초만 무성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나면 저 흔적마저 사라질테지만.....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장흥역. 그나마 이곳 장흥역은 벽제역보다는 조금 덜 썰렁하다. 장흥역을 보존해서가 아니라 원래 이곳이 유원지로 발달을 해서 행락객들이 많은 탓이리라. 벽제역은 그냥 도로변에 버려진 것이지만..... 지금도 이곳은 '장흥국민관광단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운다. 야외조각공원을 필두로 하여 많은 볼거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은 옛말이 되었다. 지금의 장흥은 관광단지가 아닌, 그냥 향락단지일 뿐이다. 수많은 음식점과 술집,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텔들..... 그나마도 이제는 예전같지 않아서 문 닫은 곳도 드문드문 보인다.

장흥역 앞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실제 옛모습이 아닌 보여주고 장사하기 위해 만들어낸 옛모습이다. 그래서 모양은 있는데 색깔은 없다. 말은 있는데 이야기는 없다.

둘러보고 있는데 역사 의자에 앉아 쉬고계시던 아저씨 한분이 내가 들고있는 카메라를 힐끔 보시더니 저쪽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터널이 나와요. 사진찍는 사람들 거기 많이들 가서 찍어요~” 하신다. 감사한 마음에 인사를 건네고 철로를 따라 걸어본다. 일영터널. 그 아저씨가 알고 추천할 정도면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갔을까? 나도 그중의 하나가 되었다. 장흥역 앞의 옛스럽지않은 옛간판이 된 듯한 느낌.....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백마역이다. 교외선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내 발걸음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백마는 교외선이 아니고 경의선이지만 어차피 교외선이 근처의 몇몇 철도를 조각조각 끊어 이어서 만든 것이니 만큼, 그리고 추억의 조각들을 찾아나선 길이니 만큼 그 여정에서 크게 벗어남은 아닐것이리라.

오래전 신촌역에서 털털거리는 경의선 비둘기호를 타고 정신없이 수다를 떨다 보면 백마라는 곳에 도착을 했다. 물방개 헤엄치는 야바위꾼 자전거를 구경하며 허허벌판을 흙먼지 풀풀 날리며 잠시 걷다보면 카페촌이 나왔다. 화사랑, 썩은 사과, 고장난 시계..... 이름도 특이하게 멋스러운 카페 또는 학사주점들. 당시 표현으로 '젊음의 해방구'라고도 했었다.

지금은 그때 당시의 백마역은 흔적도 없고, 새로이 건설된 경의선 전철역인 백마역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고다. 그리고 그시절의 카페촌과는 조금 다른 위치에 애니골이라고 하는 카페촌의 탈을 쓴 먹거리촌이 형성되어 있다. 거기에 옛날의 낡은 훈장처럼 버티고 있는 화사랑은 옛날의 화사랑이 다른 곳으로 이사갔다가 다른 위치로 돌아와 자리한 것이고, 숲속의 섬은 썩은 사과가 바뀐것이라 한다. 어차피 모든것이 그대로여도 감성은 이미 그대로가 아니겠지만 말이다.

주변에는 크고 화려하고 비싼 음식점들 투성이. 이곳에서 더이상 옛날의 백마카페촌의 감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 그냥 가끔 어른들 뫼시고 외식할 때 따로이 마땅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냥 와보는 곳이 되었다.

옛것을 고집하고 옛것이 사라져가는 것을 아쉬워하면 나이가 든 증거라고도 했다. 우리 세대가 사라져가듯 나 자신도 잊혀져가는 느낌이 들어서인가보다. 보존하는 것만이 답은 아닐지라도, 바꾸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리라. 더러는 익숙함이 좋을 때가 있고, 또 가끔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보기 좋을 때도 있을 것이다. 사라지기 싫어서 잊혀지기 싫어서 힙합과 랩의 홍수속에서 7080을 부르짖고 있는 안타까움이다.

    






           - 요강의 추억 -  

 

요즘은 사라져 볼 수 없는 물건들 중에 요강이라는 것이 있다.

요강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명사] 방에 두고 오줌을 누는 그릇. 놋쇠나 양은, 사기 따위로 작은 단지처럼 만든다. 한자를 빌려 溺罁/溺釭/溺江으로 적기도 한다.” 라고 나와있다. 요즘은 좀처럼 보기도 힘들어서 어린 세대들에게는 생소한 물건일 수도 있으나, 오래전에는 혼수중 필수품목이기도 했고, 이사를 할 때에도 살림살이를 대표해 움직이는 등 우리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물건이기도 하다. 양가집 여인이 가마를 타고 이동할 때에는 가마안에 비치하는 휴대용 화장실이기도 했었다.

한때는 요강이 맞느냐? 오강이 맞느냐? 를 궁금해 한 적도 있었다. 실제 경상도나 전라도 일부지방에서는 사투리로 오강 또는 오강딴지라고 쓰기도 한다고 한다. 복분자의 ''자가 이 요강을 뜻하는 말이다. 복분자를 먹으면 힘이 좋아져서 오줌발에 요강이 뒤집힌다는 뜻이다.

