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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생명의 숨결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는 공허했다. 새들이 날아가 버린 오후의 공터처럼. 빈 공터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모두는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고, 제 걸음만 바쁘게 재촉하는 중이었다.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들, 아니 사실은 꽃봉오리조차 피지 못한 공원에서 손가락 사이로 허물없이 흐를 시간들을 가늠하며 오늘을 생각했다. , 반복될 내일도,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앵무새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물론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앵무새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있는 것보다 더 지독하고 끈적거렸으며, 그러면서 날카로웠다. 앵무새는 나였다. 나의 어제, 나의 오늘, 그리고 나의 내일. 앵무새는 나의 매일이었다. 반복되는 매일. 나의 하루에 앵무새라는 명칭을 붙인 건 고등학교 때 우연히 알게 된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 때문이었다. 그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다. 제목만 보고도 나는 울컥, 무엇인가가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그저 따라만 하는 앵무새의 모습이 나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모습이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후 무사히 대학에 왔다. 고생은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친구들과 놀러간 에버랜드에서 앵무새를 만났다. 그리고 영원히 잊을 것만 같던 앵무새는 그림자처럼 지독하게 나의 뒤로 따라붙었다. 앵무새는 여전히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었으므로. 그때부터 공원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 빈 공원에 앉아있는 것을 좋아했다. 그저 먼지처럼, 공기처럼 흘러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 달, 대학생활을 하며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갈 때쯤 도서관에 들렀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과제를 위한 책을 고르다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을 보았다. 나는 무엇에라도 홀린 듯이 그 책을 꺼내들었고, 과제를 기억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은 채 3시간동안 그 자리에서 책을 다 읽었다. 책 속의 앵무새는 역시 내가 내린 정의와는 달랐다. 책의 앵무새는 여린 존재, 차별 받고 미움 받는 존재를 뜻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앵무새와 완전히 다르다고 정의내릴 수는 없었다. 나의 앵무새도, 그리고 나의 일상도 결국은 나 스스로의 박해와 탄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때보다 마음이 복잡해진 것 같았다 심란한 마음에 책을 덮고 길을 나섰다. 다시 공원으로 갔다. 나의 빈 공터로.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허한 공간을 보았다. 아니, 조금은 달랐다. 나는 빈 공터를 마주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꾹꾹 눌러왔기 때문에 일상이 앵무새처럼 느껴진 것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앵무새를 죽이기로 했다. 누구를 위한 삶인지 모를 일상을. 그날부터 조금은 바뀌어갔다. 아니,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의 한 시간은 적어도 나를 위한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공허했지만.

 

하지만 약간의 희망은 나의 공간이 조금씩 꽃봉오리를 틔워간다는 것이었다. 그런 만큼 나도, 조금씩은, 아주 약간은 희망을 틔워낼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꽃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앵무새가 날아올랐다. 문득 앵무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동물원 입장권을 뒤적였다. 내일이면 날아갈 수 있을 것도 같아, 조금 먼 곳으로.


끈질기게 후회하는 법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 이것은 삶을 살아오면서 내가 느낀 진리이자 자연의 법칙이었다. 정말로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았다. 매일. 그리고 이처럼 후회는 더 큰 후회를 낳았다. 매일, 우리는 선택을 하고 후회를 반복했다. 이따금 선택하고 싶지 않아질 만큼 후회는 거셌다. 처음 사회로 발을 내딛은 초년생의 나에겐 그 후회는 더욱 거셌다.

 

대학이라는 조금 더 넓은 사회로의 진출로 나는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나이가 하나, 둘 들어간다는 것이 성장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므로. 스스로의 힘으로 처음 짠 시간표, 처음 고민해서 입은 옷, 처음 듣는 수업까지도. 모든 것은 선택의 잔재였고 나는 기뻐하기도, 후회하기도 했다. 물론 후회가 더 많았지만 그것이 내가 나아가기 위한 시련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얼마간의 기대를 하고 들어온 대학은 생각처럼 꿈이 부푸는 곳은 아니었다. 나조차도 대학을 취업의 수단쯤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대학생활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결국 설레는 마음도 한순간에 시들고, 봄꽃이 피어날 무렵, 나는 동기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 고등학교 때보다 빠른 중간고사와 압박감. 오늘 선택하고, 곧바로 후회하는 일상. 그 사이에서 나는 점차 시들해져갔다. 더 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어렴풋이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회가 가장 값진 경험이라는 것을, 그때는 마냥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학도를 알게 되었다. 우연히 참가한 프로그램에서였다. 예순여섯의 나이, 이제는 선택을 조금은 유려하게 지나칠 법한 나이에, 그녀는 대학에 입학을 했다.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는, 조금은 허무맹랑한 꿈을 가지고. 그래, 그것은 나에겐 허무맹랑한 꿈이었다. 동화. 이미 어릴 적의 아름다운 심정이 파괴되어버린 나에게 동화작가라는 어렴풋한 꿈은 꽤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아니, 오히려 그녀이기에 꿀 수 있는 꿈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제 살아온 세월보다 남은 세월이 더 길었으므로. 그러다 그녀와 함께하는 식사자리에 엉겁결에 기게 되었다. 모두들 축하한다며, 또는 대단하다며 그녀를 칭찬하고 있었다. 물론 그 학교에 합격한 것은 축하할 일이었지만 나는 문뜩 궁금해졌다. 이제는 잘 따라갈 수도 없을 공부를 다시 시작한 계기가. 물론 그런 질문이 무례할 것이란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한 번쯤은 후회할 법도 한데, 그런 그녀의 얼굴이 너무 빛나 보였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결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으세요?

 

나의 모진 질문에 그녀는 쓰게 웃었다. 그리고 잔잔한 목소리로, 잔잔하게 대답해주었다.

 

후회? 나는 늘 후회하고 있단다. 수능공부를 하면서는 내가 왜 대학 같은 데에 다닌다고 마음을 먹었을까. 대학에 덜컥 합격한 후에는 그럼, 나의 등록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을 다니면서는 무엇인지도 모르는 수업과 어려운 말들을 주워들으면서 항상 후회하고 있지.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그러면 왜 그 길을 포기하지 않는 거예요? 금방이라도 놓아버리면 될 것을.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은 듯한 나의 말에 그녀는 잔잔한, 아니 어쩌면 가장 단단한 말로 나에게 속삭였다.

 

살아있는 걸 느끼기 때문이라네. 나는 매일 후회하고, 매일 살아있지. 그동안은 누군가의 엄마로, 또는 할머니로 살아왔어. 나의 이름을 잊어버린 채. 그걸 이제야 되찾은 거야. 후회한다는 것은 내가 선택한 무엇인가에 대한 대가인걸. 어차피 우리는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해. 그럴 바에야 차라리 실컷 나의 인생을 살고, 또 실컷 후회하다 가는 게 좋지 않겠어?

 

그녀의 현답을 듣고 나서야 나는 후회를 곱씹었다. 그리고선 지금까지 내가 너무나도 쉽게 내려놓았던 것들, 그리고 또 내려놓으려하는 것들을 보았다. 그래, 지금까지 나는 너무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후회는 결국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적어도,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으므로. 앞으로 나는 잔뜩 후회하며 살고 싶다. 끈질기게, 또 나답게.



이소현

010-8956-2717

  • profile
    korean 2018.04.30 22:44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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