내가 아주 어렸던 시절, 한 집에 여러 세대가 방 하나씩을 잡고 세들어 살던 시절이 있었다. 화장실이라고는 중문 밖까지 나가야 있는 재래식화장실 하나뿐이던 그 시절 방안에는 으레 요강이 있었다. 화장실이라는 표현 보다는 측간 혹은 뒷간이라는 이름이 훨씬 더 어울릴만한 그곳은 멀기도 했거니와,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거나 하면 가기 불편하기도 하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밤 화장실의 공포도 만만치 않았다.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를 필두로 하는 각종 화장실 괴담은 요즘 수세식화장실을 사용하는 아이들에게는 별로 감흥이 없을 이야기이지만 그 당시에는 어쩌다 한번 들은 그 이야기는 화장실을 갈 때마다 머릿속에 떠올라 공포를 자아내곤 했다. 그래서 어두워진 이후의 소변은 방 안에서 해결하는게 당연한 일이었고 아침이면 어머니는 수돗가에서 오강을 비워내고 씻어 놓으셨다. 우리집에서 쓰던 것은 놋쇠가 아닌 사기로 된 것이었다.

 

그땐 요강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다. 바로 아버지의 오줌냄새.

그냥 누구나에게서 나는 오줌의 지린내와는 조금 다른 냄새가 분명 있었다. 내 것도 누나 것도 어머니 것도 아닌 아버지의 오줌냄새였다. 그 냄새를 아버지의 것으로 단정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귀가가 늦은 아버지가 들어오시기 전까지는 그 냄새는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들어 갑자기 그 냄새를 내가 맡고 있다. 한동안은 기억속에 잊혀졌던 그 냄새가 어느날 갑자기 내 코를 찾아왔다. 다름아닌 소주를 많이 마신 다음날 아침 소변을 보고 변기 물을 내리기 직전에 그 냄새를 느낀다. 맥주도 양주도 막걸리도 아닌, 섞어먹은 술도 더더욱 아닌, 반드시 소주만을 마신 다음날 나는 오줌냄새. 따로 기억할 이유도 없었던, 별것도 아닌 그 냄새가 ~ 이런 냄새가 있었어.....” 라는 생각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어렸을 때는 왜 아버지의 오줌냄새만 특이한지 그 이유를 몰랐다. 그냥 어른이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신 어머니께서는 별걸 다 기억한다는 반응이시다.

내가 워낙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은 희미한 기억뿐이고, 어머니께서 전하시는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는 종종 술이 등장한다. 그럴 때는 대부분 좋은 얘기보다는 나쁜 얘기가 더 많지만 항상 결론은 많이 드시지는 않았지만 거의 매일 드셨다는 얘기. 그리고 술 때문에 병을 얻어 돌아가신거나 다름없다는 그런 얘기들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술이라면 진저리를 치시고, 나는 술에 취한 모습을 어머니께 보이지 않기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하며 조심스레 마셔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술을 잘 못마셨다. 마시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특히 소주에 취약해서 가급적 다른 술을 마셔왔고, 소주를 제대로 마신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래서 그 냄새를 이제야 맡았나보다. 그리고 그 냄새를 알고 난 이후 소주에 정이 간다.

또 한가지 어머니께서 전하시는 아버지 이야기의 단골 레파토리중 하나는 음식이다.

서울토박이인 어머니께서는 도저히 적응 못하시던, 평안도 실향민인 아버지의 음식취향. 도대체 이게 무슨 맛이야? 하시던 음식의 이야기를 종종 들어오며 글쎄... 과히 나쁘지만은 않을것 같은데....” 생각만 하게되던 음식의 맛. 딱히 내놓을 만한 반찬이 없어 어머니께서 고민하실 때면 아버지는 맹물에 김치를 넣고 밥을 말아 드시며 맛있다며 어머니께도 권하셨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손사레를 치시며 사양했던 것은 당연했을 터. 내가 어른이 되어 평안도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을 다녀본 후 알게 되었다. 아버지에게는 그것이 고향의 맛이었다는 것을..... 서울식으로 변형된 맛이 아닌, 순수한 평안도 그대로의 맛. 달착지근하고 고소한 냉면육수에 길들여진 남한사람들은 그냥 맹물에 미원 풀어놓은 것처럼 닝닝하다며 싫어하는 원조 평양냉면의 육수. 어쩌면 맹물에 김치를 풀어놓은 것도 비슷한 맛이 날 듯 하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평안도음식을 제대로 재현해내는 식당에 자주 모시고 갔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넉넉하지 못한 시절을 살아내시기도 했거니와 그 시절에는 형편이 된다 하여도 그런 식당을 찾아다닐 정보도 귀하던 시절이었겠다.

다 주워 모아도 몇 장 되지 않는 옛날 서류와 사진들. 다 긁어모아도 단편영화 한편 만큼도 되지 않는 짧은 기억의 조각들.

문득 깡소주 한 병 사들고 찾아갈 곳이 아쉽다.

 




김선형  010 - 8577 - 1310  / soliste@naver.com

  • profile
    korean 2017.12.31 23:39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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